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윤수
주연 : 김승우, 김윤진, 최민수, 김선아
개봉 : 2002년 6월 13일
오늘 드디어 우리 월드컵 대표팀이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끝에 물리치고 4강 진출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습니다.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홍명보가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하고 4강을 확정지었을때의 그 환희...
정말 요즘은 월드컵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낄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4강 진출의 감동때문에 진정이 되지 않는 군요. ^^
25일 독일과 준결승... 이 경기에서 이기면 아마도 30일 브라질과 대망의 결승... 우리 대표팀이 우승한다는 말이 이젠 농담이 아닌 진담이 되고 말았습니다. 월드컵 3회 우승팀 독일과 최다 우승팀 브라질... 이제 우리도 그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축구 선진국으로 이름을 올릴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네요.
진정... 진정... ^^;
지난 21일 웬수같은 친구와 <예스터 데이>를 보러 갔습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어느정도 만족했던 저는 <예스터 데이>가 한국형 SF 영화의 디딤돌이 될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브라질과 잉글랜드의 8강전을 포기하고 <예스터 데이>를 보기로 결심한겁니다.
극장은 서울 중심가에 있는 개봉관... 평소엔 사람들이 많아 예매를 하지않고는 영화를 볼수없는 곳이지만 그날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한산했습니다.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에 들어갔는데... 이제 개봉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제작비 80억원의 초대형 블럭버스터라던 <예스터 데이>를 보러온 관객은 단 10명뿐... 그나마 영화가 끝나고나니 끝까지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본 관객은 저와 제 친구를 포함해서 단 5명뿐이었습니다.
제작비가 80억원이라던데... 조금 불쌍하더군요. 하지만 어쩔수없는 사실은... 이 영화가 월드컵보다 재미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차라리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8강전을 볼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8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들인 이 화려한 블럭버스터도 결국 각본없는 극적인 드라마 월드컵의 재미를 뛰어넘지 못한 겁니다.
<예스터 데이>... 암튼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은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자본력과 기술력의 한계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헐리우드와 같은 SF 영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확인했듯이 SF 영화라는 것이 돈만 많이 든다고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경우 우리나라의 영화치곤 거액의 제작비인 70여억원이 들었지만 헐리우드를 기준으로 한다면 아주 적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이러한 약점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스토리 전개로 커버하며 한국형 SF 영화의 활로를 개척하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기술력의 부족으로 유치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우리나라도 SF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죠.
그리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개봉된지 6개월만에 또하나의 SF 영화인 <예스터 데이>가 개봉한겁니다.
시대적 배경은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다 11년이나 후인 2020년 통일된 한국. 제작비도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다 10억이나 더 들어간 80여억이라니 그 규모는 분명 <2009 로스트 메모리즈>보다 클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개봉시기만큼 발달된 기술력도 기대했습니다. 시대적 배경도 통일된 한국이라고하니 우리나라만의 상황에 맞는 스토리 전개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김승우, 최민수, 김윤진, 김선아 등 충무로의 무비 스타들이 펼치는 화끈한 액션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가요? <예스터 데이>는 그 어떤 기대감도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한국형 SF에 대한 기대감부터 이야기 해보죠.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 무대였습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이러한 충격적인 시대적 배경을 소재로 하여 한국계 일본인으로 특수경찰인 사카모토(장동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후 뒤바뀐 역사를 바로 잡는 운명을 부여했습니다. 일본과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미묘한 감정이 섞여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영화속에 적절히 사용한 거죠.
<예스터 데이>의 경우 제가 영화를 보기전에 눈여겨 봤던것은 통일된 한국이 배경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예스터 데이>가 이러한 시대적 배경만 잘 이용한다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의 설정에 맞는 한국형 SF가 탄생할것이라 믿었던 겁니다.
하지만 <예스터 데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시대 배경만 통일된 한국일뿐 영화속에선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더군요,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다면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것이 제가 우리나라의 SF 영화에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시대적 배경을 활용하는 것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수 있는 스토리가 될수는 있잖아요.
실제로 <예스터 데이>의 설정인 유전자 조작이라는 소재는 이미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헐리우드에서도 충분히 써먹은 낡은 소재일 뿐입니다.
같은 소재로 우리나라와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보나마나 헐리우드의 승리입니다. 왜냐하면 헐리우드는 오랜 기간동안 쌓아온 SF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뿐더러 거대한 시장과 거대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막 SF에 대해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로 시장도 협소하고 그에따른 자본력도 영세한 편입니다. 그러니 게임이 될 수 없죠.
그런데 <예스터 데이>는 스스로 헐리우드적인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헐리우드와의 한판 승부를 겨루려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이제 <예스터 데이>의 규모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예스터 데이>는 2020년을 시대적인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2009년이라는 아주 가까운 미래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SF 영화다운 소품들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예스터 데이>는 2020년이라는 제법 먼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을뿐더러 영화속의 미래 소품에 대해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 영화를 보고나면 생각나는 미래 소품은 눈에 익은 광고만 보여줬던 미래의 광고 비행선 뿐입니다.
그 외의 미래 소품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특수요원들의 수사 도구들입니다.
영화 초반에 나왔던 파리 모형의 정찰 로봇을 비롯하여 카드형 인터넷 폰, DNA 스캐너등은 이미 헐리우드의 SF 영화에서 한번 보았음직한 소품들입니다.
만약 이러한 소품들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우리 SF 영화가 많이 발전했다.'라는 소릴 듣고 싶었다면 그건 이 영화의 감독이 관객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네요.
이미 헐리우드에서 일년에 수십편씩 쏟아내는 엄청난 SF 영화들을 보아왔던 관객들을 놀라게 하려면 이 정도 소품가지고는 어림도 없죠.
물론 여기에서 기술력과 자본력의 부족이라는 또다시 우리나라 SF 영화의 한계가 대두되는 군요. 하지만 그건 단기간내에 해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뭐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설정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 꼭 재미있는 SF 영화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본력과 기술력이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헐리우드의 SF 영화와 같은 소품을 바란다는 것도 부질없으니...
그렇다면 남은 한가지... 최소한 <예스터 데이>는 영화의 재미를 기대하고 찾아온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재미는 전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이 영화보며 졸리워서 혼났습니다. 그만큼 영화가 지루했다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 출연하는 스타급 배우들의 역량 부족과 영화의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감독의 진행부족 탓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배우들...
김승우는 솔직히 이런 연기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왠지 착해보이면서도 어눌해보이는 김승우의 매력은 <돈을 갖고 튀어라>식의 코미디에 어울리죠. 물론 김승우라고 연기 변신을 해선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남자의 향기>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베스트 셀러를 영화한 것으로 그 영화에서 김승우는 명세빈과 연기를 했었죠. 그때도 <예스터 데이>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최민수라는 배우를 개인적으로 참 많이 좋아했는데... 요즘 그가 왜 과묵한 캐릭터로 자기 자신을 갇으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쉬리>의 여전사로 명성을 떨쳤던 김윤진 역시 이 영화에선 눈에 띄는 연기를 펼치지 못했고... 단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김선아의 연기는 눈에 띄더군요.
왠지 스타급 배우들이 따로 노는 듯한 이 영화는 그래서인지 스토리 전개도 매끄러운 편이 못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영화 초반 몇분만으로 알수 있을정도로 허술했으며 과거의 비밀따위도 주인공들이 스스로 밝히기보다는 남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형식을 취합니다.
암튼...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 우리나라의 SF 영화에 기대를 걸겁니다. 언제가는 헐리우드를 뛰어넘는 SF 영화를 꿈꾸며... 그 사이 이런 시행착오는 어쩔수 없는것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