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낭만자객] - 이런 젠장!!!

쭈니-1 2009. 12. 8. 16:30

 



감독 : 윤제균
주연 : 최성국, 김민종, 진재영, 신이
개봉 : 2003년 12월 5일
관람 : 2003년 12월 9일


저희 회사는 한달에 한번 경영 회의를 합니다. 임원들과 간부급 직원들이 모여 자금 수급 현황과 영업 현황들을 보고 받으며 문제점을 논의하죠. 그런데 이 경영 회의의 문제는 회의 자료가 너무 방대하며 미로처럼 꼬여있다는 겁니다. 2시간 동안의 경영 회의를 위해서 직원들은 거의 며칠을 꼬박 밤새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경영 회의 자료는 2시간 동안의 회의가 끝나고나면 여지없이 임원들의 쓰레기통이나 책상속 깊숙히 처박히게 됩니다. 도대체 회사를 위한 경영 회의인지 야근을 위한 경영 회의인지 이제는 모를 지경입니다.
지난 12월 9일도 그랬습니다. 그놈의 쓰잘데기없는 경영 회의 자료를 위해 정신없이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구피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낭만자객]을 예매하려고하는데 오후 8시 20분표가 어떠냐고... 바빴지만 그래도 영화 보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저는 8시 20분표를 예매하라고 구피에게 시킨 후 회의 자료를 그 시간까지 끝내기위해 일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른 시간까지 끝날 회의 자료가 아니죠. 영화 상영 시간이 다가오건만 회의 자료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결국 저는 영화를 보기위해 회사를 탈출하고 말았답니다. ^^;
영화를 보고 자정이 넘어서 다시 회사로 돌아와 새벽 4시 30분까지 일을 했어야했고, 회의 자료도 끝내지 않고 도망갔다며 팀장에서 싫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던 영화를 봤다는 생각에 뿌듯했답니다.
하지만 영화는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이 영화를 먼저 본 친구 녀석이 "웃다가 울었다"라는 소감 한마디에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기대했건만 [낭만자객]은 제 기대감을 별로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낭만자객]은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으로 흥행 감독의 대열에 오른 윤제균 감독의 세번째 영화입니다. 그는 세편의 영화를 감독하는 동안 변함없이 코미디라는 장르를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코미디 영화가 다른 코미디 영화와 다른 것은 웃기는 가운데에서도 마지막엔 코끝이 찡한 감동을 준비해 둔다는 것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슬픈 코미디'라는 정말 이상한 장르를 창시한 장본인이 바로 윤제균 감독인 겁니다.
[두사부일체]는 조폭 코미디입니다. [두사부일체]가 개봉되었던 2001년은 조폭 코미디가 우리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등 조폭 코미디 영화들이 차례로 개봉되어 1년내내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남겼던 해가 바로 2001년이었던 겁니다. 그러한 2001년의 끝자락에 개봉된 [두사부일체]는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와 한 해동안 너무 많이 개봉되어버린 조폭 코미디에 대한 식상함 때문에 흥행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공했고 정준호는 코미디 흥행 배우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성공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바로 슬픈 코미디의 위력이었습니다. 웃기기만 했던 다른 조폭 코미디에 비해서 [두사부일체]는 학원 폭력과 교사의 위상 추락이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영화의 이면에 깔아놓은후 이를 이용하여 마지막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 겁니다. 결국 이러한 윤제균 감독의 의도는 코미디 영화는 좋아하지만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 영화는 보고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관객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은 성과를 이룩합니다.
그의 두번째 영화 [색즉시공]은 [두사부일체]의 성공이 단지 변덕스러운 관객의 취향 덕분이 아닌 윤제균 감독의 능력에 의했던 것임을 증명한 영화입니다. 하지원, 임창정이라는 스타급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본격적인 섹스 코미디를 표방한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두사부일체]보다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솜씨를 보여줍니다. 웃음의 강도는 세졌고, 지고지순한 사랑에 의한 감동은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고, 섹스 코미디라는 우리 영화에선 찾기 힘든 장르는 [두사부일체]와는 달리 영화의 신선감을 느끼게 했으며, 하지원, 임창정의 스타 시스템도 정준호 혼자 버텼던 [두사부일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이제 [낭만자객]을 통해서 벌써 세번째 연출작을 발표한 윤제균 감독... 그렇기에 [낭만자객]은 더욱 기대되는 영화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과연 [낭만자객]은 [색즉시공]과 비교해서 얼마만큼의 업그레이드를 이루어 냈는지...


