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스핏파이어 그릴(The Spitfire Grill) ★★★★★

쭈니-1 2009. 12. 9. 12:49

 

 



감독 : 리 데이비드 즐로토프
주연 : 앨리슨 엘리엇, 엘렌 버스틴, 마르시아 게이 허든

9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관객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극적인 드라마적 요소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영상미 그리고 잔잔한 감동이 베어있는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TV연출가 출신인 리 데이비드 즐로토프 감독은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세 여자를 통해 관객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세명의 여성 주인공의 캐릭터 구축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의 진솔함이다.
이 영화의 시작은 5년간 감옥에서 복역하다 가출옥한 퍼시(앨리슨 엘리엇)가 길리드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며부터이다.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은 낯설은 이방인의 등장에 수근대기 시작한다. 그녀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이는 '스핏파이어 그릴'이라는 식당을 경영하는 한나(엘렌 버스틴)와 남편의 무시에 스스로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여성 셀비(마르시아 게이 허든)뿐이다.
감독은 우선 '스핏파이어 그릴'이라는 작은 공간을 설정해 놓고 세명의 여성이 서로 의지하여 마을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싸우게 한다. 그렇기에 세명의 여성의 연대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퍼시를 살펴보도록 하자.
퍼시는 살인자이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를 알게된다면 관객 모두 그녀를 이해하고 동정하게 될것이다. 9살때 의붓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그녀는 어머니의 묵인속에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강간당하다 16살때 임신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폭력때문에 유산된 그녀는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간것이다. 그녀의 상처는 이렇듯 남성에 의한 것이다. 앨리슨 엘리엇은 자칫 잘못하면 문제아로 비춰질 퍼시라는 캐릭터를 어두운 과거를 지닌 순수한 여성으로 구축해놓았으며 그녀의 연기덕에 영화는 관객을 영화속에 집중시킨다.
퍼시를 처음으로 받아주는 한나 역시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자신이 끔찍히 사랑하던 아들이 베트남전 참전이후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녀의 아들 일라이는 베트남전 참전이후 자폐증상을 보이며 마을 사람들 몰래 산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한나가 일라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늦은 밤 한나가 갖다놓은 음식을 가지러 일라이가 내려오는 순간뿐이다. 일라이는 한나를 거부했으나 퍼시는 받아들인다. 이것이 퍼시와 한나의 연대의식으로 발전한다.
또한여자 셀비는 강압적인 남편에 의해 자신은 쓸모없는 멍청이라 여기며 산다. 그녀의 그러한 생각은 한나의 부상으로 혼자 고생하는 퍼시를 도와 식당을 꾸려 나감으로써 자신도 필요한 존재라는 자각을 하게되고 그러한 자각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퍼시와 강한 연대의식을 형성한 것이다.
TV출신답게 리 데이비드 즐로토프는 세여자의 사연과 에피소드를 영화속에 잘 융합시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으며 퍼시의 희생이라는 클라이막스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화해와 융합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적대감 해소라는 라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일단 아름답다. 마을의 수려한 자연 풍경은 잘 꾸며진 영상미속에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감독은 페미니즘 형식을 빌어 미국의 보수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영화의 극적 스토리 전개에도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영화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비해 감독은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그야말로 뜻밖의 라스트를 통해 영화 전반에 걸친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분위기도 풍기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눈시울을 적시는 뛰어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1997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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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제가 꽤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비극적인 요소와 드라마가 잘 결합된...
마치 [안토니아스 라인]같은 영화죠. ^^
 200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