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6년 아짧평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쭈니-1 2009. 12. 10. 22:21

 

 



감독 : 데이빗 프랭클
주연 : 앤 헤더웨이, 메릴 스트립

내겐 두편의 영화가 필요하다.

지난 10월 31일 새 집으로 이사 후 집안 정리와 잡다한 일처리들때문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11월 한달동안 단 한편의 영화도 극장에서 보질 못했습니다.
제가 글을 기고하는 '월간 마케팅'의 원고 마감날이 바로 오늘인데 아직 단 한편의 영화를 보질 못했으니 저로써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이사때문에 어쩔수없었잖아.'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영화보러 가자는 말에 구피는 회사에서 최신 영화 구해왔다며 영화 CD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입니다.
'월간 마케팅'에 보내는 글은 극장에서 본 영화중 재미있게 본 영화를 엄선해서 한달에 두편을 골라 글을 보냈는데 12월호에 보낼 글엔 디빅으로 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별로 재미없게 본 [거룩한 계보], 혹은 [프레스티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것 같습니다.

악마는 직장에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 직장인들을 위한 우화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앤드리아(앤 헤더웨이)는 저널리스트를 꿈꾸지만 우연찮게도 런 어웨이라는 패션 잡지의 편집장 비서로 취직하게 됩니다. 1년동안만 고생하며 경력을 쌓으면 자신이 가고 싶은 어떤 잡지사도 갈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한 앤드리아는 자신이 꿈꿨던 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1년을 버티기로 결심한거죠 하지만 자신이 모셔야하는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그럭저럭 1년을 버티기엔 너무 벅찬 그야말로 악마였던 겁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앤드리아의 성공기를 잡아냅니다. 촌뜨기에서 오나벽한 매력녀로 변신하고, 선배보다 뛰어난 수완으로 미란다의 마음에 들기 시작하며 앤드리아는 어느새 명품을 걸친 뉴욕의 매력녀로 변신해 갑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변해갈수록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와 친구들, 그리고 꿈은 점차 멀어져만 갑니다. 과연 앤드리아는 악마밑에서 성공을 선택할까요? 아니면 고난한 길을 걸으며 이룰수 있을지 확신할수 없는 자신의 꿈을 선택할까요?

결론은 뻔하지만...

앤드리아의 마지막 선택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바보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헐리우드 영화인 이상 당연하게도 앤드리아는 성공보다는 사랑과 꿈을 선택할것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가 잘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런 앤드리아의 선택에 너무 판에 박은 엔딩이라는 생각보다는 왠지 부럽게만 느껴졌다는 겁니다. 당당하게 사회적인 성공을 뿌리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를 보며 난 왜 저런 용기가 없었을까 후회해 봅니다.
내게도 기회는 많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도 많았고, 노력만 했다면 제가 꿈꾸던 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의 상황으로의 안주를 선택했고 지금 역시 그러한 안주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닐겁니다. 과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몇이나 있을까요? 그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사람들은 또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샐러리맨의 고단함을 투덜거리며 퇴근후 소주한잔으로 피로함을 달래는 그들은(그리고 저는) 과연 앤드리아의 마지막 선택에 '너무 뻔하잖아'라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이 영화의 결론은 뻔하지만 그렇기에 앤드리아의 마지막 모습은 부럽기도 하고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바로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이젠 늦었어'라는 말로 제게 부족한 용기를 변명해 갔습니다. 하지만 몇년의 시간이 흐른후 또다시 이런 생각을 하겠죠. 그때 시작했더라면... 이라는.
그래서 앤드리아처럼 과감히 사표를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 합니다. 방통대에 편입학 원서를 내고(이러다가 떨어지면 어쩔려고... ^^;) 몇년동안 중지했던 공부를 다시 한번 시작해 볼겁니다. 방통대의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하늘에서 별따기보다도 힘들다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공부들과는 달리 제가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이니 만큼 이번만큼은 열심해 해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착실해 준비하다보면 언젠가는 제게도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용기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그땐 저도 앤드리아의 마지막 모습을 부러워하지만은 않으며 제 스스로 앤드리아가 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악마는 직장에 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가 악마냐고요? 아닙니다. 직장에서 주는 월급. 그것이 악마입니다. 돈의 유혹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고 월급에 길들여져 살고 있는지 그 실상을 깨닫는다면 돈이야말로 직장에 상주하고 있는 우리들의 악마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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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후후후후 영화가 재미있건 없건 오직 -_-해서웨이 누님만 있음 되오읗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06/11/22   
쭈니 확실히 예쁘긴 하더군요. ^^  2006/11/22   
영원..
15분 58초 봤습니다. 친척 누나가 오는 바람에 무한정 연기 중.
앤 해서웨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메릴 스티립.. 그 분도 대단.
 2006/11/22   
쭈니 영원님 수능은 잘 보셨는지...
이 영화 재미있습니다.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2006/11/22   
k군
남친이 심히 부러웠습니다요......  2006/12/01   
쭈니 전 멜로 영화볼때마다 그런 생각을... 아니 그래도 전 구피가 최고입니다. ^^;  2006/12/01   
엘잠
아직 안봤는데, 원작소설을 봐서 그런지 보기가 꺼림찍해진다고나 할까... 재밌다고 하는데 원작을 바탕으로한것들이 그래서인지 실망할까봐 겁나서 못보고있는것도 있네요ㅎ

트레일러영상은 참 잘만든것 같다는
 2006/12/03   
미^ ^
쭈니님의 말에 완전 동감합니다^ ^
뻔한 내용 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나라도 저렇게 선택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앤 해서웨이의 옷, 백, 구두에 눈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친구와 둘이서 옷이 바뀔때마다 "아~악" 탄성을 지르면서 봤다는..ㅋㅋㅋ
 2006/12/03   
쭈니 구피도 마구 탄성을 지르더군요. ^^  2006/12/03   
k군
여자분들의 평이 의외로 좋다는 것
(하지만 남성 70프로는 입고 나온 명품이름 조차 모른다)
 2006/12/06   
쭈니 저 역시도 명품이름은 모릅니다. 단 프라다만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 들어 알고있을 뿐이죠. ^^  2006/12/06   
siro2c
제가 대학다닐시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프라다가 그리 인지도 있는 브랜드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땐 샤넬이나 게스의 서비스품목으로 준적도 있었을 정도로 브랜드 치곤 꽤나 저가였었어요. 그 단순한 로고는 그때도 상당히 맘에 들었지만..
 2006/12/14   
쭈니 그렇군요.
전 개콘에서 처음 알았다는...
그런 명품들은... ^^;
 200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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