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막 영화에 빠져 들었을때엔 유럽 영화라면 무조건 난해한 예술 영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간혹 내 자신이 남들과 다른 진지한 영화광임을 자랑하고 싶은 허영에 빠졌을때 저는 졸리움을 무릎쓰고 유럽 영화들을 보곤 했지만 한결같이 지루하고 따분하며 뭔소린지 전혀 알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유럽 영화들도 관객을 잡기위해 많이 헐리우드화되고는 있지만(최근에 본 [깝스]처럼) 아직도 유럽 영화는 무거운 주제의 예술 영화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러한 유럽 예술 영화들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기에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어쩔수없이 혹은 호기심으로 본 유럽 예술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결같이 자극적인 영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위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추구하는 헐리우드 오락 영화보다 성적인면에서는 몇배의 자극성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까지... 내용에서도, 영상에서도, 충격적인성적 묘사를 가지고 있는 이들 예술 영화들은 과연 관객의 관심을 끌면서 영화의 예술성을 버릴수 없었던 유럽 예술 영화의 어이없는 선택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예술 영화의 어떠한 경향 때문인지 정말 알 수가 없군요. [정사] 역시 그러한 경향의 유럽 에술 영화중 하나입니다. 2001년도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작품상), 은곰상(여우주연상), 블루엔젤상(유럽영화상)을 수상한 이 화려한 이력의 영화는 주연 배우의 성기노출과 오럴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에서 그런 자극적인 장면들이 필요한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그때문인지 국내에서도 Intimacy(친밀성)라는 원제를 무시하고 [정사]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정사]의 이러한 성적 자극성이 관객의 호기심을 끌어보고자하는 예술 영화의 처절한 몸부림인지 아니면 어떠한 경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쉘로우 그레이브]를 통해 제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케리 폭스의 자극적인 누드만이 안타깝게만 비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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