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3년 아짧평

[써클] - 스릴러와 공포 영화 사이에서 방황하다.

쭈니-1 2009. 12. 10. 17:10

 



[써클]은 기본적으로 스릴러 영화입니다. 6명을 살해하고 잡힌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 조명구(정웅인)와 냉철한 담당 검사 오현주(강수연)의 대립을 주축으로 명구의 연쇄 살인의 수수께끼를 하나둘씩 풀어나가는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스릴러 영화의 그것과 일치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느 한순간부터 갑자기 윤회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한 공포 영화로 탈바꿈합니다. 명구의 연쇄 살인을 과거의 업보탓으로 돌리고 현재의 캐릭터들을 과거의 캐릭터속에 대입시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서양적 영화 장르인 스릴러와 동양적인 소재인 윤회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한 영화인 셈입니다. 만약 이러한 박승배 감독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 새로운 스릴러 영화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인 셈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스릴러 영화라면 그 어떤 장르의 영화보다도 논리정연하여야 하건만 윤회라는 비논리적인 소재를 삼다보니 스릴러로써의 영화의 재미를 자꾸 잃어만 갑니다. 그렇다고해서 과거의 사건을 통한 충격적인 반전도 미지근하고 스토리 전개로 틀에 박혀 있습니다. 영화를 주의깊게 본다면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 그리고 캐릭터간의 상관관계를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이 영화는 윤회라는 소재로 인하여 스릴러로써의 재미도 잃고 색다른 스토리 전개와 반전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윤회라는 소재의 참신함마저도 잃어 버립니다. 오랜만에 영화에 복귀한 강수연의 연기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라는 명성에 걸맞지않게 어색하고 짜증나 보이며, 코미디 배우로 익숙한 정웅인의 연기도 아직은 낯설어보입니다. 단지 [가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최정윤의 연기만이 섬뜩할 뿐입니다.
새로운 한국식 스릴러 영화를 기대했건만 모든 것이 정말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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