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리치 보덴, 모니카 트뢰트, 클라라 로우
주연 : 카말라 로페즈 도손, 프리실라 반즈, 할리 맨
미국, 독일 그리고 홍콩의 여성 감독이 섹스라는 공통된 소재로 3가지 각기 다른 주제를 끌어낸 옴니버스 영화. 섹스 소재의 영화라면 3류 에로 영화를 예상할테지만 1994년 깐느 영화제에서 특별 초청작으로 상영, 최다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기도 하다.
[에로띠끄]는 긍극적으로 페미니즘 에로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남성을 주체로했던 에로 영화에비해 이 영화는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으로 영화를 그려내고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합시다'는 [워킹걸]로 유명한 리치 보덴 감독의 작품이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배우 지망생인 여성 로지(카말라 로페즈 도손). 그녀는 히스패닉에 검은 머리라는 이유로 중요한 배역에 매번 떨어진다. 그러한 그녀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은 폰섹스이다. 폰섹스의 이용고객은 매번 금발에 가슴풍부한 늘씬한 백인 여성만을 원하고 거짓말하는데 질린 로지는 자기식대로 하기를 원하고 그러다가 로지의 환상에 흥미를 갖는 손님을 만나게 된다.
이 에피소드에선 철저하게 여성이 남성을 위해 섹스를 서비스하는 폰섹스를 소재로하여 오히려 그 주체를 바꾸어 버린다. 손님인 남성이 주체가 되어야할 폰섹스 영업에 오히려 종업원인 로지가 주체가 되어 자신의 환상을 펼쳐나감으로써 성적 만족을 얻어낸다. 그러면서 영화는 재미를 잃지 않는다. 로지의 환상속 장면은 거의 포르노를 연상시킬만큼 과감하다.
그러나 [에로띠끄]는 두번째 에피소드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과감한 레즈비언 시네마를 표방한 두번째 에피소드 '터부호텔'은 첫번째 에피소드보다 과감하고 야하게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전라의 두여인이 한 침대에서 서로를 애무하며 사랑을 속삭인다. 동성애에 유난히 까다로운 심의 위원회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지만(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는 동성애가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수입불가 판정을 받았다.) 국내 관객이 보아왔던 동성애 장면중에서도 최고로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니카 트뢰트 감독이 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악감정을 드러내며 영화는 흔들린다.
동성애 커플인 클레어(프리실라 반즈)와 줄리아. 줄리아가 클레어에게 남성과 섹스를 하고 싶다고하자 클레어는 줄리아에게 빅터라는 남자를 엮어준다. 그러나 빅터와 줄리아가 섹스를 시작하려할때 클레어는 빅터의 항문에 성기구를 꽂음으로써 쫓아내고 빅터는 차폭발 사고로 죽는다.
모니카 트뢰트 감독이 이 에피소드에서 하고자하는 말은 여성의 홀로서기이다. 마치 '세상 살아가는데엔 남자 따위는 필요없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엇이 이 여성감독을 그토록 삐틀어지게 했는지 모르지만 남자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영화였다.
세번째 에피소드 '완탕 수프'역시 비틀거리는 마찬가지이다. 홍콩이라는 영국도 중국도 아닌(이젠 중국땅이다.) 모호한 땅위에서 벌어지는 이 에피소드는 [에로띠끄]가 일괄된 주제로 진행해온 여성 주체로서의 섹스를 비껴나간다. 오히려 이 에피소드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홍콩 젊은이들에게 '중국인이 되어라'라고 외치는 듯 하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중국인이지만 호주에서 태어난 에드리안과 그의 홍콩인 애인 앤(할리 맨)이다. 에드리안과 앤은 서로 사랑한다. 섹스에도 별 이상이 없는듯 하다. 그러나 앤은 에드리안은 매번 섹스뒤에는 그만 만나자고 한다. 에드리안은 삼촌의 도움으로 성애에 대한 중국의 고전을 읽게되고 비로서 앤을 만족시킨다.
이 에피소드에서 에드리안은 앤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지만 철저하게 카메라는 에드리안 중심이다. 그뿐 아니라 재미도 없다.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이 영화는 지루하다. 포르노에 가까운 충격적 장면으로 주제를 제껴두고라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앞의 에피소드에 비해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다.
긍극적으로 [에로띠끄]는 여성 주체로의 섹스라는 새로운 접근이 신선하다. 그러나 그뿐인것이 아쉽다.
1997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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