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아미티빌 호러] - 실화! 혹은 허구?

쭈니-1 2009. 12. 8. 18:14

 




감독 : 앤드류 더글라스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멜리사 조지
개봉 : 2005년 7월 1일
관람 : 2005년 6월 3일

여름은 공포 영화의 계절이라지만 선천적으로 겁이 많은 관계로 공포 영화 보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닌 저는 지난 5월 13일에 본 [하우스 오브 왁스]를 마지막으로 올 여름 공포 영화 관람은 더이상 없다며 굳은 결심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러한 경험은 이미 처음이 아닙니다. 초등학교때 저는 '전설의 고향'이라는 TV 프로를 가장 무서워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아직까지 제 기억에 남아있는 가장 무서운 꿈이 '전설의 고향'을 보다가 너무 무서워 TV를 끄려고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TV가 꺼지지않아 울면서 집밖으로 도망쳐 나온 꿈입니다. (아직도 그것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의 경험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제겐 무서운 기억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는 '전설의 고향'만은 언제나 빠지지않고 봤습니다.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전설의 고향'만은 언제나 챙겨봤죠.
조금 커서는 '금요 미스테리 극장'이라는 아예 귀신이야기만 해대는 이상한 TV프로에 끌려 덜덜 떨면서도 금요일 밤마다 TV에 앉았었습니다. 국민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상한 이유로 '금요 미스테리 극장'이 막을 내릴때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볼만한 TV프로를 없앴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젠 금요일마다 무서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반갑기도 했었습니다.
그러한 제 이상한 습성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여름마다 공포 영화 한두편은 언제나 챙겨봅니다. 무서워서 보기 싫다고 언제나 말하지만 이상하게 공포 영화만 개봉하면 나도모르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겨납니다. 그렇기에 [하우스 오브 왁스]가 올 여름 공포 영화의 마지막이라는 제 결심은 어쩌면 처음부터 지켜지기 어려운 결심이었을 겁니다. 올해 개봉될 공포 영화중 [분홍신], [가발]등 기대작이 아직도 수두룩한데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아미티빌 호러]라는 영화로 일찌감치 제 결심은 깨져 버렸습니다. 실화인데다가 워낙에 악명높은 원작을 지니고 있었기에 볼 마음이 없었지만 영화 수입사의 특별 초정에 결국 못이기는척 시사회에 참석하고 말았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전 [아미티빌 호러]에 대한 홍보 프린터물을 받았습니다. 거기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실제 1974년 11월 13일에 벌어진 그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사진과 당시 신문기사까지 친절(?)하게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잔뜩이나 겁을 집어먹은 제게 아주 쐐기를 박아 버리더군요.
영화가 시작하기전에 3편의 영화 예고편부터 보았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이을 대작 어드벤쳐 판타지 영화인 [나니아 연대기], 디즈니다운 코미디 영화 [허비], 그리고 [아미티빌 호러]의 예고편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그 예고편들을 보며 저는 몇분후 제가 볼 영화가 [아미티빌 호러]가 아닌 [나니아 연대기], 혹은 [허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딱 제 취향의 영화더군요. 하지만 제 소망과는 달리 [아미티빌 호러]는 예정대로 시작되었습니다.
잔뜩 겁을 먹고 긴장해서인지 영화는 처음부터 저를 강하게 밀어부쳤습니다. 드피오가의 장남인 로널드가 어느날밤 엽총으로 평화롭게 잠들어있는 어린 4명의 동생들과 부모님을 죽이는 잔인한 사건을 마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일단 실화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제게 상당한 압박을 가했습니다. 실화라면 내게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공포가 주는 압박은 생각보다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1년후 러츠 가족이 새로 이사오며 영화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드피오가의 그 끔찍한 사건은 실제 사진과 신문기사를 통해 실화라는 사실을 입증시켰지만 과연 러츠 가족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정말 실화일런지는 도저히 믿기지 않더군요. 그 이유는 [아미티빌 호러]가 예상외로 너무나도 전형적인 공포 영화의 형식을 밟아갔기 때문입니다. 간간히 나타나 절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귀신들, 보이지 않는 친구에 빠져있는 어린 여자 아이, 환청에 시달리며 점점 미쳐가는 조지(라이언 레이놀즈). [식스센스], [숨바꼭질], [샤이닝]등등 수많은 공포 영화들이 영화를 보는내내 제 뇌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리 많은 공포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많은 공포 영화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공포 영화 매니아라면 더 많은 영화들이 떠오를것이라 생각되더군요.


 



일단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의 공포는 예상외로 약했습니다. 워낙에 이 영화를 보기전에 겁을 집어먹어서인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하우스 오브 왁스]의 공포보다 덜했던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초반은 실화라는 사실을 앞세워 단순한 다큐 화면으로 최대의 공포를 전해줍니다. 하지만 실화라는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너무나도 공포 영화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실화라면 뭔가 다른 심리적인 공포를 원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제 기대를 전혀 채워주지 않습니다.
옷장안의 여자 아이 귀신, 광기로 인하여 인디언들을 학살했다는 어떤 신부의 감춰진 지하 감옥, 섬뜩한 도끼를 휘두르며 가족들을 위협하는 조지의 광기. 분명 순간순간 깜짝 놀랄 장면들로 영화는 가득 채워져 있지만 이건 실화가 아니고 공포 영화팬들을 만족시키기위한 가상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아미티빌 호러]는 무서운 공포 영화가 아닌 그냥 볼만한 공포 영화로 전락하고 맙니다.
어쩌면 제가 이 영화에 너무 거대한 공포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포 영화에 대한 숙련이 되어버려서 왠만한 공포 영화에는 공포를 못느끼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떠하든 [아미티빌 호러]가 제겐 무섭지 않았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냥 재미만 있었다고나 할까요. 마치 화끈한 액션 스릴러를 보는 것처럼...
이젠 며칠후면 태국산 공포 영화 [셔터]를 보게 될것 같습니다. 기왕 공포 영화는 더이상 안보겠다는 결심이 무너졌으니 볼 기회가 닿는 공포 영화는 모조리 볼 생각입니다. 태국의 공포 영화라... 왠지 독특할것 같군요.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우리 영화만큼 무서운 공포 영화는 만나기 힘들겠죠?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엔 [분홍신], [가발], [여고괴담 4 : 목소리]등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제 담력도 테스트해볼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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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그림이 안뜨네요...선물 준다는 뻥에 속에서 본 영화...글쎄..그리 별루는 아니고 그런대로...적당히 재미는 있었던 기억...
워너브라더스 사무실만 귀엽더구만...
 2005/06/11   
쭈니 그림? 난 잘 뜨는데... 그리고 선물은 미안... 사실 멀고도 먼 강남까지 널 오게하는 방법으로는 선물밖에 없었어. ^^;  2005/06/11   
아랑
아.. 두분 너무 부러워요.ㅠ_ㅠ 나는 누가 선물준다고 뻥치고 나오게해 영화보여주지도 않는다구요- -  2005/06/29   
쭈니 저런 ... 남친 교육좀 시켜야 겠네요. ^^;  200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