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재용
주연 : 김옥빈, 이켠, 박진우
새로움에 기대를 걸다.
[정사],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통해 연출력을 과시했던 이재용 감독이 [다세포 소녀]를 만든다고 했을때 조금 의외였긴 했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대를 넘나드는 고품격 멜로 영화에서 그 능력을 발휘했던 그였기에 다분히 청소년 취향의 이 영화도 세대를 뛰어넘는 재기발랄한 코믹 영화가 될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때문에 B급달궁의 원작 만화도 열심히 봤습니다.(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원작 만화를 보고나니 영화가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과연 엽기적인 상상력으로 뒤범벅이된 이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한편의 영화로 묶을 것인지...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이 간간히 전해지면서 호기심이 점점 증폭되었습니다. 우리 영화로는 드문 뮤지컬 영화에 원작의 상상력을 이어받은 B급 정서, 그리고 낯뜨거운 에로티즘까지... 과연 새로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영화는 관객앞에 과감하게 보여줄 태세였습니다.
개봉 후 네티즌들의 반응... 최악
하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되자 들려오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찬사가 아닌 온갖 악평들의 뒤범벅이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쨌길래... 그래도 이재용 감독인데... 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지만 요즘 영화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제게 악평에 시달리는 영화를 일부러 챙겨 볼 정도로 너그러울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비디오로 출시될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 영화에 대한 악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악평들이 오히려 제게 또다른 호기심을 안겨 주었습니다. 얼마나 최악이길래 이럴까하는... 그래서 이사 후 첫 비디오 대여점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 의미있는 순간의 영화로 [다세포 소녀]를 선택하였습니다.
새로움만이 전부는 아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 영화가 악평에 시달릴만한 이유는 충분하더군요.
분명 [다세포 소녀]는 새로운 영화입니다. 새로운 형식에, 새로운 에피소드에, 새로운 과감함마저 보입니다. 하지만 새로움이 전부는 아닙니다. 새로움만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가 없는 법이죠.
이 영화를 보며 문득 생각난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미지왕]이라는 1996년 개봉 당시 상당히 새롭고 파격적인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흥행에선 철저하게 실패했죠. 왜냐하면 제가 보기엔 그 새로움이라는 것이 너무 역겨웠거든요.
[다세포 소녀]는 역겨울 정도는 아니지만 새로움이 지나쳐 도저히 영화를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하나의 스토리가 아닌 에피소드의 나열로 이루어진 원작을 둔 탓에 영화도 뜬끔없는 에피소드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신인들로 이루어진 배우들은 오버연기(하긴 영화 자체가 오버이니...)로 일관하고, 중견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은 즐겁기보다는 보기 불편했습니다.(이원종의 세일러복...)
마지막 이무기 장면에선(원작을 끝까지 읽지않은 탓에 이 이무기 장면도 원작의 에피소드를 빌린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실소만이 나옵니다.
이재용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전혀 심각하지 않게 10대 취향의 재기발랄함으로 새로움을 구축하려 했지만 그것은 인터넷 만화에선 먹힐지 몰라도 10대와 2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가 모두 공존하는 영화에는 부적합했습니다. 10대들마저 이 영화를 반기지 못한듯 보이니 한마디로 이 영화의 새로움은 그냥 새로운 시도로 끝나는 아쉬움만을 안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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