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호프만
주연 : 미셸 파이퍼, 조지 클루니
영화의 장르중 로맨틱 코미디만큼 관객을 행복하게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따뜻한 사랑이 있고 흐뭇한 웃음이 있으며 행복한 해피엔딩이 존재하는이상 로맨틱 코미디는 영원히 관객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멋진 날]은 그야말로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이 영화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미셸 파이퍼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맥 라이언이 갖지 못한 지적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지 클루니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미셸 파이퍼와 커플을 이루어 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혼녀인 멜라니(미셸 파이퍼)와 이혼남인 잭(조지 클루니)이다. (이혼률이 급증하는 미국사회에선 너무나도 적절한 설정이다.) 두사람은 어린 자식들의 소풍에 늦는 바람에 서로 만나게된다. 승진을 위한 중요한 회의가 있는 멜라니에게 있어서 잭의 존재는 무척이나 못마땅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잭때문에 어린 아들을 소풍에 보내지 못했으니 어쩔수없이 중요한 날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두사람의 첫인상은 매우 부정적이다. 멜라니는 잭을 책임감없는 남성이라 생각하고 잭은 멜라니를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라 여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잭과 멜라니는 아이들때문에 일을 망치고 서로 필요한 존재임을 느낀다.
마이클 호프만 감독은 매우 영악하게도 관객이 원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개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엔 두사람을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자연스럽게 설정해놓고 사건의 진행에 따라 서서히 두사람의 사랑을 확대해나간다. 그러한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영화진행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처음엔 위기에 처한듯한 멜라니와 잭의 직장일은 서로에대한 믿음과 사랑이 확립되어 감에 따라 영화의 제목처럼 멋진날로 변형되어 간 것이다. 멜라니는 사회적 성공과 아들의 축구시합사이에서 축구시합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바이어들에게 멋진 여성이라는 칭찬을 듣게되고 잭은 급한 기자회견에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딸과의 진지한 대화끝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
모든 일이 해결되고 아이들의 축구시합도 끝이났을때 관객은 이제 두사람의 사랑도 이루어졌겠지라고 안심하지만 천만의 말씀. 최종적으로 두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멜라니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딸의 귀뜸에 잭은 용기를내어 멜라니를 찾아가고 이제서야 두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미셸 파이퍼도 맥 라이언처럼 귀여워질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잭의 키스에 잠시 시간을 달라며 화장실에가서 양치질을 하고 옷갈아입는 그녀의 모습은 나이 40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를 의심케한다. 그런데 세상에 잭은 쇼파에 앉아 자고 있다. 조지 클루니의 자는 모습은 또 얼마나 천진난만해 보이던지...
결국 이 영화는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와 주연 배우들의 매력이 로맨틱 코미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적 작품이다.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도 [어느 멋진 날]이 보여준 행복한 감정들을 배우도록...
1997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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