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테리 지고프
주연 : 도라 버치, 스칼렛 조핸슨, 스티브 부세미, 브래드 랜프로
개봉 : 2002년 6월 21일
월요일(17일)... 쭈니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내고 운동하는 날.
아침에 일어나 굳은 결심을 하고 헬스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때의 제 기분은 마치 16강전에서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격돌하게 된 우리 월드컵 대표팀의 긴장과 흥분 그리고 굳은 결의와도 같았을 겁니다. (^^;)
암튼 헬스장에 도착하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젊은 트레이너 앞에 섰습니다. 트레이너는 우선 스트레칭을 하자며 여러가지 몸풀기 운동을 제게 가르쳐주더군요. 하지만 운동신경이라곤 손톱의 때보다도 없던 저는 트레이너가 가르쳐주는 스트레칭 동작조차 따라하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이런 절 아주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트레이너의 한마디.
"이 동작은 아줌마들도 쉽게 따라하는 동작인데..."
흑~ 내 운동신경이 아줌마보다도 못할줄이야... -_-;
첫날은 간단히 사이클 10분타고 러닝머신 20분하고 간단히 끝내라는 트레이너의 말을 들은 저는 '뭐가 이렇게 시시해?'라는 생각을 했죠. 왜냐하면 다른건 몰라도 뜀박질과 자전거타기는 자신있었거든요. 하지만...
이게 만만치않더라고요.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들이 우아하게 땀을 흘리며 러닝머신을 하건만... 전 흐르는 땀을 주체못하고 비틀거리며...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트레이너가 정해준 시간은 다 채우고 그야말로 억지로 운동을 마쳤습니다.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는데 갑자기 온 세상이 빙글빙글돌고 땅이 흔들리고... 한동안 벽을 붙잡고 서있어야 했습니다.
이거 정말 힘들더군요. 정말 별거아닌것처럼 생각했는데... 하룻밤자고나니 온몸이 쑤시는데... 정말 미칠지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운동을 등한시했던 내 자신이 미워지더군요.
암튼 이렇게 늙어서라도 운동을 시작했으니 꾸준히 할겁니다. 운동신경이 없어서 맨날 트레이너한테 한마디씩 듣지만 '쪽팔린건 잠시뿐이지만 근육은 평생간다.'는 옛 선인들의 말씀(?)을 죄우명삼아 열심히 운동할겁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쭈니도 근육맨이... ^^
이번에 본 영화는 <판타스틱 소녀백서>라는 다소 코미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국내 수입업자가 맘대로 지어낸 제목일뿐 원제는 <고스트 월드>입니다. 제목만 들어선 마치 공포 영화같은 분위기가 풍기죠? <판타스틱 소녀백서>와 <고스트 월드>... 이 영화에대한 기본 정보가 없었더라면 이 상반된 두개의 영화 제목이 같은 영화일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안계실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제목들은 어떻게 지어진 걸까요?
'쭈니의 영화이야기' 최초로 영화 제목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V
먼저 원제인 <고스트 월드>...
저도 이 영화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얻은 정보입니다만 <고스트 월드>는 미국 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이 만화는 신랄한 사회풍자와 이니드와 레베카라는 엽기 캐릭터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오랜기간 미국에서 사랑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만화의 원작자인 다니엘 클라우즈는 어느날 시카고의 빈민가를 걷다가 허름한 벽에 지저분하게 갈겨써진 'Ghost World'라는 낙서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 낙서가 '끝없이 이어지는 패스트푸드점과 쇼핑몰로 가득찬 획일화된 미국 현대 사회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라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유령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니드와 레베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독창적인 만화를 탄생시킨겁니다.
하지만 <고스트 월드>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이 우리 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만화가 아니었기에 이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가 없는 일반 관객들에겐 무슨 귀신 나오는 영화로 착각되어지기 쉬웠을 겁니다.
그래서 국내 수입업자가 생각해낸 제목이 <판타스틱 소녀백서>라는 제목입니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전 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때 마치 장나라 주연의 TV미니스리즈 <명랑소녀 성공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판타스틱 소녀백서>라는 제목은 아무 생각없이 즐길수있는 코미디 영화같은 인상을 풍겼던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본 이 영화는???
원작자인 다니엘 클라우드가 주장하는 미국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영화도, 국내 수입업자가 그토록 바랬던 명랑 소녀들의 한바탕 사랑 소동을 다룬 코미디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제겐 단지 지루한 영화였을 뿐입니다.
