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베이비 세일 ★★★1/2

쭈니-1 2009. 12. 9. 12:42

 



감독 : 김본
주연 : 이경영, 최진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영화는 코미디 영화와 코미디 영화가 아닌 영화들로 분류되어 버렸다. 코미디 영화는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와 박중훈식 코미디로 분류되었다.
이것은 비극이다. 헐리우드의 대작 메이저 영화에 맞설 영화는 저자본 코미디 영화뿐이라는 얄팍한 상술이 우리나라 영화를 망치고 있다. 재능있는 신인 감독들은 흥행에 성공한 데뷔작을 갖기위해 코미디 영화 연출로 자신의 재능을 썩히고 있으며 관객들은 서서히 코미디 영화에 식상해가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대표하는 영화가 바로 [베이비 세일]이다.
제2회 서울 단편 영화제에서 [모범시민]으로 대상을 차지한 김본감독은 의욕적인 장편영화연출 데뷔작으로 로맨틱 코미디인 [베이비 세일]을 선택했고 베테랑 배우 이경영, 최진실을 캐스팅했지만 비평뿐 아니라 흥행면에서도 완벽한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베이비 세일]의 실패요인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수 있다. 그 첫번째가 스토리의 부실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일정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남녀가 있고 서로 사랑한다. 그러나 오해로 헤어지게되고 라스트에선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식이다.
[베이비 세일]은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결혼했다'에서부터 시작한다. 지현(최진실)은 남편 상준(이경영)이 결혼초와는 달리 집안일을 등안시하고 아기 돌보는 일에 무관심하자 작전을 꾸민다. 자신을 나쁜 엄마로 철저하게 포장하여 드디어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직장에 복귀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상준은 지현의 직장일을 방해하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게 되지만 아기가 실종되고 그 아기를 되찾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김본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의 스토리 구조를 벗어나기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역시 제자리였다. 그는 [베이비 세일]을 통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 전쟁을 풍자하려했지만 그것 역시 실패이다. 지현이 직장에 다니기위해 벌이는 일은 그야말로 유치했으며 상준의 복수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최대 강점은 영화를 보고난뒤 느끼는 행복인데 이 영화는 그러한 행복마저 없다. 라스트의 화해장면마저 구태의연한 결과이다.


 

 


두번째 공허한 코미디 전개이다.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코미디 장면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이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아기의 첫돌 장면이다. 무식한 시골 영감인 상준 부모와 뺀질거리는 도시 영감인 지현 부모의 격돌, 딸만 있는 상준 형과 상준의 격돌 그리고 화해는 김본 감독이 무언가는 풍자하고 싶은데 그저 그것만으로 그친 아쉬운 코미디로 비춰진다.
그밖에 지현과 상준을 위해 가짜 도둑질을 하는 지현 동생 등등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코미디는 비현실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세번째는 주연 배우의 무(無) 매력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주연 배우들의 매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장르이다. 그런데 최진실과 이경영은 왠일인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매력마저 상실한듯 보인다.
한국 여배우중 인기톱을 달리고 있는 최진실의 경우 그 동안 가지고 있던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를 벗기위해 요상한 머리 스타일을 가지고 변신을 시도해지만 완벽한 실패이다. 덕분에 영화 진행내내 최진실은 빛을 잃었고 때문에 영화는 더욱더 재미없다.
이경영의 경우는 최진실과는 정반대의 경우이다. 그는 다작배우이다. 그러고 자신이 출연했던 그 많은 작품속에서 자신이 구축해온 이미지를 이 영화에도 잇고 있다. 그의 무변신이 너무나도 식상하다.
결국 [베이비 세일]은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을 그 어느것 하나도 살려내지 못한 올해 최악의 데뷔작중 하나일 것이다.

1997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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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영화에서의 최진실의 헤어스타일을 보니 갑자기 얼마전 시청자들의 눈물속에 종영된 TV 드라마 [장미빛 인생]이 생각나네요. 최진실은 이미 8년전부터 이미지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나봅니다. ^^;  200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