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크 허만
주연 : 피트 포슬스웨이트, 이완 맥그리거, 타라 피츠제랄드
1980년대부터 영국 정부는 폐광 정책을 추진했다. 그때문에 수많은 탄광이 '이젠 석탄은 한물갔다'는 이유만으로 폐광되었고 수많은 광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마크 허만 감독은 정부의 정책때문에 삶의 일터를 잃은 광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것은 분명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는 결코 영화를 무겁게 이끌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광부들의 이야기에 음악을 삽입했고 그의 그런 생각은 성공적이었다. 그렇기에 [브래스드 오프]는 폐광된 탄광의 광부들의 이야기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과오는 저지르지 않는 성공적인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영국의 그림리라는 가상의 탄광마을이 배경이다. 이 마을의 광부들은 음악을 인생으로 여기며사는 밴드 지휘자 대니(피트 포슬스웨이트]를 주축으로 브라스 밴드를 결성하여 삶의 고통을 잊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탄광이 폐광 위기에 몰리자 100년 전통의 밴드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삶의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 그들에게 음악은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밴드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나 글로리아(타라 피츠제랄드)라는 여성이 밴드에 들어오면서부터 밴드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글로리아의 옛사랑 앤디(이완 맥그리거) 역시 갑작스런 그녀의 출현으로 다시 사랑을 싹트워간다.
영화의 시작은 무척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분위기는 활기차고 낙관적이었다. 폐광의 위기에 처해있으면서도 광부들은 희망과 유머를 잃지않았고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기까지 하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마크 허만 감독의 능력덕분이다. 절망적인 이야기를 낙관적으로 풀어나가는 그의 솜씨는 그야말로 기가 차다.
영화가 중반으로 흘러가며 마크 허만 감독은 라스트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 그는 주인공들을 최악의 상태로까지 몰고가고 영화 초반부에 있었던 낙관적인 분위기를 걷어치우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상적 분위기로 몰고간다.
탄광은 폐광되고 대니는 진폐증으로 쓰러지며 대니의 아들인 필의 아내와 아이들은 빚독촉을 못이겨 필의 곁을 떠난다. 글로리아는 회사의 첩자로 오인받고 탄광을 살리기위한 보고서를 작성한 글로리아는 자신의 보고서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앤디는 사랑의 상처를 받는다. 초반의 분위기와는 너무 대조적인 절망적 분위기속에 감독은 감동적인 라스트를 이끌어낼 정도로 영악했다.
글로리라의 도움으로 꿈에도 그리던 알버트홀로 진출한 그들은 훌륭한 연주를 해내고 모든 오해와 갈등은 풀린다. 웅장한 음악속에 펼쳐지는 이 라스트는 대니가 청중들앞에 광부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극에 달한다.
그러나 결코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밴드는 우승을 하며 동료들과의 오해와 갈등은 풀리지만 달라진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탄광은 폐광된 그대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며 광부들은 새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야 한다.
헐리우드처럼 억지 해피엔딩으로 관객을 현혹시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영화엔 희망이 있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다.
1997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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