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6년 아짧평

데스 노트 Death Note (2006)

쭈니-1 2009. 12. 10. 22:20

 

 



감독 : 가네코 슈스케
주연 : 후지와라 타츠야, 마츠야마 켄이치

원작을 읽지 말았어야 했다.

요즘 일본 영화가 자꾸 땡깁니다. 일본 영화가 처음으로 개방되고 극장가에 선보였을때만해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같은 멜로 영화와 예술 영화들이 전부였는데 어느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시작하여 [일본침몰]같은 블럭버스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로 절 유혹하고 있답니다.
이번에 제가 필이 꽂혀버린 영화는 [데스노트].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지 포스터를 채운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저 두 사내의 모습에 마음이 빼앗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 실수는 바로 그 순간 주저없이 극장으로 향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데스노트]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했고 결국 일본에서 아니 국내에도 꽤 알려진 만화를 원작으로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코 저는 원작만화를 읽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k군님의 충고를 가슴깊이 새겨야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보다 만화를 먼저 선택했고 만화를 읽던중 영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데스노트]는 정말 실망스러운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시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찾기 힘든가봅니다.

왠지 허술하다.

원작의 묘미는 탄탄한 두뇌 싸움입니다. 키라와 L의 두뇌 싸움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치밀합니다. 중반 L이 죽고 그 빈자리를 니아와 멜로가 메꾸었을때도 이들의 두뇌 싸움은 결코 느슨해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복잡해집니다. 키라의 추종자들과 제 2의, 제 3의 키라가 등장하며 스토리는 점점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갑니다. 현재 11권까지 읽었는데 과연 완결편인 12권에서 어떤 끝맺음을 할지 전혀 예측불가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아닙니다. 원작에서의 상황을 약간 변화시킨 영화는 큰틀에선 원작의 뒤를 좇는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원작의 탄탄함이 약간 느슨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원작에서 라이토와 L이 대학에서 만나 서로의 신경전을 펼치는 장면이 좋았는데 영화에선 라이토의 대학 생활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그 미묘한 신경전이 생략되어져 아쉬웠고, 초반부터 라이토의 여자 친구가 너무 부각되어 실망스러웠습니다.
라이토의 여자친구가 부각되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실체가 밝혀지며 원작의 차가운 이미지의 라이토는 영화에선 왠지 비열해 보였답니다. 분명 원작에서도 라이토는 여자를 단지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키라로써 한참을 활동한후의 변화입니다. 영화처럼 처음부터 여자는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비열한 인간은 아니었단 말입니다.
아직 2편이 개봉되지 않는 시점에서 벌써부터 이 영화가 허술하다고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원작의 재미에 빠져 순식간에 11권의 책을 독파해버린 저로써는 영화 [데스노트]는 분명 맘에 들지 않는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키라의 카리스마는 어디로?

영화 [데스노트]에 대한 불평글을 읽으면 대부분 라이토 즉 키라를 연기한 후지와라 타츠야가 원작의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구피도 처음엔 영화를 보다가 '라이토가 너무 아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영화에 흥미를 잃어버리더군요.
[데스노트]는 분명 키라가 주인공입니다. L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지만 원작에선 중간쯤에 죽고(영화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뒤를 잇는 니아와 멜로는 L에 비해 약간 카리스마가 부족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의 지적대로 후지와라 타츠야는 키라를 연기하기엔 이미지가 부적합해 보입니다. 왠지 약해 보이고, 영화의 마지막엔 비열해 보이기도 합니다. 키라는 삐뚤어진 정의감을 가지고 있을뿐 절대 비열한 캐릭터는 아닌데 영화에선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키라라는 캐릭터가 매력을 잃어버리면 [데스노트]는 그 자체로 재미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키라의 존재가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후지와라 타츠야로는 2편을 기대하기도 힘들 정도로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L을 연기한 마츠야마 켄이치는 원작의 L을 완벽하게 재현했지만 원작대로라면 2편에선 그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을것 같던데... 아쉽기만 하네요.
암튼 이제 곧 원작도 12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아직 출간이 되지 않는 탓에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 그리고 내년초엔 2편이 개봉된다는 군요. 조만간 만화도, 영화도 끝을 맺을텐데, 영화 [데스노트]가 좀더 분발하여 만화 [데스노트]의 재미를 중간이라도 좋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P.S. 이 영화를 디빅으로 봤는데, 디빅에선 영화 중간중간에 'TV특별판'이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혹시 드라마중 중요 장면을 압축하여 영화로 개봉시킨건 아닌지... 예전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TV특별판을 보고 영화인줄 착각했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 영화도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을런지...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답변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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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후후후  2006/11/22   
쭈니 왠지 '그러게 내 말듣지'라고 속삭이는 듯한 웃음이군요. ^^;  2006/11/22   
조광만
실망. 실망. 대실망 이었습니다.-_-;;  2006/12/09   
쭈니 저와 비슷하시군요.
하지만 2편은 꼭 볼 생각입니다. ^^
 2006/12/09   
wephy
전 이영화 친구랑 보기로하고 3장을 예매하고는
끝가지 보겠다던 친구를 뒤로한채 남은 한명과 예매 취소를 했다는...이유는 예고편을 보고...혹시 마이보스마이히어로라는 일본드라마를 아실런지...두사부일체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요
거기에 나오는 여주인공중 하나인 선생이 시오리???그역으로 나와 전혀 이미지 매치가 되지않아 접었습니다...2편도 안볼려구요//
 2007/01/11   
쭈니 호오~ 대단하시군요.
예매까지하셨다가 취소라니...
뭐 원작에 비한다면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2편도 개봉했는데... 원작과 다른 결말이라는데... 궁금하긴 하네요. ^^
 2007/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