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단 한시도 눈을 뗄수 없었다.

쭈니-1 2009. 12. 8. 14:49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주연 : 루미 히라기, 미유 이리노, 야수코 사와구찌, 타케시 네이토우
개봉 : 2002년 6월 28일

요즘 쭈니의 근황... 전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습니다.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을 무지 좋아하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하루종일 애니메이션만 본적은 없었는데...
처음 시작은 조금은 오래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섭렵하고 나서는 일본의 TV용 SF 애니메이션으로 제 관심은 옮겨 갔습니다. 오늘은 총 13부작인 <건담0083>을 끝을 내고 내일부턴 총 25부작인 <가사라키>에 매달릴겁니다. 그 외에도 <풀 메탈 패닉>, <무책임 함장 테일러>, <메텔 레전드> 등등등
이 애니메이션을 다 볼려면 한달은 족히 걸릴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빠져 하루종일 집에 처박혀 있는 지금... 이대로 게을러질까봐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하루에 1편정도만 보자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이미 깨진지 오래... 너무 재미있어서 내 스스로가 자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혹시 중독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예전에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빠져서 한동안 정신을 못차렸었는데... ^^;  
암튼 이러한 상황속에서 오늘 드디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중입니다. 전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본 애니메이션만큼은 대단히 매력적인것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제가 놀랬던 것은 이 영화가 너무나도 일본적이면서도 일본 문화에 대한 반감이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일본의 왜색문화에 대해서 빗장을 굳게 닫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년동안 서서히 그 빗장을 풀고 있지만 아직 완전 개방을 허용한 것은 아니죠.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일본의 문화 상품에 대해 빗장을 걸수밖에 없었던 것은 왜색문화가 우리나라에 끼칠 반감과 이질감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오랜 시간동안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로썬 그들의 문화에 반감을 가질수 밖에 없었던 거죠.
만약 이런 논리대로라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상당히 불쾌한 영화이어야만 했습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만은...
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일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영화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일본적이며, 또 무엇이 그토록 보편적이었을까요?  


 

 


저는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일본에 가본적도 없고, 일본에 대해 그렇게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한 제가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요괴의 나라라는 것과 특이한 목욕문화에 대한 이상한 상상(?)입니다.
예전에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일본의 만화책들에 푹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봤던 대부분의 만화책들이 바로 요괴들을 소재로 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만화책들에 의하면 일본에선 오래된 물건에는 요괴들이 붙어 산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 요괴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만화책들을 읽으며 전 일본에는 참 많은 요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세계 일류급의 최첨단을 달리는 나라에서 요괴들이라니...
이러한 요괴들의 나라라는 일본에 대한 인식이 최근에 만화책을 통해 얻은 것이라면 일본의 특이한 목욕문화에 대한 이미지는 제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일본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나지 않지만, 한동안 일본에는 목욕탕이 남녀 혼탕이라는 소문이 저희 학교를 강타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본에 놀러갔다온 어느 부잣집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에서부터 파생된 듯한 이 소문은 어린 제겐 충격이었죠.
생판 모르는 남녀가 옷을 홀딱 벗고 유유히 같이 목욕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
암튼 어렸을때 들었던 그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남아있어서 일본하면 먼저 특이한 목욕문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엔 제가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요괴들의 목욕탕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입니다. 가지각색의 요괴들이 등장하고, 그 요괴들은 목욕을 즐깁니다. 이 영화의 어린 주인공인 치히로는 그 요괴들 속에서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출하기위해 목욕 시중을 듭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이 영화는 일본에 대한 짧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제게 충분히 너무나도 일본적인 영화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인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할 정도로 보편성을 지닐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 덕분일 겁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나더군요. 평범한 소녀가 이상한 나라에 빠져들어 겪는 모험담...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러한 모험담을 통해 보편성을 확보한 것입니다.  
모험담... 그것은 언제 보더라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상상력을 가득 담은 모험담이라면 더욱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바로 이러한 특이한 모험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하는 겁니다. 모험의 공간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별난 공간일수록 그 모험은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공간은 요괴들이 목욕을 즐기는 정말 별난 공간입니다.
언제 이 무시무시한 요괴들이 달려들지도 모르고, 또 어떤 사건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이 별난 공간에서의 모험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합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치히로와 동일화되는 그 순간, 이 영화의 공간은 일본적인 문화가 가득 담긴 공간이 아닌 별난 모험의 공간이 됩니다.
한마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모험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를 이용하여 영화의 보편성을 획득한 겁니다.


