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패럴리 형제
주연 : 잭 블랙, 기네스 팰트로우
개봉 : 2002년 2월 22일
작년 여름 <슈렉>을 보았을때 저는 그저 감탄만을 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슈렉>은 예쁜 공주와 잘생긴 왕자의 로맨스라는 통념을 깨고 못생긴 괴물과 못난이 공주의 로맨스를 그림으로써 지금까지는 생각조차 못했던 스토리를 구축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슈렉>에 대한 어떤 여자분의 짧은 글이 이러한 제 생각에 일침을 가했죠. 그 분은 <슈렉>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보기엔 못생긴 놈은 못생긴 년과 사귀라는 얘기처럼 보이더라...'
그 분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로 그렇더군요. 주인공인 슈렉이 못생긴 괴물이기에 공주 역시 못난이 공주로 변형시켰다는...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죠? 아마 슈렉이 잘생긴 왕자였다면 공주도 그렇게 못난이로 변하지 않았을거라는 것입니다.
아마 그분이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라는 영화를 봤더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뚱보는 뚱녀하고만 사귀라는 말인가???'
다짜고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대한 영화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내내 울분을 터뜨리며 '뚱녀도 잘생긴 남자 만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을 그 분이 자꾸 생각나서... ^^;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그야말로 아주 간단한 내용입니다. 어렸을때 몰핀 주사때문에 혼미한 정신으로 남긴 아버지의 유언때문에 여자는 무조건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할...
하지만 능력있고 사려깊은 그이지만 땅딸보인데다가 결코 잘생기지 못한 외모때문에 미녀들한테 언제나 외면만 당합니다. 그러한 그가 최면술사를 만나고 그 최면술사는 할에게 여자의 외모가 아닌 마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그 후 할은 로즈마리라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 미녀를 만나게 되죠. 하지만 할에게는 완벽해보이는 그녀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엔 엄청난 거구의 뚱녀였으니...
아마 이 정도 줄거리라면 왠만하신 분들은 스토리는 물론 이 이야기의 결말까지 완전히 파악되셨을 겁니다. 분명 이 영화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의 마음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죠. 사실 그러한 것을 누가 모른 답니까? 알면서도 아름다운 여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것을... ^^
자! 일단 아무 생각없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 무지 재미있습니다.
특히 <메리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연출했던 패럴리 형제는 예전과는 조금은 가벼워진 화장실유머를 펼침으로써 예전의 그들의 영화를 보며 적응하지 못했던 관객들까지 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에 끌여 들입니다.
거기에 기네스 팰트로우의 산뜻한 매력까지... 물론 극중 배역이 100kg이 넘는 엄청난 거구의 뚱녀이지만 거의 대부분 아름다운 그 모습 그대로 나옴으로써 기네스 팰트로우의 팬인 저를 즐겁게 해줍니다. 기네스 팰트로우가 자신의 몸에 2배에 달하는 엄청난 특수분장으로 100kg의 거구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정액을 무스인줄 착각하고 머리에 바르는 엽기적인 장면은 없었으니까요... (<메리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카메론 디아즈)
할의 눈에는 완벽한 미인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거구인 로즈마리와 할의 웃기는 데이트는 시종일관 저를 재미있게 했습니다. 물론 후반부의 로즈마리의 본 모습을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결국에는 로즈마리와 할을 이어주는 라스트 역시 로맨틱 코미디로써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결말이라 할 수 있죠.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리봐도 질리지않는 로맨스에 대한 환상과 유쾌한 코미디의 만남. 거기에 헐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이 가동되면 저는 그야말로 정신을 못 차리죠.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아무리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라고 외친다지만 사실 외적인 면에대한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은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인것을...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즈마리가 아무리 뚱녀로 설정되었다지만 관객의 눈에는 어여쁜 기네스 팰트로우로 보이는 것을...
자! 기네스 팰트로우에 매료되었던 풀린 눈을 원상복귀시키고 '못생긴 놈들은 못생긴 년과 사귀어야하는 거야?'라고 외치던 예전 그 분의 정신을 살려 이 영화를 다시 한번 조명해보죠. ^^
먼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똑같이 못난이에 뚱보라는 설정이 눈에 들어오는 군요. 영화의 내용상 로즈마리가 엄청난 뚱녀라는 설정은 어쩔수 없다 치더라도 왜 남자 주인공인 할이 못생긴 땅달보여야 하는 거죠?
자! 만약 할이 아주 잘생긴 청년이라고 가정을 해보죠.
'너무나도 잘생긴 할은 완벽한 여자를 만나야한다며 진정한 사랑을 외면하다가 결국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잇는 능력을 부여받고 못생기고 뚱녀인 로즈마리와 사귀게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이다...라는 것을 강변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할을 잘생긴 미남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텐데...
이 부분에서 그 여자분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군요.
'못생긴 남자는 못생긴 여자와 짝을 맺어야한다...'
이 영화속, 할의 직장 동료들이 할에게 충고해주는 장면에서 이러한 혐의가 강하게 풍기는 군요.
할이 미녀들만 쫓아다니자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충고합니다.
'사려깊고 착한 너가 왜 여자 고르는데엔 그런지 모르겠어!'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그냥 네가 만나는 여자들이 너와는 수준이 다른 것 같아서...'
오~호~ 이건 못생긴 너에겐 예쁜 미녀들은 어울리지 않으니 못생긴 여자나 찾아보라는 뜻? 딱걸렸어~~~ ^^;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선입견들은 이 외에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봉사 활동 하는 사람들은 모두 못생겼다는 것과 예쁜 여자들은 절대 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중 봉사 활동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못생겼다는 이 영화의 선입견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봉사활동이란 못생긴 것들이 할 짓 없어서 어쩔수 없이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그도 그렇게 생각할것이 이 영화에 나오는 못생긴 캐릭터들이 (할의 눈엔 미남 미녀로 보이는 그들이...) 모두 봉사 활동 하는 사람들이었으니... 하물며 편찮으신 할머니를 돌보기위해 올라온 시골 처녀까지...
영화의 재미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보고나면 봉사활동 하고 싶지 않을겁니다. 봉사활동해서 아무리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우면 뭐합니까? 못난이인걸...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줄아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지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을... ^^;
이 영화가 관객을 웃기는 장면들도 역시 뚱녀인 로즈마리를 놀리는 것들입니다. 그녀가 보트를 타면 배가 한쪽으로 기울고, 음식점의 의자들은 산산조각이 나고, 그녀의 팬티는 낙하산만 합니다. 수영장에선 그녀의 다이빙으로 아이들까지 날라갑니다. 이쯤되면 뚱녀들 이 영화보며 '맞아!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자신을 놀리는 이 영화에 분노를 터뜨릴만 합니다. 게다가 로즈마리는 할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 딸입니다. 왜하필... 부자아닌 뚱녀는 할같은 남자도 만날 수 없다는 말인가? 이쯤되면 할이 로즈마리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낀 것이 맞는지 한번 의심해봐야 겠죠? (너무했나???)
이 영화는 할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눈을 떠가는 행로를 그린 영화라지만 이렇게 놓고보니 못생기고 뚱뚱한 할이 자신의 주제를 알고 자신의 외모에 걸맞는 여자를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같군요. 게다가 그 여자가 할의 회사 회장의 외동딸이니... 못생긴 할은 자신의 외모에 걸맞는 여자도 얻고 돈과 명예까지 거머쥐었으니... 이거 해피엔딩 맞죠?
이상으로 쭈니의 영화 비꼬며 뒤집어 까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