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알란 샤베
주연 : 알란 샤베, 장 삐에르 바리
프랑스 영화의 중흥을 이끌어낸 것은 코미디 영화였다. 90년대들어 영화의 발산지라고 자부했던 프랑스가 헐리우드 영화에 관객을 빼앗기자 무거운 주제의 영화들을 떨쳐버리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들([비지터], [도시속의 인디언] 등)로 관객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들은 프랑스내에서만 인기를 얻었을뿐 전세계 관객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들이 철저하게 자국의 관객들을 위한 영화로 기획되었기에 타국의 관객에게 웃음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디에]는 오랜만에 전세계 관객의 웃음 공감대를 형성케해주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이다. '어느날 갑자기 인간이 되어 버린 개'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관객을 웃기기위한 이 영화는 별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성공을 쫓아온 장 삐에르(장 삐에르 바리)에게도 이런 쉽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출장 떠난 여자친구가 맡겨놓은 디디에(알란 샤베)라는 애완견이 하루아침에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장 삐에르의 당황은 한 순간뿐. 그는 디디에가 공몰이에 재능이 있음을 감지하고 자신이 스카우터로 있는 축구팀에 선수로 기용한다. 임기웅변에 능한 장 삐에르에 의해 리투아니아의 용병으로 둔갑한 디디에는 축구시합에 출전하게되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터트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될 인물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알란 샤베이다. 광고계 출신답게 기발한 아이디어와 빠른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극중 인간이 되어버린 개의 연기를 우스꽝스럽게 해내 찬사를 얻어냈다. 그는 클라이막스인 축구 시합 장면에서는 선수들의 기민한 모습들을 박진감있게 표현하여 스포츠 영화의 장점을 잡아내기도 했으며 장 삐에르의 서투른 사랑에 의해 애인과 벌어지는 사랑싸움과 화해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따스함을 표현하기도 해다. 특히 축구룰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에 참가한 디디에를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전개하여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알란 샤베 감독은 영화속에서 한국을 자주 호명하기도 했는데 장 삐에르에게 디디에를 맡긴 그의 여자친구는 태권도의 멋을 장 삐에르에게 자랑하여 한국 관객들을 흐뭇하게 하더니 장 삐에르는 말썽피우는 디디에에게 '너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보신탕감이다'라고 핀잔주는 장면을 두차례나 내보내 우리 관객들을 멋적게 했다. 아마도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한국의 보신탕을 비난하는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알란 샤베 감독은 이 영화속에 동양의 윤회사상을 나타내어 동양에 대한 신비로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도 약점은 있다. 알란 샤베 감독은 '인간이 되어버린 개'라는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드는데 집착하여 '디디에가 왜 인간이 되었고 마지막에 다시 개로 돌아갔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안했다.
장 삐에르가 다시 사랑을 되찾자 디디에가 다시 개로 둔갑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사랑에 서투른 장 삐에르때문에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것 역시 불충분하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고 할지라도 출처모를 이상한 빛으로 인해 개가 사람이 되고 다시 개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너무 황당하다.
알란 샤베 감독은 디디에가 사람이 되어버린 사건을 관객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의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랬더라면 이 영화는 구성이 잘 짜여진 코미디 영화가 될수도 있었을 것이다.(예를 들자면 공원의 소원비는 기계에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가 진짜 어른이 되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인 [빅]처럼 말이다.)
1997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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