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호]는 제작비가 40억 이상이 투입된 한국형 블럭버스터입니다. [튜브]가 [스피드]를, [내츄럴 시티]가 [블레이드 러너]의 스토리 라인을 쫓아갔다면 [천년호]는 통일 신라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국적인 소재 개발을 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패작입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천년호]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블럭버스터에 어울리는 스타급 배우의 부재입니다. 정준호는 분명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으로 흥행 배우로 등극한 배우이기는 하지만 그의 흥행 성적은 코미디 영화에서만 유효합니다. 그의 또다른 블럭버스터인 [흑수선]은 물론이고, 로맨틱 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공포 영화인 [하얀방] 등등 코미디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는 흥행 실패라는 결과를 거둔 배우입니다. 이러한 그에게 초특급 블럭버스터 [천년호]의 출연은 상당히 위험한 모험입니다.
김효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정준호는 코미디 영화에서라도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을 쥐었지만 김효진은 거의 신인에 가까운 배우입니다. TV에서 신세대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옛날 복장으로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해야하는 이 영화에선 오히려 그녀의 이미지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이러한 주연 배우들의 핸디캡은 이 영화를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정준호의 진지한 연기는 자꾸 코미디를 생각나게 하고, 김효진의 애절한 연기는 그녀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자귀모]로 이미 한국형 블럭버스터 연출 경험이 있는 이광훈 감독은 [자귀모]에서 톡톡튀는 신세대 이미지의 김희선에게 애절한 사랑연기를 맡기고, 당시 신인 배우에 불과했던 이성재에게 남자 주인공을 맡김으로써 기대보다는 밑도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었습니다. 그런 그가 [천년호]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함으로써 완벽한 실패를 거둔 겁니다.
똑같은 실수가 두번이상 반복된다면 그건 더이상 실수가 아닙니다. 이광훈 감독은 더이상 블럭버스터보다는 자신의 이전 성공작인 [닥터봉]과 같은 소규모의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가야 할 듯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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