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자크 반 도마엘
주연 : 다니엘 오떼이유, 파스칼 뒤켄
사회적으로 성공한 세일즈맨 교육 강사 아리(다니엘 오떼이유). 그러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떠나버리자 그의 생활은 뒤죽박죽이 된다. 일때문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는 실수를 하는 아리는 가족을 되찾으려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한편 다운증후군 호나자인 조지(파스칼 뒤켄)는 죽은 어머니를 찾아 요양원을 탈출하고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아리와 조지는 가까워진다.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인 파스칼 뒤켄의 열연으로 작년 깐느에서 격찬을 받은 [제8요일]은 [토토의 천국]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의 역작이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않는 두주인공을 한 화면속에 배치시켜놓고 두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감독의 화법이 매우 독특하다.
우선 아리라는 캐릭터를 살펴보자. 그는 교육생들에게 '언제나 웃어라', '성공한 사람의 인상을 풍겨라',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라'라고 항상 교육하지만 그의 생활은 그렇지 못하다. 7시 30분 디지탈 시계소리에 깨어나 기계에서 튀어나오는 두쪽의 식빵으로 아침을 떼우고 회사가는 길엔 교통체증으로 고생한다. 감독은 아리가 차를 몰고 직장에 가는 장면에서 마치 전쟁 영화에나 어울릴듯한 음악을 내보냄으로써 아리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표현한다. 아리는 아이들과 함께 자신을 떠난 아내에게 외친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어? 난 남들이 우너하는 삶을 살았을 뿐이야'라고. 솔직히 그렇다. 아리의 잘못이라면 생활의 여유를 갖지못하고 생호라속에 쫓기어 살아왔다는 점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그에반에 조지의 경우는 좀 다르다. 영화속 오프닝 장면에서 나타나듯이 조지는 순수에 대한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자신을 사랑해준 유일한 존재인 어머니가 죽자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요양원을 탈출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는다. 유일한 혈육인 누나는 조지를 맡을 수 없다고 흐느끼고 다른 여자들도 조지의 외모를 보고 그를 외면한다.
감독은 여기에서 두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사랑의 상실이다. 아리와 조지 모두 가족에게 버림을 당한 것이다. 조지는 식당 종업원에게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여성들에게 외면을 당하자 발작을 일으킨다. 조지가 진정 원했던 것은 작은 사랑과 관심뿐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조지를 귀찮게 여기던 아리도 그를 이해하고 같이 있어준다. 그리고 조지는 아리가 가족을 되찾게 해주기위해 요양원 친구들과 길을 나선다. 딸의 생일임에도 중요한 회의때문에 가지 못하는 아리에게 자동차 판매소에서 중형 버스를 탈취(?)한 조지와 그의 친구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회사의 폭죽을 가지고 아리 딸의 동네에 가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벌인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라스트를 위해 약간의 억지를 부린다. 조지와 그의 친구들이 중형 버스를 탈취하여 자동차 판매소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이를 저지하는 경찰 한면 없다. 그들이 아리의 직장에 도착했을때쯤이면 당연히 순찰차들이 버스를 애워싸야 정상일텐데 순찰차는 보이지도 않는다. 단지 불꽃놀이가 막바지로 접해서야 경찰이 나타난다.
암튼 이 사건으로 아리는 가족과 화해하고 또다시 사랑하는 여인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빼앗긴 조지는 죽음을 선택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매우 간단하다.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가져보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주제속에서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은 마술과도 같은 영상과 함께 정상인들이 배척하고 외면한 다운증후군 환자를 영화속에 배치시킴으로써 순수의 이미지를 끌어냈다. 파스칼 뒤켄의 존재는 결국 단순한 주제를 가진 따분한 영화가 될뻔한 이 영화를 특별한 영화로 끌어올렸다.
1997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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