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5년 아짧평

온 더 라인 On the Line (2001)

쭈니-1 2009. 12. 10. 19:06

 



감독 : 에릭 브로스
주연 : 제임스 랜스 베스, 엠마뉴엘 크리퀴

이 영화가 오늘의 운명이었나보다.

CD 라이터기를 교체한 덕분에 최신 영화를 다운받아 DVD 플레이어로 볼 수 있게된 저는 [스팀보이]에 이은 두번째 영화로 [애프터 선셋]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이지만 워낙 악평이 많은 영화라서 일찌감치 극장에서 보기를 포기하고 영화를 다운받은 후 이렇게 CD 라이터기를 교체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거죠.
하지만 어렵사리 CD로 구운 [애프터 선셋]은 어찌된 영문인지 DVD 플레이어에선 소리만 나오고 영상은 나오지 않더군요. 허걱~ 이리저리 껐다켰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보았지만 역시 안되더군요. 아마 코덱 문제인듯... 최신 영화를 다운받아 편안하게 TV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었는데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입니다.
할수없이 [애프터 선셋] 보기를 포기하고 TV 드라마나 보고 있으려니 영 온 몸이 근질거리더군요. TV 드라마도 그리 썩 재미있지도 않고... 해서 또다시 오래된 영화 CD들을 꺼내놓고 어느것을 볼지 고민하다가 [온 더 라인]이라는 멜로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이 남자, 답답하다.

[온 더 라인]은 한 용기없는 남자가 지하철에서 만나 사랑을 느낀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찾기위해 벌이는 소등극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감독도 그렇고, 주연 배우도 그렇고, 이름이나 얼굴을 알만한 배우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즐길만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정말 답답하더군요. 고등학교땐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고백할 절호의 기회를 기절로 잃어버리더니만 사회에 나와서도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광고 아이디어를 도둑맞고도 찍소리 못하고, 지하철에서 만난 운명의 여자를 이름이나 전화번호도 묻지 못하고 그냥 보내더니만 멍청한 친구들이 그녀를 찾는데 오히려 방해만 할때도 찍소리 못하고 술이나 퍼마시더군요. 아마 영화 사상 가장 답답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아닐런지...
하지만 그 덕분에 더욱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저 답답한 남자가 영화의 마지막에 모든 것을 역전시키고 사랑하는 여자도 다시 만나게 된다는 뻔한 줄거리임을 알기에 어서빨리 그 답답함을 벗어던지라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봤으니까요.

나는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던가.

이 영화를 보며 갑자기 내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영화를 보며 '답답한 자슥'이라며 마음속으로 욕했지만 저 역시 답답한 성격임에는 마찬가지니까요.
고등학교때 만난 첫사랑. 전 그녀에게 말만 걸면 되었었습니다. 그녀도 절 좋아한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2년동안 결국 그녀에게 말한마디도 걸지 못한채 졸업하고 말았죠. 사회에 나와서도 억울한 일이 생겨도 그 앞에선 말한마디 못하고 뒤에가서 열내곤 했죠. '넌 기회를 두려워해'라며 자책하는 [온 더 라인]의 주인공의 모습은 어쩜 저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한가지 틀린 점이 있군요. 전 제 운명의 상대를 그냥 떠나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거죠. 우리 구피를 만났을땐 왜그리 용기가 나도모르게 샘솟았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못낸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녀를 되찾기위해 별의별 소동을 벌이지만 전 용기를 낸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으니까요.
"이보게 친구! 내가 자네보다 한수 위인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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