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오~호 우리 영화 많이 발전했는걸!!!

쭈니-1 2009. 12. 8. 14:11

 



감독 : 이시명
주연 : 장동건, 나카무라 토오루
개봉 : 2002년 2월 1일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2월 10일은 제 오랜 친구인 선열의 생일입니다. 그 녀석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못합니다. 하지만 술을 못 먹는 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걸죽한 입담과 엉뚱한 행동으로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놈이죠.
지난 제 생일날... 그 녀석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 다른 녀석들은 까맣게 제 생일을 잊고 있었는데 그 녀석만이 제 생일을 기억해 준거죠. 그 녀석은 전화에대고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일인데 한턱 쏴라!"
하지만 이미 저는 그 전날 회사 동료들과 밤새도록 생일 파티(???)를 하느라고 주머니가 다 털린 상태였죠.
"미안하다. 나 돈 한푼도 없어. 네가 오늘 쏘면 내가 네 생일날 한턱 쏠께!"
저는 그 녀석한테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녀석과 15년이 넘게 친구로 사귀어 왔지만 그 녀석이 사준 술을 얻어 먹은 기억이라고는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래! 내가 쏠께 나와라!"
허~걱~ 이것이 왜 안하던 짓을... 죽을때가 벌써 다 됐나??? 암튼 저는 그날 그 녀석이 쏘는 소주를 얻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그 녀석의 생일이 다가 온거죠. 돈도 없는데... 그 녀석은 내가 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기대했었나 봅니다. 다짜고짜 만나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때 내 주머니 상태는 지난 내 생일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죠. 하지만 약속은 약속인걸... 그리고 그 무식한 녀석의 보복도 두렵고... -_-; 암튼 저는 연휴의 첫날인 10일 그 녀석과 놀아줘야 했습니다.
그 녀석과 놀아주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입니다. 하루종일 당구 처주면 되죠. 당구도 못치는 것이 맨날 당구치자고 달려 듭니다. 물론 거의 대부분 제가 이기죠. 그러면 그 녀석은 절 이기기 위해서 계속 치자고 조릅니다. 한 3시간 정도 치고 슬슬 지겨워지면 한번 져줍니다. 그러면 당구는 끝이 나죠. 당구가 끝나면 밥을 사주면 됩니다. 술을 못 먹는 녀석인지라 밥만 사주면 됩니다. 그런데 그 녀석 왈
"나! 맥주마시고 싶어..."
허~걱~ 이것이 요즘 왜이러지??? 맥주라고는 한잔도 못 먹는 놈이 갑자기 왠 맥주 타령??? 아마도 지난 제 생일에 쓴 돈을 생각하며 본전 생각에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자고 조르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전 내기를 걸었죠.
"그래! 내가 술 사주마... 단 내가 마시는 만큼 너도 마셔야 해. 만약 그러지못하면 술 값은 네가 내!!!"
"알았어."
오~호~ 이건 보나마나 제 승리입니다. 아무리 제가 술을 못 먹어도 그 녀석 제압하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죠. ^^
암튼 이렇게해서 술값도 그 녀석이 내고 당구비도 그 녀석이 대부분 내고... 저는 돈을 거의 쓰지 않은채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저는 안주로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에 체했는지 밤새도록 배가 아파 죽을뻔 했습니다. 아마 친구와의 약속을 어긴 죄를 받은 모양입니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저는 다음날 그 녀석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영화 보여줄께 나와라."
물론 일년동안 영화라고는 한편을 볼까말까한 놈이지만 그 녀석은 공짜로 제가 영화보여준다는 소리에 선뜻 나오더군요. 전 그 녀석이 얄미웠지만 그래도 생일인데... 그리고 제 생일을 기억해준 유일한 친구 녀석인데...
