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7년 아짧평

삼거리극장 (2006)

쭈니-1 2009. 12. 10. 23:03

 

 



감독 : 전계수
주연 : 김꽃비, 천호진

요즘 불안하다.

요즘 제 생활이 불안불안 합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원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아 이제 백수생활을 청산하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룹 회장의 최종 결재를 받아 출근일을 알려주겠다던 회사에서 두번이나 기일을 연기시키네요.
회장의 결재가 늦어져서 그러니 좀 더 기다려달라고는 하지만 최종 합격 통지를 받은지 벌써 2주가 지난 상태이니 저도 구피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젠 회사의 전화를 기다리느라 영화보러 극장에도 못가고 우두커니 해드폰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도 전화를 기다리다가 그냥 할 수 없이 제가 먼저 전화를 걸었답니다.
역시 대답은 '좀 더 기다려주세요.'입니다.
뭐가 잘못 된것인지...
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7월 1일부터 출근해달라는 다른 회사에는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서 그 마음을 달래보고자 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극장엔 가지 못하고 집에서 컴으로 봤죠.
그 영화가 바로 [삼거리 극장]입니다.

뮤지컬로 위로받고 싶었다.

제가 하필 [삼거리 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의 장르가 바로 뮤지컬이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은 우리영화에는 흔한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흥겨운 음악과 쇼가 있는, 한마디로 불안하고 지친 마음을 잠시라도 달래줄 수 있는 위력을 지닌 장르입니다.
그런 제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분위기가 음습해서 그렇지않아도 불안한 제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중반부터 본격적인 음악과 쇼가 펼쳐지자 점차 마음이 풀리고 흥겨워지네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B급 영화적인 정서도 흥미로웠고, 영화속의 영화인 [소머리 인간 미노스]도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 반전까지 준비되어 있는 근래 보기드문 수작이더군요.

이 영화가 왜 흥행실패했을까?

하지만 [삼거리 극장]은 흥행에서 실패했습니다.
스타급 배우도 안나오고, 뮤지컬이라는 낯선 장르도 관객들의 외면에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편견을 버리고 이 영화를 본다면 분명 재미있을 것입니다.
일제후기에 만들어진 저주의 영화 [소머리 인간 미노스]로 인하여 죽어서도 이승을 떠도는 삼거리 극장의 귀신들.
그리고 집나간 할머니를 찾아 운명처럼 삼거리 극장을 찾게된 소단(김꽃비)과 삼거리 극장의 주인이자 [소머리 인간 미노스]의 감독인 우기남(천호진)의 사연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동네의 허름했던 동시상영 극장의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으며, 뮤지컬 배우로 잔뼈가 굵은 박준면(남자배우가 아닌 여자다.)의 멋진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 의미없는 코미디 영화보다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잘만든 저예산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더 많이 잡아야 할텐데...
암튼 이 영화의 흥행실패가 아쉽기만 하네요.

IP Address : 211.208.228.24 
바이올렛
쭈니님이 아주 잠깐 제목에다 '강추'라는 글씨를 덧붙여 놓으신것을 보고 '그렇게 괜찮나...?' 라는 생각을 했었죠.
이네 '강추'라는 글씨는 사라졌지만 언젠간 이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드뎌 오늘 봤네요^^

첨엔 좀 지루하더라구요. 일단 우리나라 영화 치고는 소재가 독특하고, 무대 연기처럼 진행해 나가는 것을 보고는
'움.. 이런걸로 높게 평가받았나?.. ' 라는 생각을 하며
그만 봐야겠다...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이내 화면을 끄지 못하고 그냥 저냥 봤는데 다 보고 난 제 느낌은 아주 만족스럽네요.

아무리 알려줘도 B급 영화의 정의를 알 수 없는 저에게 B급 영화니 뭐니 이런 말은 의미 없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소머리 인간 미노수' 설정이 특히 맘에 들어요.
그 소머리를 쓰고 있는 배우가 누군지도 무척 궁금하던데요^^

참 '멋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음악이 좀 아쉽더군요.
아니, 좋은 만큼 부족했다고 해야되나?
'똥싸는 소리' 같은거는 정말 좋았는데
더 좋을 수 있을것 같은 느낌...

박찬욱이나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아니어도
완전 충족이 가능한 한국영화를 발견해서 기분 좋네요.^^
 2007/08/05   
쭈니 '아짧평'에 강추라는 아이콘을 며칠간 달았었습니다.
그런데 구피가 '유치해'라고 한마디 하는 바람에 얼른 지워버렸다는... ^^;
네 저는 [삼거리 극장]의 왠지 촌스러우면서도 독특한 면이 좋았습니다.
저 역시 마지막 '소머리인간 미노수'장면이 참 맘에 들었답니다.
흥행에 참패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좋은 영화를 발견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답니다. ^^
 2007/08/05   
손돌
좀 당황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2007/08/17   
쭈니 저 역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그 당황스러움이 싫지만은 않은 영화였습니다.  2007/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