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큐브 2 - 하이퍼큐브] - 사지절단은 없다.

쭈니-1 2009. 12. 8. 15:49

 



감독 : 안드레이 세쿨라
주연 : 게레인트 윈 데이비스, 카리 매쳇, 닐 크론, 매튜 퍼거슨
개봉 : 2003년 1월 24일

1999년 [큐브]가 개봉되었을때 저는 예고편만으로도 이 끔찍한 영화의 관람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5명을 큐브라는 정육면체의 미로와도 같은 방에 가두어 놓고, 이들이 하나둘씩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깜깜한 극장에서 혼자 보고있기에는 저는 너무나도 겁이 많았었습니다. [큐브]가 비디오로 출시되었을때조차 저는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이다가 이 끔찍한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2003년 [큐브 2]가 '하이퍼큐브'라는 부제목을 달고 국내에 개봉을 하였습니다. [큐브]를 보지않았으면서도 그 명성만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던 저는 [큐브 2]의 개봉 소식만으로도 오싹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예산 영화인 [큐브]가 헐리우드로 건네가 또 얼마나 거대해지고 잔혹해졌을지... 때맞춰 공포 영화라면 환장을 하던 나의 그녀는 '이젠 더이상 공포 영화를 보지 않겠다'라고 선언을 한뒤였기에 또다시 혼자 그 컴컴한 극장으로 몰릴 위기에 빠진 저는 [큐브 2] 역시 관람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러던중 사촌동생이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저희 집으로 놀러왔습니다. 저와는 10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면서도 저보다 휠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겉늙은 사촌동생 녀석은 나의 그녀와 맞먹을 정도로 공포 영화광이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집으로 놀러온 사촌동생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사촌동생과 함께 [큐브 2]는 물론이고, 그동안 보지 못하고 컴퓨터 속으로 꼭꼭 숨겨두었던 공포 영화들을 모조리 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어젠 공포 영화만 연달아 두편을 보고 자는 바람에 꿈속에서 제가 형사가 되어 토막살인의 범인을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을 정도입니다. 오늘도 녀석과 함께 밤새 공포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 예정입니다. 볼땐 너무나도 무서워서 베개를 꼭 끌어안고, 컴퓨터 모니터에 최대한으로 멀리 떨어져 보면서도, 왜그리 보고 싶은건지... 아무래도 공포 영화광인 나의 그녀에게 전염되었나 봅니다. ^^;


 




[큐브 2]는 35만달러라는 저예산 영화였던 [큐브]를 헐리우드의 거대 자본을 들여 완성한 속편 영화입니다. [큐브 2]는 이렇게 스케일이 커진만큼 전편인 [큐브]보다 더욱 정교해지고 화려해졌습니다. 하이퍼큐브라고 이름이 지어진 [큐브 2]의 세계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시간의 개념이 무색한 4차원의 세계입니다. [큐브]가 각 방에 설치된 살인 무기들로 인하여 등장 인물들을 하나,둘씩 무자비하게 처치하는데 비해 [큐브 2]는 이런 원초적인 살인 무기가 아닌 좀더 고차원적인 물리 이론으로 등장인물들을 가두고 하나,둘씩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습니다.
이렇듯 좀더 고급스러워지고, 고차원적이 되어버린 [큐브 2]는 그러나 전작인 [큐브]가 가지고 있는 그 무자비함의 재미를 스스로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큐브]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아무 영문도 모르고 미로와도 같은 방에 갇힌 등장인물들의 공포입니다. 그들은 이 방에 어떠한 치명적인 위협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고, 이 무시무시한 공간을 빠져나가는 방법 또한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하나,둘씩 사지절단이 되어 죽어갑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자신이 마치 큐브속에 갇힌 듯한 극한 공포에 빠지고 다음 방에는 또 어떤 공포가 있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이러한 재미는 [큐브 2]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등장인물은 조금 늘어났지만 인물의 구성은 엇비슷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관객이 느끼는 공포 역시 똑같습니다. 하지만 [큐브 2]에는 결정적으로 [큐브]와 같은 사지 절단이 없습니다. [큐브]에서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사지절단에 의해서 죽는데 반에 [큐브 2]에서 사지절단으로 죽은 인물은 제리(닐 크론)뿐입니다. [큐브 2]의 위협은 [큐브]와 같은 원초적인 살인 무기가 아닌 조금은 고차원적인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영화를 세련되게 보이게 할지는 모르지만 '관객이 체감하는 공포'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전편보다 떨어집니다. [큐브 2]의 죽음은 최소한 사지절단은 거의 없으니까요. ^^


 




