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4년 아짧평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당신은 이 사랑을 감당할 자신이 있나?

쭈니-1 2009. 12. 10. 18:26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을때 저는 또한편의 일본 엽기 무비가 개봉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직 제겐 일본 영화라고하면 엽기적인 호러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에 이 이상한 제목의 영화도 분명 그런 영화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거죠.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가 멜로 영화라는 사실을 알았을때도 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멜로 영화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당시 제가 보고 싶었던 멜로 영화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프 온리], [하나와 앨리스]등이었기 때문에 전혀 멜로틱하지 않은 제목을 가진 이 영화에 가질 관심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어느 영화 사이트에선 관객 별점 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등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기시작하자 서서히 저는 이 영화가 그렇게 괜찮은가하는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땐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하나와 앨리스]를 보고난후여서 올가을 극장에서 볼 멜로 영화는 더이상의 없다고 구피에게 약속한 상태였고(극장에서 멜로 영화 보는 것을 싫어하는 구피) 대부분의 극장에서 이미 막을 내린 상태여서 부득이하게 컴으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 정말 대단한 영화입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처럼 드라마틱한 슬픈 사건도 없고, [하나와 앨리스]처럼 알콩달콩한 귀여운 에피소드도 없습니다. 단지 너무나도 평범해보이는 청년인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 씩씩한 장애인 조제(이케와키 치츠루)의 덤덤한 사랑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눈물이 납니다. 그들의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을것을 알기에... 결국은 혼자 남겨진 조제의 뒷모습을 보게 될것을 알기에...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일반인과 장애인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감동적인 슬픈 사랑이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끌고나가다가 냉정하게 끝맺음을 합니다. 그렇기에 조제의 사랑에게서 도망치는 츠네오를 저는 비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하반신 불구라는 장애를 가진 조제. 과연 당신이라면 사회의 편견에 맞서 그녀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마치 이 영화는 제 눈을 보고 당돌하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철수(정우성)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수진(손예진)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결국 츠네오처럼 감당하기 힘든 사랑앞에서는 도망치게 되는 겁니다. 조제를 버리고 돌아서서 길거리에서 울음을 떠트리는 츠네오의 모습을 보며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지 못하는 제 자신의 비겁함이 너무나나도 안타까워서...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사랑에대한 환타지를 잘 활용한 영화라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사랑에 대한 환타지를 깨는 그런 영화입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환타지에 빠져 눈물이 난다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런 환타지가 깨지는 현실의 아픔때문에 눈물이 납니다. 그런 이유로 올가을 최고의 멜로 영화를 택하라면 아무래도 [내 머리속의 지우개]보다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를 택해야 겠군요. 멜로 영화는 환타지에 기댄 영화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환타지보다 더 슬픈 현실을 제시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매력을 결코 외면할수는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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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수
전 이영화 시사회로 봤었는데요 현실적인 사랑... 정말 어렵죠..
더군다나 장애인과의 사랑은 말로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힘들겠죠. 츠네오가 마지막에 우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조제를 지켜주지 못하는 츠네오가 원망스러웠지만 과연 내가 저 상황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2004/12/21   
쭈니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더라면 좋았을걸하는 생ㄱ가이 자꾸만 드네요.  2004/12/22   
꼬마천사
쭈니님이 다른 영화 평에서 이 영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영화를 봤어요. 언젠가 TV에서 예고편한게 생각이 나더군요. 일본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아무 소리도 없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 가슴아프게 하더라구요. 실상 이 영화는 특별한 뭔가는 없는것 같지만, 영화가 끝날때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것 같네요.  2005/04/03   
꼬마천사
제목만 봐서는 일본 영화인줄 몰랐네요. 조제라고 하기에...조재현이란 영화배우가 생각이 났거든요..ㅋㅋ 우리나라 영화인줄 착각했지 뭐에요.  2005/04/03   
쭈니 이렇게 두개의 덧글을 동시에 남기시면 제가 찾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답니다. ^^
암튼 이 영화가 정말 최고의 영화입니다.
저도 일본 영화는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마 이 영화는 [러브레터]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일본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2005/09/22   
히히
원래 소설이 원작인데 소설에서는 츠네오와 조제의 사랑은 이루어진답니다. 소설은 책 한권에 여러가지 단편이 있는데요, 책 제목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지만 영화내용은 책에서 단 몇십장 밖에 되지 않더라구요. 전 책을 먼저 읽어서 해피엔딩을 바랬는데 영화에서는 둘이 헤어져서 너무 슬퍼요ㅠ  2005/12/31   
쭈니 그렇군요.
원작은 해피엔딩이군요.
하지만 전 이런 여운이 남는 결말이 더 좋은것 같습니다.
현실적이면서도 아련하고...
(덧글을 늦게 발견해서 죄송~ ^^;)
 200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