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스피릿>- 자유에 대한 진지한 질문.

쭈니-1 2009. 12. 8. 14:50

 



감독 : 로나 쿡, 켈리 애스베리
주연 : 다니엘 스투디, 맷 데이먼, 제임스 크롬웰
개봉 : 2002년 7월 5일

지난 일요일... 친구 어머니의 생신잔치에 초대되어 오랫만에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지난 88년부터 만나온 녀석들이니 벌써 1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사귄 친구들이군요. 하지만 전 왠지 그 녀석들과 만나면 맘이 편치 않습니다. 왜그럴까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정말 가고싶지 않았지만 친구 어머니의 생신에 빠질 핑계거리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참가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우린 함께 모여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요즘 제 상황이 아주 최악입니다. 반년전에는 2년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이별을 했으며, 최근엔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되었습니다. 지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시커멓게 다 탔습니다. ^^
전 친구라면 이러한 아픔을 서로 위로해주며 같이 아파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안그렇습니다. 작년 내가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했을때 친구 녀석들은 위로는 커녕 비웃더군요. 그럴줄 알았다고... -_-;
이번에 실직을 당했을때도 역시 위로는 커녕 비아냥만 들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제가 편해서... 아니면 내 상황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절 위로하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심각한 상황을 웃음거리로 만들면 위로가 될때도 있잖아요. 하지만... 전 아닙니다. 전 심각한데... 다른 사람들이 그걸 웃음거리로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녀석들이 너무 야속해서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냥 일찌감치 집에 돌아왔습니다.
친구라고는 그 녀석들뿐인데... 아무래도 전 인생을 잘못 살았나 봅니다. 제가 기댈수있는 진정한 친구 하나 못뒀으니... -_-;


 

 

 

    
얼마전 <스피릿>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작년 <슈렉>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드림웍스의 최신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드림웍스는 디즈니와의 완전 차별화에 성공한것 같더군요.
<스피릿>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한마리의 말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동물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었던 것이 <스피릿>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라이온 킹>을 들수 있겠네요. 그 밖에도 곤충들이 주인공이었던 <벅스 라이프>라던가, 멸종된 공룡이 주인공이었던 <다이너소어>, 장난감이 주인공이었던 <토이 스토리>, 상상속의 괴물들이 주인공이었던 <몬스터 주식회사>까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이용하여 다양한 주인공들을 창출하였으며, 이러한 디즈니의 시도는 해마다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릿>은 다릅니다. 디즈니의 주인공들이 동물이건, 곤충이건, 공룡이건간에 모두 의인화되어 표현되어 있다면 <스피릿>의 말들은 의인화되지 않은 순수한 말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사까지 '히~힝'거리며 말 울음소리를 냅니다.
어찌보면 이건 당연한겁니다. 말이 말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동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있던 제겐 의인화되지 않은 말이 주인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대체 말조차 할수없는 말이 주인공이라면 대사처리는 어떻게 할것인지... 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수 없었을만큼... 전 오랫동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져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스피릿>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너무나도 용감하게도 바꿨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스피릿>은 충분히 제게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


 

 

 

    
이 영화의 주인공이 의인화되지 않은 말인 이상 이 영화는 커다란 문제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그건 앞에서도 언급한적이 있는 영화속의 대사처리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이러한 제 우려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속의 대사처리를 말끔하게 처리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장점으로 만들어 버리는 저력을 발휘합니다.
멧 데이먼의 차분한 나레이션... 그리고 브라이언 아담스의 그 부드러운 노랫소리... <스피릿>은 말에게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부여하는 대신에 멧 데이먼의 나레이션과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로 영화속 대사처리를 말끔히 처리합니다.
이것은 이 영화의 또다른 선물입니다.
물론 <알라딘>에서의 로빈 윌리암스처럼 완벽한 더빙을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제시할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닙니다. <스피릿>은 아마 서부 개척시대의 한마리의 말을 통해 자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관객에게 던지고 싶었을 겁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인 말이 의인화되어 사람의 말을 한다면??? 그랬다면 영화의 진지함은 사라지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처럼 한바탕 웃고 즐길수 있는 가벼운 애니메이션으로 머물렀을 겁니다.
하지만 <스피릿>은 그런 애니메이션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멧 데이먼에게 결코 오버하지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맡기고, 극적인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가 나옴으로써 주인공인 말의 마음을 관객에게 설명해 줍니다.
결코 어린이용, 또는 킬링타임용 애니메이션으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이 영화의 욕심은 결국 관객들에게 멧 데이먼의 목소리와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라는 새로운 선물을 준 셈입니다.


