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레지던트 이블>- 게임하듯 영화보기.

쭈니-1 2009. 12. 8. 14:45

 



감독 : 폴 앤더슨
주연 : 밀라 요요비치, 미셀 로드리게스
개봉 : 2002년 6월 13일

6월 14일... 팀장님께서 댁에 가서 같이 축구보자고 하셔서 전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순간을 강남의 팀장님댁에서 목격했습니다.
초반 폴란드가 미국에게 2대0으로 승리를 거두고 있었기에 이전의 경기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FIFA랭킹 5위이며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 포루투갈을 맞이하여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경기를 벌이는 것을 보니 정말 너무 감격스럽더군요.
전 솔직히 우리나라와 포루투갈이 비기기만을 바랬습니다. 포루투갈이 첫 게임인 미국전에서 멍청하게 지지만 않았더라도 동반 16강 진출을 할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짐으로써 16강 탈락이 확정된 포루투갈의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더군요. 정말 안쓰러웠습니다. 차라리 얄미운 미국이 16강을 탈락해야 하는데... ^^;
안타깝게도 전 박지성의 멋진 골 장면을 놓쳤습니다. 맥주를 마시다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밖에서 열화와 같은 함성소리가... 볼일을 보고 TV앞에 앉았을땐 이미 상황종료... 으악~~~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가기위해 강남역으로 나오니 붉은 티셔츠를 입은 축구팬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더군요. 인도는 물론이고 차도까지 가득 메운 사람들... 버스 지붕위에 올라타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 정말 오늘만큼은 우리모두 월드컵을 통해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 축구를 싫어합니다. 축구가 지루한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왠지 축구가 좋아질것 같습니다. 올림픽때도 이런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젠 정말 16강을 넘어 8강... 4강... 신화를 이룰수 있기를... 포루투갈과의 경기를 보니 전혀 못이룰 꿈도 아닌듯 합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우승하는건 아닌지...  


 

 

    
월드컵때문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13일에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은 무관심속에 흘려버릴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월드컵만 아니었어도 썸머시즌 블럭버스터의 첫 시작을 알리는 SF액션대작이라는 소릴 들었을지도 모를만큼 영화적인 재미를 완벽하게 갖춘 영화입니다. 전 이 영화를 보는내내 끊임없이 터지는 액션에 한시도 눈을 뗄수없었으니까요.
<레지던트 이블>은 '바이오 하자드'라는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게임에는 문외한인 저는 '바이오 하자드'가 어떤 게임인지 알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마치 실감나는 게임을 한판한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게임의 형식을 철저하게 빌리고 있습니다.
게임의 특징은 게임속의 주인공과 게임을 하는 유저간의 철저한 동일화입니다. 만약 게임속 주인공이 죽으면 유저도 더이상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저는 살아남기위해 쉴새없이 움직이고 두드려야 합니다. ^^
게임을 원작으로한 <레지던트 이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게임과 틀린것은 영화속의 주인공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란 것 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속의 주인공인 앨리스와 관객간의 동일화를 먼저 시도함으로써 관객들이 마치 게임을 하듯 영화속에 빠져들게끔 유도합니다.
영화는 먼저 관객들을 '하이브'라는 빠져나갈수 없는 공간속에 초대합니다. 관객들은 단기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 영화속의 앨리스처럼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못한채 이 공포의 공간에 초대됩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랬던것 처럼... (그러고보니 이 영화의 주인공도 앨리스네요. 이건 의도된 건가???)
그리고 앨리스는 게임을 해야 합니다. 주어진 프로그램대로 방어 시스템을 가동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그리고 좀비들과...
쉴새없이 몰려드는 좀비들은 마치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주인공들은 좀비들을 향해 끊임없이 총을 쏴야하고 좀비들은 좀처럼 죽지않습니다.
마치 좀비들한테 물리면 'GAME OVER'라는 안타까운 글자가 화면을 채울것처럼 느껴질정도로...


