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6년 아짧평

할로우 맨 2 Hollow Man II (2006)

쭈니-1 2009. 12. 10. 22:22

 

 



감독 : 클라우디오 파
주연 : 피터 파시넬리, 로라 레간, 크리스찬 슬레이터

정말 안볼려고 했다.

웅이를 처남집에 남겨놓고 집으로 돌아온 토요일 저녁. 사실 일주일내내 몸과 마음이 피곤했기에 그냥 침대에 파묻혀 잠을 자도 부족할 판이었지만 오랜만의 이 여유로운 자유의 시간에 영화 한편 보지않고 넘어가면 섭섭할 것 같아 구피를 끌고 비디오 대여점으로 갔습니다.
토요일 저녁이라서인지 볼만한 영화는 모두 대여중인 상태에서 제가 고른 영화는 [마이애미 바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재미있겠다'라며 구피가 고른 영화는 [할로우 맨 2].
사실 [할로우 맨 2]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폴 베호벤 감독이 연출한 1편도 별로였고, 케빈 베이컨, 엘리자베스 슈 등 1편의 주인공들이 안나오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가짜 속편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감독은 클라우디오 파. 그가 누구냐고요? 혹시 [코로나도]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기억이 안나신다면 '아짧평'에서 찾아보시길...) 암튼 최악의 어드벤처 액션 영화로 제 기억속에 자리잡은 [코로나도]가 클라우디오 파 감독의 데뷔작이죠.
하지만 오랜만에 구피가 고른 영화이니만큼 [마이애니 바이스]와 함께 빌려왔습니다. 그리고 러닝타임이 짧은 [할로우 맨 2]를 먼저 보고 토요일 밤은 아쉽지만 그만 접기로 했답니다.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

그래도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나온다길래 아주 엉망인 영화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영화를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감기는 눈을 참기 힘들 정도로 이 영화는 아주 전형적인 B급 액션 영화의 길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1편도 그리 썩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투명인간이라는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된 한 남자가 자신의 마음 속 깊숙한 곳의 욕망과 질투에 휩싸여 점점 악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폴 베호벤 감독 특유의 오락 영화로 만들어낸 [할로우 맨]과는 달리 이 영화는 '미국방성의 프로젝트.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악인. 쫓고 쫓기는 남자와 여자'같은 듣기만해도 스토리가 쭈욱 나열될 만한 소재들로 엉겨붙어 있습니다.
다음엔 어떻게 되겠다라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나올만큼 너무 뻔하게 진행되던 이 영화는 정작 투명인간은 그저 악인에 불과한 심심한 액션 영화였습니다. 투명인간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통해 이렇게밖에 포장하지 못하는 감독의 능력이 [코로나도]에 이어 다시한번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는 도대체 왜?

크리스찬 슬레이터. 이젠 한물간 배우처럼 인식되고 있는 그이지만 제겐 꽤 추억이 있는 배우입니다.
그의 데뷔작인 [장이의 이름]에서부터 제가 그에게 빠져든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볼륨을 높여라], [트루 로맨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브로큰 애로우] 등등 그는 80년대말과 90년대 중반까지 매력적인 영화들로 자신의 이력서를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하드 레인]에서부터 이어진 90년대말의 영화들은 서서히 절 실망시키더니 최근엔 [마인드 헌터]에서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할로우 맨 2]도 [마인드 헌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주인공도 아닙니다. 거의 우정 출연 수준이죠. 하지만 영화가 훌륭하다면 그러한 우정 출연이 빛을 발할수도 있지만 이렇게 영화가 실망스러우면 '이따위 영화에서 주연조차 못 맞는 그는 뭐냐?'라는 푸념이 나오게 됩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 그의 얼굴엔 아직도 [볼륨을 높여라]의 그 풋풋함이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왜이리 최근엔 영화 고르는 눈이 부족한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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