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오션스 일레븐>- 완전 범죄... 그리고 완벽한 영화

쭈니-1 2009. 12. 8. 14:11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개봉 : 2002년 3월 1일

2월 9일 토요일... 오전만 지나면 기나긴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날. 그러나 전 걱정이 앞섰습니다. 조카들이 구정 연휴내내 저희 집에 와있기 때문이죠. 큰 조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그 녀석은 어렸을때부터 조용한 성격에 똑똑하기까지해서 식구들한테 많은 귀여움을 받았죠. 하지만 이 녀석에게도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한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일어날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 오면 저와 자주 컴퓨터 쟁탈전을 벌입니다. 저는 컴퓨터가 여동생의 방에 있는 관계로 평소에는 컴퓨터를 잘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여동생이 약속이 있는 주말에만 사용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런 주말에 큰 조카가 오면 한대의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조카와 와삼촌간의 눈치 작전이 벌어지는 것이죠. 외관상으로 보면 저의 완승일것 같지만 저희 누나가 자주 이 싸움에 끼어들어 자기 아들편을 들어줍니다. 그러면 저희 어머니도 '오랜만에 조카들이 왔으니 컴퓨터 쓰게 해라.'라고 판결을 내려 버리죠. 그러면 전 한마디도 못하고 쬐그만 조카한테 완패 당합니다.
컴퓨터를 빼앗기고 나면 이젠 작은 조카와 비디오 쟁탈전을 벌여야 합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이 고집불통 꼬마 아가씨는 비디오 하나를 빌려오면 적어도 10번을 봐야 직성이 풀립답니다. <포켓 몬스터> 비디오를 빌려오곤 보고 또 보고, 다 보고나서도 또 보고... 제가 '삼촌도 비디오 좀 보자.'라고 하면 여지없이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러면 또 저희 누나는 달려와 '너 왜 우리 예쁜 딸 울리니?'라고 호통을 칩니다. 저희 어머니도 오랜만에 집에 온 누나와 조카들 편을 들죠. 이렇게 저는 조카들만 오면 큰 조카한테 컴퓨터를 빼앗기고, 작은 조카한테는 비디오를 빼앗기고, 완전히 오갈데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리죠. 정말 불쌍하죠???
그런데 이번 4일간의 구정 연휴동안 이 왠수같은 조카들이 온다니 이건 완전히 지옥입니다. 구정인데 자기네 시골 집에나 가지. 왜 저희 집에는 오는 건지... 하루도 아니고 4일동안... -_-;
그래서 2월 9일 토요일 퇴근 시간, 전 조카들이 이미 집에 와 있는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집에 갈수 있었습니다. 조카들이 오기전에 먼저 컴퓨터를 장악하여 굳히기에 들어가기 위해서죠. 집에 가는 동안에도 조카들이 먼저 올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었는지... 암튼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밥도 안먹고 컴퓨터에 앉았습니다. 제가 컴퓨터에 앉은지 몇시간이 지나자 조카들이 오더군요. 전 큰 조카를 한번 째려보고 컴퓨터는 내 영역이라는 것을 그 녀석의 머리에 확실히 심어 놓은 후 승리감에 젖어 컴퓨터로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오션스 일레븐>이죠.
제 영화 이야기를 읽기전 위의 글을 읽고 '왜 서른살이나 되어서 저렇게 사나?'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저 조금 있으면 독립합니다. 그러면 36개월 할부로 컴퓨터도 살겁니다. 이제 곧 쭈니의 궁상의 시절은 지나 갑니다. ^^;

 

 


