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토요일 오후 2시 ★★★1/2

쭈니-1 2009. 12. 9. 15:13

 

 



날짜 : 1998년 7월 27일
감독 : 민병진
주연 : 김민종, 이승연, 장동직, 유오성

한 젊은 아름다운 소매치기가 있었다. 그녀는 지적이고 아름다웠으나 가슴 한켠을 스치는 고독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영화 [카사블랑카]를 반복적으로 즐겨 보며 험프리 보가트의 매력을 가진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 많은 여자를 찾아 헤매고 여자를 꼬실때마다 [카사블랑카]를 인용한다. 그는 호주 시드니에 가서 미인과 함꼐 사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한 형사가 있었다. 그는 재즈바에서 만났던 피아니스트를 짝사랑했으나 그녀는 더이상 만날 수 없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날 그 피아니스트를 닮은 여인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녀는 소매치기였다.
[토요일 오후 2시]는 이 세 남녀가 벌이는 도시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이다. 형사인 상구(장동직)는 소매치기인 두연(이승연)을 사랑하고, 두연은 윤태(김민종)를 사랑하지만 윤태는 단지 두연의 돈만을 사랑할 뿐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상구는 두연과 이어질 수 없고, 두연은 윤태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윤태는 두연의 돈을 원하지만 그녀에겐 돈이 없다.
민병진 감독의 [토요일 오후 2시]는 도시의 차가운 풍경에 집착한다. 사회로부터 소외된채 도시를 떠도는 도시 젊은이들의 불안과 희망 그리고 엇갈린 사랑까지. 그러나 이 영화가 빠뜨린 것이 있다.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를 빠뜨린 것이다. 두연이 윤태를 사랑하게된 이유가 단지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는 것 뿐이라면 너무 억지 아닐까? 그리고 그토록 이기적이던 윤태가 갑자기 두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다니... 상구는 두연이 자신이 짝사랑하던 피아니스트와 닮았다는 이유로 중요한 범죄의 용의자인 그녀를 체포하는 것을 포기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엉뚱한 선택을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속도감있는 감각적 멜로 영화를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그 속도감에 자기 스스로 함정에 빠져버린 꼴이 되어 버렸으며 김민종과 이승연이라는 스타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한계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2시]는 집착과 추격전 그리고 해피엔딩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재미를 유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 역시 주인공들의 심리묘사 만큼이나 엉뚱하고 전혀 새롭지 못하다. 소매치기의 험프리 보가트에 대한 집착(왜 하필 할리우드 영화인 [카사블랑카]일까?) 그리고 남자의 시드니에 대한 집착.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것들이다. 그리고 추격전 역시 그러하다. 멜로적 요소에 속도감과 유머를 삽입시키기위해 웃기는 깡패들을 끼워 넣어 주인공들과 쫓고 쫓기는 관계로 만들었으나 그것 역시 진부하다. 유오성이 연기한 깡패 달수의 캐릭터는 오히려 감각적 멜로 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의 진행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라스트에서 소매치기와 남자가 이어질 것을 의심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었을테니 해피엔딩 역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렇다면 그 무엇에서 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찾을 것인가?
[토요일 오후 2시]는 서울의 3류 인생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니컬하게도 이 영화가 선택한 영상은 화려하고 감각적이기만 하다. 3류 인생들의 어두운 인생과 엇갈린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이 영화는 너무 밝다. 민병진 감독은 소통하지 못하는 젊음을 히피들의 도회적 감수성으로 그린 [접속]이 만든 유행과 감각의 속도를 3류 인생 버전으로 완성해 냈지만 도대체 [접속]의 감각과 3류 인생의 사랑이 어울린다고 정말로 생각한 것일까?
결코 윤태는 험프리 보가트가 될수 없고 두연은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니다. 그렇듯 이 영화는 [접속]이 될 수도 없다. 자신의 데뷔작을 새로움으로 채우지 못하고 유행과 어설픈 장르 영화의 도용으로 채워버린 민병진 감독의 역량이 아쉽다.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이 영화의 감독인 민병진 감독은 2001년 [이것이 법이다]를 만든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법이다]는 김민종, 신은경 주연의 형사 드라마였죠.
아마도 형사물에 대한 아쉬움을 버릴수 없었나봅니다.
암튼 [토요일 오후 2시]는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지금도 이 영화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피식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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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잠
보진 않았지만 민종이형은 뭐 영화쪽은 안되는쪽인가 봅니다.

그리고 장동직이라는 이름도 낯익군요^^ 요새 아침드라마와 '쩐의전쟁'에서 동시에 나와서 익숙해져버린...
 2007/08/31   
쭈니 김민종만큼 영화 흥행 안되는 배우도 드물긴 합니다. ^^
장동직이 [쩐의 전쟁]에 나왔었나요?
나도 그 드라마 꽤 봤는데... 난 왜 그가 무슨 배역으로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까요??? ^^;
 2007/08/31   
엘잠
그 박신양의 고교시절 친구로 박신양이 돈빌리러 가는장면 있잖습니까 그사람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2007/09/07   
쭈니 앗! 앞부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  2007/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