일단 이 영화의 내용은 절대 지루할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의 세계에 진입한 이니드와 레베카는 집에서 독립을 하기위해 집을 구하려 합니다. 하지만 돈을 번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죠. 게다가 이니드는 돈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40살의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않는 엽기남 시모어에게 빠집니다.
이 예기치못한 사건으로인해 이니드와 레베카의 우정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 둘의 독립 작전에도 위기가 닥칩니다. 과연 이 엽기 남녀의 사랑은 이루어질수 있을지... 그리고 레베카는 독립을 이룰수 있을지...
영화의 내용만 본다면 이건 완전한 엽기 코미디입니다. 한마디로 <판타스틱 소녀백서>라는 제목이 어울릴만한 영화입니다.
게다가 이니드역을 맡은 배우가 엽기녀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릴만한 헐리우드의 독특한 여배우 도라 버치이며, 이니드의 마음을 사로잡는 엽기남 시모어를 맡은 배우가 그야말로 엽기 배우 스티브 부세미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이 영화에 대한 코미디적인 기대치는 더욱 올라갑니다. 상상이 됩니까? 도라 버치와 스티브 부세미의 사랑 연기가??? ^^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니드와 시모어의 사랑이야기는 분명 재미있긴 하지만 관객의 배를 움켜잡을 정도로 웃기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루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분명 상황은 웃긴데 영화의 분위기는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심술부리기가 특기라던 이니드라는 캐릭터도 웃음을 자아내기엔 부족해 보였으며, 출연하는 영화마다 독특한 마스크로 웃음을 자아냈던 스티브 부세미는 오히려 이 영화에선 지금까지 맡았던 다른 영화중에서 가장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결국 이 영화가 코미디가 될수없었던 이유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실랄한 사회 비판 정신이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좀더 쉽게 말한다면 이 영화는 애초에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던 겁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흥행을 노린 수입업자측의 제목 바뀌치기 작전에 관객들이 속아넘어 간거죠. ^^;
그렇다면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요?
이 영화를 보기전에 이 영화가 작년 한해동안 수많은 영화제에서의 수상 기록을 본 관객이라면 아마 이 영화의 작품성에 충분히 겁을 먹었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수상 기록이 그렇게 화려한지...분명 그 수상 기록만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엄청난 예술 영화임에 분명 합니다. 하지만 예술 영화치곤 스토리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예술 영화는 무지 어려운 내용을 가진 영화를 뜻하는 거죠. 물론 그건 선입견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선입견을 쉽게 깨뜨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영화제 수상작치고 재미있는 영화를 못봤기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원작자가 이야기한 이 영화의 주제를 다시 한번 상기해보죠.
'끝없이 이어지는 패스트푸드점과 쇼핑몰로 가득찬 획일화된 미국 현대 사회를 풍자하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암튼 뭐 대강 이런 이야기 같군요.
하지만 도대체 이니드와 시모어의 사랑이 어떻게 미국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는 거죠? 이거 어려운 영화에 익숙하지 못한 저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군요.
이 영화의 원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대강 짐작으론 미국의 주류 사회에 반기를 든 이니드와 레베카라는 엽기 캐릭터를 내세운 특이한 만화일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이 영화가 원작처럼 이니드와 레베카를 내세웠더라면 어쩌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엽기 행각이 어쩌면 원작자의 의도대로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는데에도 용이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모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이니드와의 엽기 사랑이라는 원작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원작에서 이니드와 함께 원작의 한 축을 담당했던 레베카라는 캐릭터는 한쪽으로 밀려나 버렸으며, 주류 사회에 대한 심술을 가득 품은 이니드라는 캐릭터는 중년 남자와 사랑에 빠진 순진한 사춘기 소녀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아마 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의 재미를 살리기위해 이러한 설정을 한것이었을텐데... 그리고 원작자인 다니엘 클루우즈가 각색작업에 참여했으니 어쩌면 원작자의 의도가 시모어와 이니드의 사랑이라는 설정을 통해 영화에 반영되었을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무지한 한 사람의 관객의 입장이었던 저는 코미디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주제의식도 찾아내질 못했고, 코미디가 아니라는 실망감때문에 지루함을 참지도 못했습니다.
차라리 '애초에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선포했다면 단단히 정신 무장하고 이 영화를 봤을텐데...
아니 이니드와 시모어의 엽기 사랑만 없었더라도 이니드와 레베카의 엽기 캐릭터에 좀더 집중할수 있었을텐데...
암튼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