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콜래트럴 데미지>- 아놀드 아저씨 정말 실망이예요~~~

쭈니-1 2009. 12. 8. 14:12

 



감독 : 앤드류 데이비스
주연 : 아놀드 슈왈제네거, 프란체스카 네리
개봉 : 2002년 2월 8일

2월 둘째주 개봉작에서 저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콜래트럴 데미지>와 실베스타 스텔론의 <디 톡스>를 저울질하다가 <디 톡스>를 '쭈니의 기대작'으로 내세운적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콜래트럴 데미지>와 <디 톡스> 모두 엇비슷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근들어 죽을 쑤고 있는 앤드류 데이비스와 아놀드 슈왈제네거 콤비의 영화보다는 참신한 신예 감독인 짐 길레스피 감독의 영화가 더 났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제 주위의 사람들은 <디 톡스>보다 <콜래트럴 데미지>가 휠씬 재미있을거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지난 2월 7일 맥스무비라는 영화 예매 사이트에서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영화가 우수 평론가상을 수상하여 공짜 예매 티켓 두장을 받았을때 저는 누구와 영화를 같이 보러 갈것인가 고민 했었습니다. 그때 우리의 터프과장... 공짜라면 사죽을 못쓰는 그는 공짜 영화라는 말에 저와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디 톡스>가 더 재미있을거라고 우겨도 그 말을 듣지 않더군요.
"에~이~ 그래도 아놀드인데... 스텔론은 한물 갔다니까... 벌써 영화 제목에서 데미지가 느껴지지 않아요?"
공짜로 영화보는 주제에 그는 버럭버럭 <콜래트럴 데미지>보자고 우기더군요. 그래서 결국 2월 16일에 <콜래트럴 데미지>를 보기로 약속을 하고 전 설날 연휴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2월 13일.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오랜만에 저희집에 놀러온 사촌 동생들이 영화보러 가자고 조르더군요. 하지만 전 정말로 볼 영화가 없었습니다. 다른 영화는 모두 봤고 <콜래트럴 데미지>는 16일 보러 가기로 약속했고 볼 수 있는 영화는 <디 톡스>밖에 없더군요. 하지만 사촌 동생들은 <디 톡스>를 아주 강하게 거부하더군요.
"스탤론이 한물 간지 언젠데... 아놀드 나오는 영화가 더 재미있다니까요!!!"
결국 저는 사촌 동생들을 설득하다 지쳐 그냥 <콜래트럴 데미지>를 보기로 했습니다. 터프 과장과의 약속을 뒤로 한채... (솔직히 공짜 예매표는 11일 친구와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며 써버렸으니 터프 과장과의 약속을 어긴 날짜는 13일이 아니라 11일이 되겠네요. ^^;)
암튼 이러해서 '쭈니의 기대작'이 무색해질 정도로 철저히 외면받은 <디 톡스>는 다음 기회에 보기로 마음먹고 저는 사촌 동생들과 <콜래트럴 데미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콜래트럴 데미지>... 정말 실망입니다. 그 영화보자고 버럭버럭 우기던 사촌동생은 저한테 맞아 죽을뻔 했습니다. 그래도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기본은 한다던 상식은 이제는 완전히 깨진 듯 합니다. <배트맨과 로빈>도 그러했고, <앤드 오브 데이즈>도 그러했고, <6번째 날>도 그러했었죠. <터미네이터>의 그 당당하던 아놀드는 어디가고 이렇게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작품만 내놓는지...
일단 이 영화... 9.11 테러 사건으로 인하여 무지 유명해진 영화입니다. 미국에 가해진 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테러는 미국인들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고 이 테러 사건으로 인하여 작년 가을에 개봉 예정작이던 <콜래트럴 데미지>는 테러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기한 개봉 연기를 했었죠. 하지만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유명해 졌습니다. 영화속의 테러 장면이 마치 9.11 테러 사건을 예언이라도 하듯 너무나도 비슷했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러한 것들이 미국인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는지 지난주에 미국에서 개봉당시 아놀드가 출연했던 영화로는 5년만에 (<배트맨과 로빈>이후 처음으로)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기대를 했습니다. 9.11 테러 장면을 TV에서 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정말 스텍타클 그 자체였지 않았습니까?(남의 나라의 불행을 이렇게 말해서 죄송하지만...) 그런데 <콜래트럴 데미지>는 얼마나 스텍타클할까? 그것이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유일한 이유였죠. 하지만... 정말로 실망했습니다.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는 스텍타클한 장면은 커녕 겨우 유리창 몇개 부서지는 장면으로 초반의 테러 장면은 끝을 맺더군요. 이럴수가... 헐리우드의 그 화려한 스텍타클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초라한 장면으로 초반을 메꾸다니...
이 영화에 대한 실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놀드는 테러 사건으로 죽은 아내와 아들의 원수를 갚기위해 콜럼비아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테러단의 소굴 잠입에 성공하죠. 그 순간부터 아놀드는 맥가이버가 됩니다. (맥가이버아시죠? 맨손의 마법사!!! 하긴 나이 어린 분들은 모르겠군요. ^^;) 맨손으로 폭탄을 척척 만들어내고 그 많은 적들을 상대로 홀홀단신으로 덤빕니다. 아놀드의 나이를 생각해서 조금 자제했으면 좋으련만 이 50대 아저씨는 나이를 생각하지않고 물불가리지 않고 테러단에게 덤빕니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도 스펙타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죠.
전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 볼때 내용보다는 화려한 특수효과와 시원시원한 스펙타클에 더 중점을 둡니다. 그건 그야말로 헐리우드만이 해줄수 있는 관객에 대한 서비스죠. 그런데 최고의 액션 히어로라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오는 영화에 스펙타클이 빠져버린다면 그건 오아시스없는 사막아닙니까?
이 영화의 스펙타클 부재는 그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차라리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스펙타클이 더 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이 영화의 감독인 앤드류 데이비스도 그 사실을 간과했는지 테러리스트 두목인 끌로디오의 청순한 부인인 셀레나와 그의 아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의 진행을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버립니다. 이때부터 아놀드는 아내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물불 안가리고 날뛰는 영웅이 아닌 셀레나의 모습에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회상해내는 인간미가 넘치는 남자가 됩니다. 그는 아내는 지키지 못했지만 셀레나는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그녀와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의 두목인 끌로디오를 저지하기위해 셀레나와 공동 전선을 펴죠.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가 되면 이 셀레나는 영화의 반전을 위해 어처구니없이 희생됩니다. 제가 이렇게 이 영화를 욕해도 보고 싶어 하실 분들이 계실것 같아서 그 반전을 설명할수는 없지만 확실한것은 제가 설마하며 예상했던 반전과 너무나도 일치했다는 것이죠. 관객을 이기지 못한 반전은 반전이라 할 수 없죠. 안그렇습니까?
이 영화의 반전까지 눈치채고 나니 그야말로 이 영화에서는 더 이상 볼것이 없더군요. 뻔하게 흐르는 줄거리와 밋밋한 스펙타클... 액션 히어로가 되기엔 너무나도 늙어버린 불쌍한 아놀드까지...
결국 이 영화,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며 미국인들에게 애국심만 심어주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미국인들이야 9.11 테러사건을 당하며 테러리스트들에게 울분을 터뜨리며 자신이 영웅이 되어 테러리스트들을 일망타진하는 꿈을 꾸며 영화를 보면 되지만 저희들이야 이 영화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스펙타클뿐이었는데... 아놀드한테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_-;

