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5년 영화이야기

[사하라] - 이래서 캐스팅이 중요하다.

쭈니-1 2009. 12. 8. 18:15

 




감독 : 브렉 아이즈너
주연 : 매튜 맥커너히, 페넬로페 크루즈, 스티브 잔
개봉 : 2005년 6월 23일
관람 : 2005년 6월 15일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우수수수 쏟아지려고 준비중인 요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블럭버스터 영화를 제치고 자꾸만 제 관심을 끌어내는 낯선 제목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사하라]입니다. 미국에선 썸머시즌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4월에 개봉하여 전주에 개봉한 [씬 시티]를 누루고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개봉 2주차에는 [아미타빌 호러]에게 1위자리를 내주며 부진한 흥행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된 이유는 바로 매튜 맥커너히와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주연 배우의 조합때문입니다. 매튜 맥커너히는 블럭버스터의 블랙홀같은 배우입니다. 그가 출연한 블럭버스터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서 부진을 면치못했었죠. 그가 처음 메이저 영화의 주연을 따냈던 [타임 투 킬]은 아직까지 존 그리샴 원작 영화중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이며, [U-571], [레인 오브 파이어]등 기대를 모았던 블럭버스터 영화들 역시 흥행에 좋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죠. 오히려 그는 [웨딩 플래너], [10일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과 같은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브렉 아이즈너 감독은 겁없이 매튜 맥커너히를 다시 블럭버스터에 끌여들인 겁니다.
페넬로페 크루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그녀는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톰 크루즈의 부름을 받고 진출한 헐리우드에서 그녀는 스페인에서의 매력을 되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녀는 연기가 아닌 스캔들로써 팬들의 입에 더욱 자주 오르내리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사하라]에서도 그녀는 매튜 맥커너히와의 스캔들로 영화를 간접 홍보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더군요.
제가 [사하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이 최악의 캐스팅의 결과였습니다. 매튜 맥커너히는 그 반질반질한 얼굴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블럭버스터에서도 관객에게 먹혀 들어간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런지... 페넬로페 크루즈는 [바닐라 스카이], [고티카]등에서 보여줬던 그 실망스러운 모습을 탈피하고 헐리우드에 제대로 안착하였음을 보여줄 수 있을런지...


 



[사하라]를 보기전에 이 영화를 미리 보신 분들의 악평을 너무나도 많이 읽은 저로써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만 남았을뿐 영화의 재미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버렸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생각보다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앞으로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확연하게 드러냅니다.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내셔널 트레져]를 연상시켰으며, 미국이 아닌 낯선 나라에서의 보물 사냥꾼의 모험이라는 점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뒤를 쫓는 듯이 보입니다. 마초적인 영웅 더크(매튜 맥커너히)와 매혹적인 인텔리 여성 에바(페넬로페 크루즈)의 관계로 비춰보면 [007 시리즈]의 남녀 캐릭터를 베낀 흔적이 보이며, 알(스티브 잔)이라는 전형적인 양념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을 안겨주는 것을 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략까지 재치있게 카피해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무난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썸머시즌 블럭버스터의 흥행 전략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이 영화에 새로움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썸머시즌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에 새로움을 바라는 것 자체가 너무 커다란 욕심일 겁니다. 수천억원이 들어간 블럭버스터에서 새로움이라는 것은 곧 도전을 뜻하는 것이며, 도전이라는 것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할 경우 그 출혈이 매우 심한 편이죠.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서, 그것도 [사하라]가 데뷔작과도 같은 초보 감독에게 도전은 피하고 싶은 함정과도 같았을 겁니다. 그래서 이미 관객들에게 인증받은 안전한 흥행 공식을 일일히 나열하며 '흥행에서 꼭 성공하고 싶어'라고 고백하는 거죠.
그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새로움을 원하지도 않았고, 이 영화가 펼쳐보여주는 흥행 공식도 아직은 꽤 즐길만했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전 '재미없을거야'라고 나름대로 확신했던 저는 영화를 보고나오며 '뭐 그런데로 볼만한데'라는 약간은 우호적인 입장이 되어버렸답니다.


 



하지만 제가 맨처음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된 이유들에 눈을 돌리면 왜 [사하라]가 이처럼 욕을 먹어야하는지 확연하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매튜 맥커너히와 페넬로페 크루즈 커플은 최악이라는 말이 더욱 잘 어울렸습니다.
솔직히 매튜 맥커너히는 그런데로 무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썸머시즌 블럭버스터에서 영화를 이끌어나갈 남자 배우가 무난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것 자체가 실패 판정을 받은 것과도 같지만 그래도 매튜 맥커너히가 무난하다라는 평가라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페넬로페 크루즈가 너무나도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누구입니까! 그 유명한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부부를 갈라놓은 스페인이 낳은 세기의 미인이 바로 그녀입니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보며 톰 크루즈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던 배우가 바로 그녀입니다. 하지만 [사하라]에서의 그녀는 그 매혹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깡마르고 눈만 커다란 무매력의 평범한 여배우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리는데에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크게 한 몫했습니다. 마치 [007 시리즈]를 따라한듯이 사건을 해결하고 해변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키스를 나누는 더크와 에바. 이 장면에서 아슬아슬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결코 제 입에선 감탄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녀의 몸매를 보며 차라리 옷을 입어줬으면 하고 바랬을 뿐입니다. 비키니입은 여성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햇다는 것 자체가 제겐 정말 이례적인 일이죠.
제가 여배우의 평가에 이처럼 인색한 것은 극히 드뭅니다. 그처럼 페넬로페 크루즈는 제게 너무나도 커다란 실망만을 안겨줬습니다. 그렇지않아도 매튜 맥커너히가 너무 평범해서 영화속에 빠져들기에 많은 무리가 있었는데 페넬로페 크루즈마저 그처럼 무매력을 보여줘버리니 더더욱이 영화의 재미에 빠져드는 것이 힘이 들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우가 양념 역할을 해낸 스티브 잔이었겠습니까. 양념이 본음식보다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을 뜻하겠죠. [사하라]가 바로 그러합니다.


 



며칠전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봤었습니다. 정확히 [사하라]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영화였습니다. 블럭버스터의 뻔한 공식을 따라하는 것도 비슷했고, 말도 안되는 상황과 과장된 액션으로 일관하는 것도 똑같았습니다. 오히려 아프리카의 광활한 사막을 무대로한 [사하라]가 영화의 규모면에서 컸으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았습니다. 블럭버스터에서 영화의 규모가 차지하는 면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사하라]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보다 더 재미있는 블럭버스터가 되었어야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제게 최고의 썸머시즌 블럭버스터였지만 [사하라]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평범한 블럭버스터에 불과합니다. 과연 무엇이 제게 두 영화의 평가가 극에 달하도록 만든 걸까요?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이 주연 배우들의 매력입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이 엄청났습니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는 마치 물만난 고기마냥 자신의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매력을 맘껏 발산시키며 무더운 여름을 피해 극장을 찾은 제게 최고의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사하라]의 두 주인공은 전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는 그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한채 오히려 무매력으로 영화의 재미를 감소시켰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타의 힘이며 블럭버스터에서 캐스팅이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와 [사하라]를 본 후 그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IP Address : 218.49.84.84 
아랑
사하라 너무 재미없어요 ㅠ_ㅠ 울고싶어라  2005/06/21   
쭈니 저는 울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암튼 재미는 없었습니다. 아마 그 전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봐서 두 영화가 너무 비교되어서 더욱 재미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200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