 

 

    
영화의 보편성을 지니게 된 이 영화는 정감어린 캐릭터로 또다시 관객들을 사로 잡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의 다른 영화들처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쭉쭉빵빵의 미소녀, 미소년 캐릭터를 배제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치히로는 아무리 봐도 이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10살의 응석받이 소녀입니다. 이 응석받이 못난이 소녀는 부모님이 돼지로 변하자 자기 스스로 이 난관을 해쳐나가야만 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러한 정감어린 캐릭터를 통해 영화적인 재미를 만들어 갑니다. 만약 치히로가 팔등신의 미소녀였다면 이 영화의 정감어린 재미는 실현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밖에도 개성있는 여러 요괴들의 캐릭터는 못난이 치히로와 더불어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 나갑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심심하다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영화는 치히로와 하쿠의 러브 스토리를 영화속에 삽입시킵니다.
치히로를 도와주는 정체불명의 미소년 하쿠와 못난이 소녀 치히로의 사랑이야기. 영화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두가지 효과를 획득합니다.
바로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영화속에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어필할수 있었으며, 하쿠의 비밀이라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치히로의 모험담이 시들해지는 후반부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죠.
영화의 초반 별난 공간에서의 치히로의 모험담에 매료되었던 관객들은 영화의 중반부에 이르면 치히로와 하쿠의 사랑이야기와 하쿠의 비밀에 의해서 영화속에 빠져들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재미는 이제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라는 매년 여름에 찾아오는 즐거움과 더불어 또다른 달콤한 기다림을 제게 제공할것 같습니다.
내년엔 또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이 개봉할까하는... ^^


 

 

 

  


구구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중
[..산다고 믿고 있었을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해처나가야만 합니다..] 이상..^--^
 2002/06/30   

쭈니
결국 댓글을 달기로 했구나...
이것도 괜찮네. ^^
그런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이라는 부분... 그건 아무리 봐도 틀린점이 없는데...
베를린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금곰상이라고 부르거든.
아마 그것 때문에 지적이 된 듯...
암튼 고마워. ^^
 2002/06/30    

구구콘
그럼.진작에..설명을 해야지..ㅡㅡ..
그리고 실명부분의 증거닷!
"메인화면이쁘던데여 매번업그래이드되는 안수희님사이트 넘좋아여"
...주거쓰..ㅡㅡ+..
 2002/07/01   

쭈니
"메인화면이쁘던데여 매번업그래이드되는 안수희님사이트 넘좋아여" - 도대체 이런 부분이 어디에 있냐???
난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데...
니 이름이 안수희라는 것도 이제 기억이 났는걸... ^^;
 2002/07/01    

인연이
오빠얌. 이거 공유할수 있남? 울 동생이 이거 무쟈게 보구 싶다구 혼자 막 찾아 댕기는데 못 찾았다넴....댓글주...  2002/07/01   

구구콘
아니..오리발?..ㅡㅡ..
영화보기-->영화를 감상하신뒤에..이글 리플달린것중에 밑에보면..있잖아..ㅡㅡ+..
 2002/07/01   

쭈니
음~ 어느새 두개의 글이...
일단 인연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받고 싶으면 내가 cd로 보내줄께. 그게 싫으면 msn으로 파일을 보내줘도 괜찮고... 넌 어떤 방법이 좋은지 내게 알려줘. 난 둘다 괜찮으니까... ^^
그리고 구구콘... 뭔가 오해가 있나본데... 나도 그 글 방금 봤는데... 그거 나 아냐. 아마 나와 닉네임이 똑같은 다른 사람이 썼나봐.
난 그곳에 글 쓴적 없는데... 이~씨~ 진짜양~~~ ^^;
 2002/07/01    

아랑
저도저도...
저도 메신저도 이거 보내주세요 ㅠ_ㅠ
네네네???
 2002/07/02   

쭈니
인연이한테 메신저로 보내는 것 실패했는데...
자꾸 끊기더라고요.
주소 알려주시면 우편으로 보내드릴께요. ^^
 2002/07/02    

maylian
이 영화 너무 좋아요 ♡
 2002/09/28   

쭈니
거의 2년이 지나서 발견한 답글이군요.
저도 이 영화 너무 좋습니다. ^^
 2004/07/05    

나에게
미야자키 하야오... 인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 같습니다.
여기서 드뎌 댓글을 달게 되네요...^^
쭈니님의 영화평에서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2006/05/07   

이 영화 멋졌습니다 ^^;;;
제가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 지브리, 가이낙스 등의 애니를
거의 다 봤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애니.. 그중 최고로 꼽기에 손색없었습니다 ^^;;;

시간이 허락한다면 "반딧불의 묘"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전쟁이나 이데올로기의 정당화 등을 제외하고 본다면
괜찮을 껍니다 ^^;;;
 2006/05/08   

쭈니
이렇게 두개의 덧글을 한꺼번에 발견한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죠. ^^
암튼 하야오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두분의 덧글이 반갑기만 하네요.
그리고 [반딧불의 묘]는 봤답니다. ^^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