 

 

  


유종환
음 글쿤여..
사실나도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하지만 배우를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쭈니님 처럼 스펙터클 을 보기 위함이지요..
그 스펙터클에 가장 걸맞는 배우가 아놀드와 실베스타 였기때문에, 별 연기력 없이도 인기대열에 서지 않았나 하는생각이 드는데요..
두 배우다 좀 식상한 느낌이 들지여?
그럴바에야 내가 몸좀 키워서 배우로.크크크
 2002/02/17   

쭈니
두 배우가 식상했다기 보다는 요즘 헐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새로운 액션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배우야 솔직히 그 배우가 그 배우잖아요.
똑같은 배우를 내세워 얼마나 새로운 액션을 펼치는가가 이젠 헐리우드 액션 영화의 숙제인 듯 보입니다.
그리고 종환님이 헐리우드 액션 배우가 되면 정말 새로운 액션 영화가 되겠군요. 아예 악당은 스텔론이나 아놀드로 하면 더욱 새로울 것 같은데... ^^
 2002/02/17    

펫포코
으흐..전 영화관에서 졸음이 왔던 영화는 이게 처음입니다...정말 제 스스로도 깜짝 놀랬어요..제게 아무리 실망을 남겨주는 영화라도 잠은 오지 않았었는데...정말 아놀드씨 뭡니까~~  2005/07/30   

쭈니
이 영화 이후 아놀드의 영화에 별 기대를 안한다는... ^^;  200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