이렇게 사지절단을 최대한으로 자제함으로써 그 스스로 전편이 가지고 있는 무자비한 공포에의 재미를 잃어버린 [큐브 2]는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답게 뭔가 알 수 없는 음모속에 관객들을 몰아넣고, 심리적인 공포와 물리학적인 공포를 제시함으로써 영화를 고급스럽게 포장합니다.
그러나 평면 우주와 시간의 개념의 혼동 등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물리학적인 위협은 분명 [큐브]보다 고차원이 되어버렸지만, 그냥 단순하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협에 빠져서 죽어야했던 전편과 비교해서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 속의 물리학적인 위협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않아서 애먹었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물리학에 별로 소질이 없는 사람들에겐 정말 어려운 영화가 될듯...
이러한 [큐브 2]의 시도는 저예산 영화인 [큐브]와는 뭔가 다르고 세련되어야 한다는 헐리우드의 강박관념에서부터 비롯된 듯 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아무 이유없이 미로와 같은 방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원초적인 살인 무기로 이들을 죽였던 [큐브]와는 달리 이 영화에는 이 모든 일에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으며, 고차원적인 그렇기에 세련되어 보이는 위협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헐리우드의 강박관념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폐아가 환한 빛이 쏟아지는 큐브밖의 세상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막을 내렸던 전편과는 달리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몰래 숨겨 놓기고 했습니다. 아마 [큐브]를 봤던 관객들에겐 [큐브 2]의 반전은 새로울 수도 있고,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꼭 모든 것에 이유를 달아야 하고, 마지막엔 꼭 반전을 집어넣어야 하며, 세련되게 포장하려하는 헐리우드의 강박관념이 조금은 불쾌했습니다. [큐브]와 같은 무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극한 공포를 기대했는데, 뒤에 추악한 음모를 감추고 있는 고차원적인 공포를 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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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공포영화가.....흑흑...
쮸냐~하이퍼큐브는 봐도 되지 않을까?
별루 놀랠것도 없을것 같은데...그리두 또 반전이 있다니 더 보고 싶어지넹....큐브 1편은 사실 반전같은거 없었쟎아...
 2003/01/25   
나루
전....큐브2 정말 대단한영화라고 생각해는덴 보고나서
이것이 인간이 만든영화인가 정말 마지막이 좀황당 했지만
정말 대단한 영화를 본것 같다는 생각.....
너무나두 칭찬하고픈 큐브2
 2003/01/25   
쭈니 구피의 꿈... 글쎄. [큐브]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반전없이 그냥 끝나는 것이 오히려 이 영화에겐 어울릴듯... 내 사촌동생왈... [큐브]가 더 재미있었다는군.
나루... 나루님은 [큐브2]가 무지 재미있으셨나보군요. 전 극장에서 안보고 컴퓨터로 봐서인지 몰라도 약간 실망... ^^
 2003/01/25   
winmir
큐브 보고 나서 많이 놀랐죠..제한된 공간에서 어떠헤 저런 영화를 만들수 있는지 오로지 보이는건 큐브뿐..
이 여화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그렇게 실망스럽지 않더라고요...
뭔가 과학적인 지식(?)도 얻게 되고..

내가 또다른 어딘가에 존재한다는...으..섬뜩하다..
 2003/02/18   
쭈니 알고보니 평면우주라는 논리는 이연걸 주연의 [더 원]에서 이미 선보인바가 있더군요.
과연 그 논리가 맞는 걸까요?
이 세상 어딘가에 또다른 내가 살고 있다는... 글쎄요. 저는 별로 믿어지지가 않네요. ^^
 2003/02/18   
투야
큐브를 추천합니다.
저도 공포영화는 거의 못보는 수준인데,,(여고괴담에서 자살목격신에 뛰쳐나왔다죠..16분쯤..? ㅋ)
절대 제가 선택할 영화는 아니었지만..
공포영화인줄 모르고,,(그냥 방안에 졸졸이 모여있길래..
그게 공포영화일거라 생각 전혀못한나.._--:)
엠비씨 토요명화로 보았더랬죠.
그러나... 쭈니님처럼.. 전 절대 티비를 끄지 못했습니다.
사지 절단 되는것이 나와도.. 왜 저들이 저렇게 갇혀있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도 끌수는 없었습니다!! 왜???
알수없는 큐브만의 공포는 정말..궁금하기 그지 없었거든여
마지막엔.. 가르쳐줄줄 알았습니다!!
저들이 왜~~ 갇혀야 하는지..ㅡㅡ; 버뜨,,,,
끝까지 가르쳐 주지 않더군요.. 오직..권선징악만을 남긴채..
그렇게 끝나는 저 영화~~ 아.. 진짜 강츄입니다.
사실,, 다시 보고 싶지만,, 같은 영화2~3번 보는게 취미지만
너무 무서워 늘 생각만 한답니다.. ㅜ.ㅜ
 2006/05/27   
햐양노을
큐브1편 제로와는 전혀 다른영상과 시도를 햇지만
제눈엔 그저 유치하기짝이없는 시각이 눈을 괴롭협습니다
솔직히 큐브의 매력은 바로 큐브안에 있는 사람들의 위기와
죽음도 있지만 한줄기 희망이 있다는것에 있죠...무언가
보일듯한 공식....잡힐듯말듯...하지만 큐브2에는 공식과
희망은 무시한체 살육만 전제로한채 그림을 그려낸거 같아서
안타깝네여...솔직히 큐브1편을 독창성과 창의력 긴장감
내용의 짜임새등 점수를 90점준다면 2는 반도 못미치는 40점을
주고도 좀 깎고 싶습니다..ㅋ
 2006/07/03   
쭈니 역시 1편을 봐야만 하는 군요.
하지만 무서운걸... ^^;
 200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