그렇게해서 그 녀석과 본 영화가 바로 <2009 로스트 메모리즈>입니다. 아참! 그러고보니 그 녀석과 최근들어 많은 영화를 봤군요. 2001년 12월 31일날 본 <반지의 제왕>과 2002년 1월 27일에 본 <공공의 적>도 그 녀석과 봤죠. 아마 그 녀석은 평생 볼 영화를 저 덕분에 한꺼번에 다 본것일겁니다. (친구들의 문화 생활 권장을 위해 노력하는 착한 쭈니...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정말 개봉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입니다. 축구 대표선수인 이동국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축구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친일파 영화라고 비난의 글이 숙출하더니 개봉후에는 너무 반일 감정을 들추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동안 신문지상을 뒤덮었고, 관객들도 '한국 영화의 SF기술을 한단계 올린 감동적인 수작'이라는 평가에서부터 '너무 유치하다'라는 평가까지 그야말로 극과 극을 달리는 평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전 이런 영화를 좋아합니다. 재미있다는 평가와 재미없다는 평가가 첨예하게 대치되는 이런 영화의 경우 저처럼 영화 놓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딱 좋은 영화죠. ^^
일단 이 영화에 대한 제 느낌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대 이상이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쉬리>이후 너무 많은 영화들이 대박을 꿈꾸며 한국형 블럭 버스터를 표명했었죠. 하지만 이러한 작품중에서 기대 이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영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쉬리>의 이전 작품이기는 하지만 최초의 한국형 환타지 영화를 표명했던 <퇴마록>이 그러했고 홍콩 배우 여명이 출연했던 SF영화 <천사몽>, 특전사를 소재로 했던 <광시곡>까지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한국 영화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영화들은 그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며 여지없이 실패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무사>는 제외시키겠습니다. <무사>역시 혹평속에 그리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전 재미있게 봤거든요. ^^) 하지만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일단 기술력으로는 분명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한국형 SF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내용역시 약간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SF 영화로서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역사 뒤집기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했다는 점이 제겐 매우 좋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물론 아쉬웠던 점도 있었죠. 특히 여주인공인 오혜린 역의 서진호의 연기력 부재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는 솔직히 그리 연기를 못했던 편은 아닌데 극중 배역이 게릴라 집단의 여장부인지라 좀더 굵직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것을 (<쉬리>의 김윤진처럼...) 너무 가냘픈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바람에 극박한 상황에서도 갈라지는 목소리로 분위기를 깨다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서진호의 경우 갸녀린 여주인공이 어울렸을것을...
일단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와 실망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죠.

