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페이스풀(Faithful) ★★★

쭈니-1 2009. 12. 9. 12:50

 

 



감독 : 폴 마줄스키
주연 : 셰어, 채즈 팔민테리, 라이언 오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사이. 그것은 바로 부부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는 이런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묘한 양면성을 국내에선 강우석 감독이 최진실, 박중훈, 최종원과 함께 [마누라 죽이기]라는 코미디로 완성했고, 헐리우드에선 폴 마줄스키 감독이 [페이스풀]이라는 코미디성 스릴러로 완성했다.
[페이스풀]은 평화로운 음악과 함께 부유하며 행복해보이는 한 부부를 선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외면적인 모습일뿐. 남편인 라이언 오닐은 섹시한 여비서에게 빠져있고 아내인 셰어는 남편의 무관심에 우울증마저 걸려 자살을 생각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행한 부부사이에 채즈 팔민테리라는 약간은 멍청한 킬러가 끼어들며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한다.
폴 마줄스키 감독은 진정으로 이 영화가 코미디이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그는 당연히 냉혹하고 무시무시해야할 킬러를 약간은 우습게 표현했다. 그런면에서 [페이스풀]은 우리나라의 [마누라 죽이기]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코미디면에선 역시 폴 마줄스키 감독은 강우석 감독에게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이게 [페이스풀]은 어정쩡한 코미디이다.
폴 마줄스키 감독의 결정적인 실수는 킬러라는 캐릭터 구축의 실패이다. 채즈 팔민테리가 연기한 킬러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킬러라는 직업때문에 하나뿐인 여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은 그래서 그 죄책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그러한 킬러가 셰어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며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는 초반부의 설정은 너무 막무가내이다. 셰어의 멍청해보이는 표정과 덜떨어진 킬러의 결합은 그야말로 너무나도 조화되지 못한다.
폴 마줄스키 감독은 코미디로 끌고가려던 초반부의 스토리 전개를 결국 실패했다. 그렇기에 그는 후반부엔 스릴러 장르를 도입했다. 남편인 라이언 오닐이 돌아오고 그는 와인과 선물을 사가지고 와서는 아내인 셰어에게 관계를 회복하자고 나선다. 그러나 그 둘의 사이는 곧 싸움으로 번진다.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자신 아버지의 회사라며 거들먹거리는 아내와 트럭 두대뿐인 회사를 지금의 대기업으로 키운 것은 자신이라며 맞받아치는 남편. 그리고 두사람의 싸움에 끼어드는 킬러. 이제 이야기는 돈이 필요한 킬러와 킬러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부부의 신경전으로 번진다. 그리고 승리는 아내에게로 돌아가고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감독은 친절하게도 남편은 알거지가 됐고 아내와 킬러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자막을 라스트에 내보낸다. 하지만 그 자막을 보고도 속이 후련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폴 마줄스키 감독은 스토리 전개에 실패했다. 도입부의 코미디적 전개도, 후반부의 스릴러적 요소도 모두 따분하고 유치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두번째 이유로 캐릭터 구축의 실패이다. 라스트를 본 후 관객들이 '와! 속이 후련하다'라고 말할려면 남편은 좀더 악하고 비열하게, 아내는 가엽고 선하게 그려야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아내의 편을 들 관객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결국 이 영화에 나오는 세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관객의 사랑을 얻어내는데에 실패한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되어도 관객의 관심을 영화속에 붙잡아 놓지 못한다.
결국 [페이스풀]은 관객이 요구하는 그 무엇도 만족시키지 못한채 엉성한 구성으로 실망만 시킨 영화이다.

1997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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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글을 타이핑하며 [페이스풀]과 [마누라 죽이기]를 영화대영화로 방영하면 재미있게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
그리고 이 글에선 제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를 몇가지 설명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셰어의 저 멍한 얼굴이 싫기 때문입니다. ^^
 200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