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3년 아짧평

[바람난 가족] - 섹스로 표현된 해체된 가족.

쭈니-1 2009. 12. 10. 17:02

 



[바람난 가족]이 개봉되었을때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촛점은 '과연 문소리가 얼마나 벗었을까?'였습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라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에 출연하여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알린 문소리의 파격적인 노출씬은 영화가 개봉되기전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결코 흥행성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이 영화에게 결국 흥행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문소리의 노출씬을 기대하며 본다면 아마도 아쉬움만을 안게 될 것입니다. 만약 야한 영화를 원한다면 [바람난 가족]보다는 [발정난 가족](실제로 이러한 제목의 성인용 비디오 영화가 있답니다. ^^;)을 보는 것을 휠씬 나을 겁니다.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만 읽고 이 영화가 섹스 코미디라고 착각한다면 더 큰 아쉬움만 안게 될겁니다. [바람난 가족]은 야한 영화도 아니며 섹스 코미디는 더더욱 아닙니다. 이 영화는 섹스라는 코드를 통해 해체된 가족의 단면을 보여주는 성인들을 위한 가족 영화일 뿐입니다.
제목 그대로 호정(문소리)과 영작(황정민) 그리고 영작의 어머니인 병한(윤여정)은 바람이 났습니다. 호정은 옆집의 반항적인 고삐리와, 영작은 신세대적 당당함이 풍기는 젊은 여자와, 병한은 초등학교 동창과,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결코 야하지도 않고 경쾌하지도 않습니다. 60이 넘은 나이에 바람이 난 병한을 제외하고는 호정과 영작의 바람은 오히려 갑갑하고 아슬아슬합니다. 그리고 급기야 호정과 영작의 입양된 아이인 수인이 죽음으로써 이들의 아슬아슬한 바람은 파경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바람을 피면 안된다??? 이 영화의 감독이 처녀들의 섹스를 그린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10대들의 섹스를 그린 [눈물]을 만든 임상수 감독임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고리타분하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할 사람은 분명 아닙니다.
그렇다면 임상수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현대의 해체된 가족입니다. '나는 내 인생을 살테니 넌 너의 인생을 살아라'는 간암선고를 받은 영작의 아버지 창근(김인문)의 대사는 그러한 이 영화의 주제를 잘 설명합니다. 죽은지 6개월이 넘도록 몰랐던 영작의 할아버지처럼 영작의 가족은 가족이라는 한울타리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인생을 살기위해 스스로 가족을 해체시킵니다. 하지만 과연 나만의 인생이 가족과의 인생보다 더 행복할까요? 임상수 감독은 절대 그렇지않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에 지운(봉태규)의 아기를 가진 호정과 그러한 호정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영작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그들의 다른 모습과는 달리 유난히 쾌활해보였던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임상수 감독이 말하는 듯이 보입니다. 호정은 영작의 재결합 제안을 거부하지만 그들의 뒷모습에서 우린 호정과 영작은 다시 한 가족을 이루고 살것임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삭막한 현실의 해답은 가족이 었던 겁니다.
섹스 영화를 주로 만들던 감독의 입에서 나온 결말치고는 꽤 착한 결말이기는 하지만 그 결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 제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저의 이쁜 웅이와 구피의 모습 때문입니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내 삶은 행복한 것을... 영작과 호정처럼 아픈 방황을 겪은 후에야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않고 일찌감치 행복의 조건을 깨닫게 해준 구피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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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천사
제가 보다보다 이런 영화는 처음입니다. 그래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에..비디오 대여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봤는데, 오...이런~~
영화를 반도 못보고 반납하고 말았네요. 아주 섹스얘기로 도배를 하더라구요. 아슬아슬하게 야한것도 아니면서 정말 재미없는 영화였어요. 누가 본다고 하면,..정말 추천하기 싫은 영화입니다.
쭈니님의 영화평을 보니, 다시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다시 후회하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2005/04/03   
쭈니 상당히 극과 극의 반응을 이끌어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수 감독은 그런 반응을 좋아하나봐요. [그때 그 사람들]도 그렇고... 임상수 감독의 그런 화법이 싫으시다면 그의 영화를 보지 않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아마 실망하실겁니다. ^^  200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