 

 

 

  
그렇다면 <스피릿>이 어린이 관객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얻고자했던 영화의 진지한 주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물론 '자유'와 '자연'이라는 단어입니다.
사람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한마리의 종마를 통해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얻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그리 새로운 주제는 아닙니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자유에 대해 말해왔으며, 우리들도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릿>은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해왔던 자유에 대한 이야기와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서부 개척 시대... 이미 수많은 서부 영화에서 다룬 별로 새로울것이 없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의인화되지 않은 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을 깼다면, 서부 개척 시대의 당연한 주인공이었을 용감한 백인 기병대 대신에 한마리의 말을 그 중심에 세움으로써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이 영화는 자연을 굴복시키려는 백인 기병대 대장과 자연과의 친화에 노력하는 인디언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그 한가운데에 자유를 갈망하는 한마리의 말을 세운겁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되새겨 보게 됩니다. 혹시 우리는 우월감에 빠져 자연을 굴복시키려하고 있지는 않는지... 인간도 결국은 자연속에서 살아야하는 하나의 동물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우리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한 이 영화의 주제는 이렇게 고정관념의 틀을 깬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집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전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도가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적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앞세우지 못한 서부 개척 시대라는 구태의연한 시대적 배경과, 한마리의 말이 주인공이라는 것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자유에 대한 의지라는 너무나도 평범한 주제까지...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애니메이션의 기본 틀을 깨고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한단계 높인 영화라고 생각되며, 스펙타클한 영화의 표현방식속에 조금은 색다른 영화의 진행은 분명 제게 자그마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어쩌면 이 지구에서 가장 자유를 박탈당하고 살고 있는 것은 우리 인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돈이라는 것에 묶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치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피릿>은 이러한 우리 인간들에게 일침을 놓는 그런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랑
제가 젤 먼저 읽은건가요?
저도 영화보고 싶은데.. 언제볼까...
주말쯤에 봐야겠네요.
비가와서 엠티가는게 취소되었거든요. 남자친구랑 영화봐야겠어요.^^
 2002/07/03   

구구콘
흠..오타없는거 같은데?..한번더 볼까나..ㅡㅡ

그리고 18년이 넘은 친구들이 편하지 않은건..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부산에 두고온 칭구들과 예전처럼 스스럼없이..아무이유없이 맨날 만나다가 지금 이렇게 떨어져 있어보니..예전과 똑같진 않거든..
그건 안봐서 그런거 같아..
서로가 비밀이(상대방이 알지못했던 일이..)..조금씩 쌓이는데..그걸 공유하지못해서 생기는 어색함이 아닐까..
맨날 만나 시시콜콜..서로의 사생활을 다 안다면 불편할 이유가 없지..
그리고 니 상황은 아무런 문제거리가 안되지..
얼마나 얘기거리가 없으면 니얘길 할까..그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거 같은데?..그것도 애정이 없으면 묻지도 않는다.모.^--^
 2002/07/03   

쭈니
흠~ 어느새 또 글이 두개나 올라왔네... ^^
먼저 아랑님... 이 영화보시게요? 재미있을겁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웃고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치고는 꽤 진지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구구콘... 니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해. 이 글을 쓰고나서 생각해봤는데 나도 친구들이 힘들어할때 따뜻한 위로 한마디 해준적이 없더라고... 아마 남자들이라서 그런것에 어색해하고 익숙하지 않은가봐. 그래도 친구들인데... 내 상황이 안좋으니 만나고 싶지 않네. 그건 아마 그 녀석들 잘못이 아니고 내가 못난 탓이겠지??? -_-;
 2002/07/03    

구구콘
..어..(.....씨익.)  2002/07/03   

쭈니
너 잔인하다... -_-;  200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