 

 


일단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제 기대를 충족시켜준 가장 큰 요인은 한국 영화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술력입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SF 영화를 만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기술력 때문입니다. 똑같은 스토리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헐리우드의 경우 정교한 기술력으로 실감나는 SF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허술한 기술력으로 인하여 의도하지않은 얘들 영화로 전락해 버립니다. <천사몽>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죠. <퇴마록> 역시 기술력만 뒷받침해줬더라면 아마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 겁니다. 그런데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이러한 기술력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가 SF 영화라고는 하지만 헐리우드처럼 미래를 형상화한 대단한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겨우 7년후의 가까운 미래에 현재와는 거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죠. 그 대신 엄청난 총알 공세로 그 공백을 메꿉니다. 영화 초반 유물 전시장의 테러 제압 장면의 경우 거의 헐리우드 영화와 맞먹습니다. 물론 후반부 고구려 시대의 유물인 연고대가 타임머신이라는 약간은 아동틱한 상상력을 동원, 어색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영화의 스토리상 어쩔수없었다고 치죠. 게다가 다행스럽게 연고대의 힘을 빌어 과거로 가는 장면이 아주 짧게 처리되어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그 몇분 정도의 어색한 장면은 웃으며 넘어갈수 있습니다. 물론 이 장면을 걸고 넘어지는 관객분들도 계시지만 이 정도는 참아주자고요... ^^
하지만 기술력만으로 SF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헐리우드의 SF 영화들의 경우 내용은 없고 SF 기술만 있는 영화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것이 다 아이디어 부재 탓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헐리우드 SF 영화를 넘어섭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오 히로부미 암살에 실패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만약 일본이 2차 세계 대전의 승전국이 되어 우리나라를 계속 식민지로 지배했다면... 이라는 아주 끔찍한 상황을 관객앞에 제시합니다. 한국계 일본 경찰인 사카모토는 이 모든 비툴어진 역사를 바로 잡아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엔 절친한 친구이자 일본인 경찰인 사이고와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대결을 끼워 넣죠. 충격적인 가정속에 가슴찡한 홍콩 영화식의 사나이들 의리까지... 게다가 일본인 경찰들에게 학살당하는 한국인 게릴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의 애국심을 충동질시키기까지 합니다. 이 정도면 미지근한 헐리우드 SF 영화보다 휠씬 났죠. 기술력이 딸린다면 아이디어로... ^^
여기에 헐리우드의 빅스타를 넘어선 충무로의 빅스타를 내세운 스타 시스템도 한몫합니다. 남자가 봐도 잘생긴 장동건과 일본 배우인 나카무라 토오루는 영화의 투톱을 이루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제가 소실적에 장동건 닮았다는 소릴 많이 들었었는데... ^^;
이렇듯 저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한국 영화로는 보기드문 기술력 그리고 잘생긴 두 배우의 매력에 빠져 2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 영화의 아쉬웠던 점도 대라면 아쉬웠던 점이 하나도 없이 완벽했다고는 대답할 수 없겠군요.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오혜린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서진호의 갸녀린 목소리는 앞에서도 이야기했으니 생략한다고 하더라도 오혜린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없었더라면 더욱 영화의 진행이 깔끔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드는 군요. 이 영화는 일본인 형사인 사이고와 한국인 형사인 사카모토의 우정과 한일 양국의 관계로 인한 어쩔수없는 비극에 치중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감독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나봅니다. 타임머신으로인하여 헤어져야했던 오혜린과 사카모토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영화속에 끼워 놓음으로써  사랑타령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어필하려 했지만 그건 제거 봐도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하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영화가 복잡해지고 허접해지죠. ^^
그리고 이 영화의 과거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도 약간 어색합니다. 게릴라의 본부에 왠 한복 입은 할아버지가 나타나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듯한 목소리로 사카모토에게 진실을 모두 말해주는 장면은 솔직히... 차라리 다른 이야기를 줄이더라도 사카모토가 직접 진실을 알아내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반일 감정을 들춘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서 한마디... 물론 이 영화 분명 반일 감정을 일방적으로 관객에게 요구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가 반일 감정을 두려워 했었죠? 어렸을때부터 반일 반공 감정이 가득한 교과서로 공부를 했고, 지금도 툭하면 일제 시대의 암울했던 이야기를 하며 반일 감정을 들쑤시는데 왜 이 영화한테만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내미는지... 우리나라 관객들이 무슨 바보입니까? 영화와 현실은 구분할줄 안답니다. 반일감정이 가득한 영화 봤다고 무턱대고 일본 대사관에서 테러하는 바보는 아마 없을 겁니다. 차라리 일본한테 교과서 왜곡같은 짓거리나 그만두라고 하시죠! 그러면 어느정도 반일감정은 없어질테니...

 

 
  


쭈니
이 글을 맥스무비라는 사이트에 올렸다가 대빵 욕먹었습니다. 아마 제게 욕하신 분은 이 영화를 재미없게 보셨나보죠? 그래도 난 이 영화 재미있게 봤는데...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그렇게 무턱대고 욕해도 되는 건가???  2002/02/16    

유종환
하하하..그렇군여..
쭈니님 말이 맞습니다.
재미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있는데 남이 자기생각과 틀리다고 그렇게 욕해선 안되는것이지요.
보통 그런 사람들이 실제 남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졸장부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할소리 못할소리 , 똥오줌을 못가리는 법이지요.
쭈니님의 유명세라고 생각을 하십시오.
저는 그냥 그저그런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90분짜리 영화로 줄였다면 더 좋았을꺼라는생각이^^
 2002/02/17   

쭈니
<2009 로스트메모리즈>의 경우 관객의 기대가 컸기에 그 욕먹는 강도도 다른 영화에 비해 큰 것 같아요. 제 경우엔 그리 큰 기대는 안했거든요. 우리나라의 SF기술에 잘만들어봤자... 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제겐 그런대로 잘만든 영화라고 비춰졌나 봅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 <진주만>재미있게 봤다는 친구와 대판 싸운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 영화 너무 실망했었거든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하고 욕먹는 것이 얼마나 기분나쁜 것인지 깨달았거든요.
 200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