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헐리우드의 주류 장르로 각광을 받던 서부극은 이젠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습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해주던 영화에서 서부극을 보며 자란 저로써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요즘은 1년에 한편의 서부극조차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올해는 두편씩이나되는 서부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은 론 하워드 감독의 [실종]이며, 또다른 한편은 오랜만에 감독으로 복귀한 케빈 코스트너 감독의 [오픈 레인지]입니다. 하지만 [실종]은 토미 리 존스,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맥빠진 서부극이었으며, [오픈 레인지]는 비록 미국의 평론가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자 ]이후 가장 잘만든 서부극이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제겐 너무나도 재미없는 서부극이었습니다.
[오픈 레인지]의 문제는 2시간 1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입니다. 케빈 코스트너의 최근 영화들을 보면 유난히 러닝 타임이 긴 영화들이 많습니다. [와이어트 어프](이 영화도 서부극이죠)는 무려 190여분이며, [포스트맨]이 177분, 그리고 [오픈 레인지]가 135분입니다. 보통 영화가 1시간 40분에서 50분 사이라는 점을 간안한다면 무척이나 영화가 긴 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긴 러닝타임이 아닙니다. 오히려 긴 러닝타임은 관객에게 영화를 즐길 여유를 조금이라도 더 줌으로써 영화에 대한 몰입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 레인지]는 아닙니다. ([와이어트 어프], [포스트맨]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이들 영화가 재미없었던 걸로 제 기억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이 영화들도 긴 러닝타이이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나 봅니다.) [오픈 레인지]는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아주 지루합니다. 그리고 그 지루함의 이면에는 긴 러닝타임이 한 몫을 하죠.
이 영화는 다시 말하나면 분명 서부극입니다. 서부극은 결국 서부의 거친 사내들의 활극입니다. 다시말해 고전 액션 영화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액션이 펼쳐지기까지 무려 1시간 40여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왠만한 영화의 러닝타임과 맞먹는 시간이죠. 물론 그 시간동안 영화는 상황을 설명하고, 캐릭터들을 완성해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위해 1시간 40여분을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지루한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총격전이 시작되지만 고작 20여분... 그 20여분을 위해 1시간 40여분을 기다린 꼴이 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캐릭터가 긴 시간이 소요될 만큼 복잡미묘하거나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이 영화의 상황이 이해가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본격적인 클라이막스를 위해 1시간 40여분이나 필요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래도 이렇게 지루한 영화에서도 한가지 건진 것이 있다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매력적인 아네트 베닝의 모습입니다. 아네트 베닝만 아니었다면 전 진작에 이 영화 보기를 포기했을 겁니다. 정말 제대로된 서부영화 한편 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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