 



[색즉시공]의 코미디는 크게 두가지로 나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단순하게 치고 박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야한 장면에 의한 섹스 코미디가 그것입니다. [낭만자객] 역시 그러한 [색즉시공]의 코미디를 이어 받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낭만자객]의 코미디가 [색즉시공]에 비해서 전혀 업그레이드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색즉시공]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학 차력 동아리라는 설정에서 정당성을 부여받습니다. 차력이라는 것이 어차피 치고 박고 넘어지는 것이니 결국 슬랩스틱 코미디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색즉시공]은 바로 그러한 점을 이용했으며 주인공들이 치고 박고 넘어져도 차력 동아리라는 이유로 유치하게 느끼지 않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에반에 [낭만자객]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멋있고 잔인해 보여야만 하는 자객들이 멍청한 행동들을 하게끔 만들며 슬랩스틱 코미디를 완성합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툭하면 상대방의 머리를 때리고, 입만 열면 사투리와 욕지거리를 병행하며, 멋진 폼을 잡던 자객들은 중요한 순간에 넘어집니다. 이러한 이 영화속 슬랩스틱 코미디는 처음엔 캐릭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않는 행동들에 웃기기도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유치하게 비춰집니다.
[색즉시공]의 또다른 재미인 섹스 코미디도 마찬가지입니다. [색즉시공]의 섹스 코미디는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에어로빅 동호회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을 유도하고, 본격적인 노출 장면에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관객의 애간장을 태우며 섹스 코미디의 진수를 한껏 보여줍니다.
하지만 [낭만자객]은 야한 장면을 상당히 서둘러 관객에게 내비칩니다. 영화의 오프닝씬에서부터 무당과 양반집 첩과의 야한 섹스 장면을 보여주더니만 여성 캐릭터인 처녀 귀신들도 나오자마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목욕을 해댑니다. 멍청한 자객단에게 무술을 가르칠때도 아슬아슬한 짧은 옷을 입고 나와 노출을 하고, 중요한 결투 장소도 야한 무희들이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나이트클럽입니다. 그렇기에 분명 이 영화는 [색즉시공]보다 야해졌습니다. 하지만 앞뒤 두서없이 야하기만 하다고해서 결코 재미있는 섹스 코미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향이(진재영)가 갑자기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장면처럼 이 영화의 야한 장면들은 단지 야한 장면을 위해 연출되어지며 그렇기에 은근히 관객의 애간장을 녹였던 [색즉시공]의 야함과는 질적으로 떨어집니다.


 


