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얀 드봉
주연 : 산드라 블럭, 제이슨 패트릭, 웰렘 데포
80년대이후 헐리우드는 많은 유럽 감독들을 끌어들였고 그러는 과정에서 촬영감독들도 헐리우드에 차례로 입성하였다. 얀 드봉은 그의 ㄷ오지인 폴 베호벤 감독과 함께 헐리우드에 입성하였으며, 촬영감독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경우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
그의 데뷔작은 94년 [스피드]이다. 키아누 리브스를 액션 스타의 자리로 올려놓았고 무명의 산드라 블럭을 헐리우드의 신데렐라로 탈바꿈시켜놓은 [스피드]에 이어 96년 [트위스터]로 또한번 흥행에 대성공하며 헐리우드의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97년 썸머시즌, 그는 1억 4천만불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액션 대작 [스피드 2]를 내놓았고 감히 그 누구도 이 영화의 실패를 예감하지 못했다.
전편의 히어로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 거절때문에 [슬리퍼스]의 제이슨 패트릭을 대타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상큼한 미소의 귀여운 산드라 블럭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무한질주 버스대신 호화 유람선을, 그리고 1억달러를 들인 실제 크기의 유람선과 세인트섬 세트가 충돌하는 라스트 등 그야말로 [스피드 2]는 작년의 [트위스터]처럼 썸머시즌의 흥행 대전쟁속에서 용감히 살아남을 영화로 보였다.
그러나 [스피드 2]는 실패했다. 얀 드봉의 영화중 가장 비싼 돈을 들였으나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한 이 영화는 [워터월드]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 했다. 그럼 먼저 [스피드 2]에 읽힌 소문들을 살펴보자.
[스피드 2]에 대한 첫번째 소문.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 거절은 돈 때문?
전편의 히어로 키아누 리브스는 [스피드 2]의 출연제의를 자신의 락밴드 공연때문에 거절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자존심때문에 거절했다는 소문이 맞을 듯 하다. 산드라 블럭은 [스피드]의 성공이후 [당신이 잠든 사이에], [네트], [타임 투 킬]등 출연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하며 헐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여배우가 되었고, 키아누 리브스의 경우 이렇다할 뚜렷한 성공작을 내지 못했다. 그때문에 94년 [스피드]출연때와는 정반대로 산드라 블럭의 출연료가 더 많이 제의되었고 이에 자존심이 상한 키아누 리브스가 흥행이 보장된 이 영화의 출연을 거절한 것이다. - 물론 이 소문이 진실인지는 키아누 리브스만이 알고 있다.
[스피드 2]에 대한 두번째 소문. 바다를 소재로한 영화는 모두 망한다?
95년까지 실패를 모르던 케빈 코스트너는 2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워터월드]의 실패로 배우의 생명이 거의 끝날뻔 했다. 그는 미니어쳐를 거절하고 바다 한가운데에 실제 '워터월드'를 세웠으나 95년도 최고의 실패작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스피드 2] 역시 마찬가지이다. 얀 드봉 감독은 감독데뷔후 연타석 홈런의 기회를 잡았고 미니어쳐나 특수효과의 수혜를 거절하고 제작비의 70퍼센트에 달하는 1억달러의 돈을 오나벽한 충돌로 산산조각이 날 유람선과 세인트 마틴섬의 전경을 세트로 직접 짓는데 사용했다.(마치 [워터월드]처럼...) 그러나 [스피드 2]는 얀 드봉 감독의 유일한 흥행 실패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바다를 소재로한 영화는 망한다는 헐리우드의 소문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아직 97년 연말에 개봉될 2억달러의 대작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남아있고 [타이타닉]역시 미니어쳐를 거절하여 실제 크기의 '타이타닉호'를 제작하여 화제가 되었다. 아무래도 두번째 소문의 진상은 97년이 지나봐야 할 수 있을것 같다.
이제 영화의 실패에 대해 말해보자. 이 영화가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스피드'조절의 실패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스피드 2]이다. 전편에선 무한속도로 달리는 버스를 소재로하여 관객에게 '스피드'의 쾌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스피드 2]의 무대는 바다이다. 과연 호화유람선에서 아무리 브레이크가 고장났다해도 '스피드'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오프닝 액션 장면은 그야말로 속시원하다. 범인 추적을 위해 오토바이 추격씬을 벌이는 특수경찰 알렉스(제이슨 패트릭)와 운전면허 주행시험을 보며 도로를 엉망으로 만드는 귀여운 애니(산드라 블럭)의 모습이 교차되며 보여주는 씬은 역시 후속편에도 '스피드'의 감각을 잃지않을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뿐이다. 알렉스와 애니가 휴가로 카리브해의 유람선에 올라타며 이 영화의 모티브인 '스티드'는 사라진다. 한마디로 얀 드봉 감독은 무대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키아누 리브스 대신 캐스팅된 제이슨 패트릭은 키아누 리브스가 가지고 있는 핸섬함도 카리스마도 없었다. 그가 아무리 종횡무진 활약을해도 산드라 블럭의 빛에 가려 버린다. 그렇기에 애니가 악당 존(월렘 데포)의 인질이 되어 알렉스에게 살려달라고 외칠땐 실감이 나지 않는다. 존이 애니를 인질로 잡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알렉스에게 도와달라고 애틋한 눈빛을 보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넌센스이다.
그러나 너무 실망은 하지 말것. 전편의 '스피드'쾌감은 기대할수 없지만 어마어마한 라스트는 압권이다. 유람선이 유조선을 겨우 피해 세인트 섬의 마을과 충돌하는 장면은 미니어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스펙타클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존의 경비행기가 유조선과 충돌하여 폭파되는 장면 역시 압권이다. 비록 전편보다 나은 후편은 없다는 정설을 다시한번 확인한 꼴이 되고 말았지만 라스트 장면의 스펙타클로 조금은 이해하기로 하자.
P.S. [스피드 2]의 러닝타임은 2시간 5분. 그러나 국내 상영땐 1시간 45분 정도였다. 그렇다면 20분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아마도 국내 수입사가 이 영화의 스피드 감각을 위해 관객을 배려하는 축면에서 잘라냈나보다. 고맙기도 해라. 젠장!!!
1997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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