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겨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요즘 날씨를 보면 가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인 것 같습니다. 계절이 이렇게 싱숭생숭해서인지 이번 주 개봉작중 가장 제 이목을 끄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인 [순정만화]입니다.
순정만화
혹시 Daum에 연재된 강풀의 순정만화라는 단순한 제목의 만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강풀의 팬인데, 그의 만화는 장르를 불문하고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순정만화]는 [아파트], [바보]이후 강풀 원작의 세 번째 영화화된 작품입니다. 앞의 두 영화가 흥행적인 면에서 그리 좋은 기록을 하지 못했지만 [순정만화]는 지금까지는 흥행이 꽤 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미인도]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흥행으로 형성된 우리 영화에 대한 좋은 분위기와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맥스 페인]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국내 흥행에선 별다른 힘을 못 쓰고 있는 점 등.
이 영화가 원작의 그 가슴 따뜻함을 스크린에 잘 표현했다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인 셈이죠. 저 역시 '멜로 영화는 집에서 비디오로...'라는 저 만의 불문율을 깨고 [순정만화]만큼은 극장에서 볼 생각입니다.
콰이어트 맨 He Was a Quiet Man / 매직 아워 The Magic Hour
맙소사. 도대체 미남 배우 크리스찬 슬레이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콰이어트 맨]의 포스터를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옵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라면 [풋 루즈]의 케빈 베이컨과 함께 [볼륨을 높여라]로 어른 세대에 대한 청소년의 반항으로 대표되던 인물입니다. 사춘기 시절 제 우상이기도 했고요. 최근 [하드 캐쉬], [마인드 헌터]등 졸작에 출연하며 마음고생을 하더니 언제 저렇게 늙어 버린 것인지...
그래도 [콰이어트 맨]은 오랜만에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는 군요. 회사 내 총기사건으로 인하여 왕따 직딩에서 영웅으로 발돋음한 평범한 회사원의 일장춘몽을 그렸다고 합니다.
[매직 아워]는 일본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보스의 여자와 밀애 현장을 들킨 한 남자가 살기 위해 3류 배우를 전설의 킬러라고 속이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출발! 비디오 여행'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아기와 나]와 한데 묶여서 소개되었었는데 부담 없이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 코미디 영화가 국내에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만큼 [매직 아워] 역시 극장보다는 비디오 시장으로 조만간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감각 커플 / 나의 친구, 그의 아내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혼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 남자가 IQ 180의 귀여운 천재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초감각 커플]은 분명 기존의 멜로 영화와는 조금은 차별화된 영화입니다.
하지만 아직 주연을 맡기엔 뭔가 부족해 보이는 진구와 신연배우 박보영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며, 아무리 차별화된 소재라도 연출력이 미흡하면 말짱 꽝인데... 이 영화의 김형주 감독은 아직 연출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감독과 주연배우, 누구 하나 듬직한 이름이 없으니...
이번 주 개봉하는 세 편의 한국영화중 가장 진지한 영화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우정과 사랑 사이의 파국의 드라마를 담고 있습니다. 친구의 아내에 대한 은밀한 욕망을 느껴본 관객에겐 조금은 뜨끔할 영화. 참고로 전 친구의 아내들보다는 구피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
로큰롤 인생 Young @ Heart / 라스트 러브 인 뉴욕 Griffin and Phoenix / 마음의 속삭임 Murmur of the Heart
73세부터 93세까지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마음은 청춘'이라는 뜻의 영앳하트라는 로큰롤 밴드의 아주 특별한 공연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로큰롤 인생]은 제 2의 [원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단관에서 개봉하여 흥행에 성공한 [원스]의 열풍을 과연 [로큰롤 인생]이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이 모든 것은 네티즌들의 입소문에 달려있습니다.
2006년 작 [그리핀과 피닉스]가 [라스트 러브 인 뉴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이번 주에 개봉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리핀과 피닉스가 만나 죽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눈다는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영화입니다. [라스트 러브 인 뉴욕]하니까 [라스트 콘서트]와 [뉴욕의 가을]이 떠오르는... 문제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더모트 멀로니와 [나인 야드]의 아만다 피트가 이런 슬픈 사랑의 주인공으로 잘 어울리냐는 것입니다.
[마음의 속삭임]은 1971년 영화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가 이제서야 개봉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엄청나게 뛰어난 작품성을 지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죠? [굿바이 칠드런], [데미지]로 유명한 루이 말 감독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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