  
'슬픈 코미디'의 진수인 마지막 감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색즉시공]의 감동은 은식(임창정)의 은효(하지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에 의한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 이것은 너무 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뻔한 만큼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는데에도 그만큼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에반에 [낭만자객]의 감동은 미군장갑차에 의해서 압사당한 여고생 사건을 떠올리게하는 사회적 이슈를 담보로 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감동은 [색즉시공]보다 그 이전인 [두사부일체]때로 되돌아간겁니다. 청나라 군대의 횡포에 무능력하기만한 조선을 보여주며 미군에게 무능력한 우리나라를 내비치는 이 영화의 주제 의식과 그로인한 감동은 분명 윤제균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관객의 공감대 형성입니다.
미군의 장갑차 사건은 분명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확인할만한 비극적인 사건이었으며 은유적이지만 그것을 재조명한 [낭만자객]의 의도는 분명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고 장르가 코미디이다보니 이 영화의 마지막 감동은 제대로된 관객의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합니다. 결국 미군의 장갑차 사건은 그 사회적 문제의 무거움 때문에 [낭만자객]이 감동 코드로 이용하기엔 부적합했던 겁니다.  
[색즉시공]의 감동이 깊이는 없지만 섹스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와 잘 어울렸던 것과 비교한다면 [낭만자객]의 감동은 감동의 깊이는 있지만 [낭만자객]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을 보여줍니다. 결국 [낭만자객]의 감동은 오히려 [색즉시공]과 비교해서 한발자국 뒤로 후퇴한 셈입니다.[두사부일체]에서 [색즉시공]으로 넘어오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슬픈 코미디 실력을 발휘했던 윤제균 감독은 [낭만자객]에 이르러서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한 아니 오히려 한보정도 뒤로 후퇴한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색즉시공]까지가 윤제균 감독의 한계인지... 아니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의 소재적 한계 때문인지는 아직은 모르지만 [색즉시공]보다 무언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웃음과 감동을 기대했던 제 입장에선 이래저래 실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낭만자객]은 [색즉시공]에 비해서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 시대로 바뀌었을뿐 모든 것은 [색즉시공]의 또다른 버전일 뿐입니다. [낭만자객]의 코미디도, 감동 코드도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 혹은 한보 후퇴만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단지 [색즉시공]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던 최성국과 신이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만이 [색즉시공]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대체 김민종은 왜 나왔는지 그가 웃겼던 장면은 최성국과의 찐한 키스씬이 전부이니 코미디 배우로의 그의 자질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감동을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감동적이지 못한 그의 연기력은 그의 영화가 왜 흥행이 되지 못하는지 이해하게 만듭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제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이런 젠장'입니다. 정린공주(조정린)가 예랑(최성국)의 품에 안기에 남긴 그 한마디에 예랑은 그 심오한 뜻을 알아내기 위해 함부로 검을 뽑아들지 않습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만...) 향이도 예랑의 품에 안기어 최후를 맞이하면서 '이런 젠장'이라는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이 정말로 신경써야할 것은 관객들의 '이런 젠장'입니다. 관객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런 젠장'은 영화속 처럼 단지 코미디적인 요소가 아닌 영화에 대한 진심어린 실망감에서 튀어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승승장구만을 거듭해온 윤제균 감독이지만 이번만큼은 뒤를 돌아보며 관객의 입에 '이런 젠장'이라는 소리가 나온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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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
색즉시공을 조선으로 바꾼 버젼이라.... 코미디로 계속 나가다 어느부분에서 갑자기 진지함으로 바꿔 관객에서 허전한 감동을 주려는 그런 영화???????? 나는 아직 이 영화 안 봤는데.. 사실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도 별로....^^ 허전한 코미디는 구미가 안 땡겨...^^  2003/12/12   
쭈니 나도 코미디면 확실하게 코미디로 밀고 나가는 영화를 좋아하거든.
하지만 이 영화는 윤제균 감독이라는 이름 하나로 선택을 했었지.
그는 그래도 관객을 진정으로 웃길줄 아는 감독이었거든.
하지만 이 영화는...
가장 큰 문제는 별로 웃기지 않았다는 거...
 2003/12/12   
남자
일관성도 중요는 하지만 여러관객의 입맛은 다르니..쩝
이 영화를 아직 보진 않았지만 문제점은 다른곳에도 있겠죠
바로 '메이져배우'의 부재가 아닐까 합니다.
김민종이야 흥행실패배우 0순위고..차인표와 더불어..
성국씨야 아직 주연으로는 약한 면이 없잖아 있는듯 해요.
아직 감독의 힘만으로 흥행 그리고 재미를 다 잡기에는
좀 버거운것이 우리나라 영화판이 아닐가 합니다.

이번에는 재미를 떠나서 김민종이가 좀 떴으면^^
브라운관가 너무 다른 그의 네임밸류가.,..너무 불쌍해서요^^;;
 2003/12/18   
쭈니 메이져 배우의 부재는 하루이틀일이 아니죠.
그리고 하루이틀만에 해결될 일도 아니고요...
제 생각엔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의 성공으로 윤제균 감독이 매너리즘에 빠진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003/12/18   
뒷통수 때리는 것 빼고는 볼게 없었던 최악의 영화..
시실리보다 더했다는 -.,-++
 2006/05/11   
쭈니 그래도 시실리는 쬐금 볼만했었죠. 전... ^^  200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