<오션스 일레븐>은 오래전부터 제가 무지 기대했던 영화입니다. 2000년대 최고의 헐리우드 감독이라는 칭송을 얻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메가폰을 잡았고, 조지 클루니를 비롯하여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 헐리우드의 최고 스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헐리우드 영화팬에게는 최고의 작품인 셈이죠.
이 영화는 오션(조지 클루니)이라는 한 범죄자가 교도소에 출감하자마자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털기위해 동료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오션은 타고난 참모장인 러스티(브래드 피트)를 비롯하여 천재 소매치기 라이너스(맷 데이먼), 폭파 전문가 배셔(돈 치들), 중국인 곡예사 옌, 은퇴한 베테랑 사기꾼 사울 등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11인의 동료를 끌어 모읍니다. 그리고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하나 둘씩 착수해 나갑니다. 물론 오션의 이 무리한 계획에는 이유가 있었죠. 그의 전 부인인 테스(줄리아 로버츠)가 냉혹한 카지노의 주인인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와 사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베네딕트의 카지노를 범행의 목표로 삼음으로써 돈은 물론 테스까지 되찾으려 합니다. 자! 과연 오션과 그의 11인의 동료들은 이 불가능한 범행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물어보나 마나한 질문이죠! ^^)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이 엉뚱한 12인의 범죄자들이 한 팀을 이루어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를 성공으로 이끄는 과정을 그린 기막힌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솔직히 맨처음 오션이 카지노의 금고를 설명할때 관객인 제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건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정도입니다. 이런 불가능한 범죄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분명 어딘가에 허술한 장면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소더버그 감독은 최고의 감독답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 영화의 내용을 이끌어나가며 단 하나의 티끌조차 허용을 하지 않습니다. 오션을 비롯한 11인이 자신의 임무를 완성해나가며 이 불가능한 범행을 한걸음씩 성공으로 이끌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럴수가...'라며 탄성을 지르는 것 뿐이었죠. 베네딕트의 성격과 생활 방식까지 완벽하게 꿰뚤어 보고, 내부에 첩자까지 심오놓은 후 라스베가스의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는 헤비급 권투 챔피온의 경기가 있는 어수선한 시간을 틈타 벌이는 그들의 이 치밀한 범행은 범죄 영화를 수없이 봐온 제가 보더라도 그야말로 기가 막힙니다. 특히 자신의 금고 강탈에 대처하는 베네딕트의 성격을 이용하여 유유히 카지노를 벗어나는 마지막 장면은 베네딕트 뿐만아니라 제 뒤통수를 치는 아주 기가 막힌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 영화의 재미뒤에는 소더버그의 연출력이 있었다는 것 또한 배제할 수 없죠. 솔직히 이 영화엔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는 스타급 배우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죠. 감독으로써 그들을 통제하고 최고의 연기를 뽑아내는데에는 분명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할겁니다. 몇년전 해리슨 포드와 브래드 피트가 함께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던 <데블스 오운>이라는 영화의 경우 이 두 스타급 배우를 감독이 통제하지 못하여 영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바람에 실패했었습니다. (이건 어떤 신문 기사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소더버그 감독은 무려 5명이나 되는 스타급 연기자들을 모아 놓고도 그들에게 가장 알맞는 배역을 주며 잘 통제해 나간겁니다. 제가 소더버그 감독이 이들을 잘 통제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 것은 바로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 속의 오션 일행의 팀 플레이 만큼이나 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배우들의 팀 플레이도 매우 안정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자신이 영화에 등장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최고의 스타들은 모두 한결같이 조연같은 주연의 길을 걸은 겁니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는 각각 <에린 브로코비치>와 <조지 클루니의 표적>에서 소더버그 감독의 호흡을 맞춘 후 자진해서 이 영화의 출연을 요청했을 정도라니 소더버그 감독에 대한 배우들의 신뢰가 믿어지는 부분입니다. (이것도 신문기사에서 읽은 겁니다.)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정신없이 이 영화에 대한 칭찬만 늘어 놨군요. 하지만 최근들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전 주저없이 이 영화를 꼽을 겁니다. 부담없는 줄거리와 깔끔한 영상, 헐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행운까지... 만약 약간 복잡한 일때문에 요즘 골치를 썩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전 이 영화를 한번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군요. 저의 경우 이 영화를 보고나서 4일간 조카들과 벌일 컴퓨터와 비디오 쟁탈전을 깨끗이 잊고 연휴를 아주 즐거운 기분으로 보낼 수 있었거든요. 좋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영화 관람중인 2시간 동안 현실을 잊게 해주는 것도 좋은 영화지만 제 생각에는 보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영화야 말로 정말 좋은 영화 같습니다. 특히 이 영화처럼 보고나서도 그 유쾌한 기분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요? ^^

 

 



인연지기
이 영화 넘 보구 싶어여^^  2002/02/21   
쭈니 보세요. 재밌어요. ^^  2002/02/21    
펫포코
완벽한 출연진의 유쾌한 범죄이야기- 꽤 시간이 흐른후에 문득 이 영화를 떠올려 보면 항상 깔끔한 뒷 마무리가 기억에 남더군요- 재밌었던 영화였어요- ^ ^  2005/07/30   
쭈니
하지만 2편은 너무 실망스러웠던... ^^  2005/08/30   
까리~한 영화 ㅎ  2009/01/08   
쭈니 '까리'가 뭔 뜻일까요? 암튼 저는 요즘 새로운 용어에 적응하기 어려운 30대 후반의 아저씨랍니다.  2009/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