 

 

      
게임을 닮은 영화... 그것은 게임을 모태로 한 이 영화의 당연한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처음부터 효과적으로 주인공과 관객간의 동일화를 성공시킵니다. 하지만 영화가 게임을 닮았다는 것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그 단점은 바로 긴장감의 부재입니다.
만약 게임을 하다가 죽으면 다시 동전만 넣거나 다시 실행만 시키면 언제든지 처음부터 다시 할수 있습니다. 아니 원한다면 죽은 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액션SF에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죠. 아무리 좀비들이 떼거지로 몰려온다해도 이것이 게임과 닮았다면 죽어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인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단점인 긴장감의 부재를 해결하기위해 색다른 장치를 준비합니다. 바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앨리스 즉 관객들을 몰고넣음으로써 스릴러 영화적인 긴장감을 형성시킨 겁니다.  
이 영화가 처음 시작하고 '하이브'라는 낯설은 장소에 끌려가도 안심할수 있었던 것은 앨리스와 동행한 특수요원들의 그 듬직함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특수요원들은 영화 초반 어이없게 거의 죽어버립니다.
남은 인물들은 정체불명의 한 남자와 앨리스와 관련이 있는 듯한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동료, 그리고 미덥지못한 특수요원입니다. 그나마 레인이라는 마치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를 연상시키는 두툼한 입술의 터프한 여성 특수요원이 있긴 하지만 좀비에게 물리는 바람에 언제 좀비로 돌변하여 앨리스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사방에선 좀비들이 달려들고 인공지능 컴퓨터는 언제 앨리스를 공격할지도 모르며, 같이 행동하는 동료들은 정체를 알수없거나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상황이 앨리스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앨리스와 동일화된 관객들은 단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습니다.
물론 앨리스는 죽지않을것이며, 'GAME OVER'이라는 안타까운 단어는 화면속에 나오지 않겠지만 영화를 보다가 깜짝놀라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차리고 있어야죠. ^^


 

 

        
영화속의 주인공 앨리스도 다분히 게임속의 캐릭터답습니다.
처음엔 갸냘픈 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그녀는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마치 'LEVEL UP'되는 게임속의 캐릭터처럼 점점 강해집니다. 나중엔 한손으로 거침없이 총을 쏘며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에선 최강의 여성 전사라던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보다 더 터프해 보이더군요.
이제 영화는 막바지로 치닫고 영화속에서 가려진 진실들을 하나,둘씩 밝혀집니다. 물론 그러한 진실들이 그리 충격적이진 않습니다. 그것들은 단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설정된 장치일 뿐이니까요.
이제 죽을 사람들은 죽고, 살 사람들은 살아서 죽음의 지하 도시 '하이브'를 빠져나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젠 끝이구나하는 안심에 한순간 마음을 놓는 관객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더군요.
하나의 단계가 끝나면 더욱 어려워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임처럼 이 영화는 또다른 단계를 준비해놓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게임처럼 말이죠.
게임처럼 시작해서 게임처럼 진행되어진 영화에서 가장 어울리는 마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만약 <레지던트 이블2>가 만들어진다면 'LEVEL UP'된 캐릭터와 더욱 어려워진 단계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겠죠? 벌써부터 기대되는 군요. ^^


 

 

      


아랑
토욜날 이거 봤어여...
무서워ㅠ_ㅠ
그리고 끝이 맘에 안들어요. 결국 좀비들이 세상밖으로 나와서 활개치고 다니자나요. 그리고 이 게임 했던 사람이 그러는데요 게임에서는 이제 세상이 두종류로 나눠진대요. 하나는 좀비족 하나는 돌연변이족. 왜 영화 마지막에 돌연변이가 되면서 실려가는 남자있죠.
암튼 그 좀비들 너무 끔찍하고 무서웠어요. 영화 종말이 이 앨리스가 하이브를 폭파시키고 그 회사를 고발하여 해피앤딩으로 끝났다면 이렇게 찝찝하진 않을텐데.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서 저는 한동안 거리를 비잉~ 둘러봤어요. 아.. 정말 그런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소름끼칩니다.
 2002/06/17   

쭈니
아랑님은 해피엔딩좋아하시나봐요?
전 비극을 좋아합니다. 무언가 여운이 남는듯한... ^^
전 가끔 거리를 활보하는 저 무표정한 사람이 좀비들은 아닐까하는 이상한 상상도... ^^;
요즘 거리의 사람들은 정말 좀비같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다닙니다.
그래서 전 괜히 실실거리며 웃으며 거리를 걷곤 하죠.
좀비같은 표정이 싫어서...
저 이상한 놈이죠? ^^
 2002/06/17    

아랑
네-_-;
무지 이상한넘이세요-_-;
 2002/06/18   

쭈니
푸하하하~~~ ^^;  200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