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샤론 폰 비에터샤임
주연 : 크리스티안 폴, 토비이스 모레티
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후 지구상에 존재하던 3개의 분단국중에 한곳이던 독일은 바로 다음해 통일이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을 해치웠다. 당시 통독의 의미는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인 서독이 사회주의를 표방한 동독을 흡수통일한 것이다. 이 흡수 통일은 분단된 지역이었던 동쪽과 서쪽에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문화 영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통독이후 독일 영화도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게 된다. 통일 독일이라는 존재의 형성과 당시 세계적인 추세였던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붕괴는 대중들의 관심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서 경제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변화시켜 버렸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독일 박스오피스는 헐리우드의 사업 영화로 채워져버렸고 빔 벤더스로 대표되던 독일의 작가주의 영화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런한때 타도 헐리우드를 외치며 나타난 영화가 바로 [워커홀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헐리우드 영화의 거센 바람속에서 살아남기위한 대책으로 세워진 것이 신세대 감각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결혼 이야기]의 성공후 우리 영화의 대부분은 로맨틱 코미디로 채워졌으며 그것이 식상해질때쯤 TV의 PD들이 대거 영화계에 진출하여 영화속에 TV왕국을 건립, TV세대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 역시 비슷한듯 하다. 독일 박스오피스에서 자국 영화로 유일하게 성공을 거두어다는 [워커홀릭]은 신세대 감각에 맞추어진 로맨틱 코미디이며 감독인 샤론 폰 비에터샤임은 TV 방송작가 출신이고,남자 주인공인 토비이스 모레티는 TV시리즈 [형사 렉스]의 주인공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출신이며, 여자 주인공인 크리스티안 폴은 TV와 모델계에서 맹활약중인 독일의 신세대 스타이니 말이다.
젊고 아름다운 방송국 MC인 로다(크리스티안 폴). 그냐에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자 친구인 맥스(토비아스 모레티)가 있다. 증권회사 투자 전문가인 맥스는 잘생긴 외모에 능력있고 섹시하며 누구보다도 로다를 사랑한다. 그러나 완벽해보이는 맥스에겐 단 한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일중독에 걸린 것이다. 오죽했으면 로다의 소원이 맥스와 단둘이서 조용하게 주말을 보내는 것이었을까. 결국 맥스의 일중독증에 참지못한 로다는 한가지 중요한 결심을 한다. 자신도 MC로써 성공하여 보란듯이 맥스 앞에 서는 것. 성공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녀앞에 새로운 남자들이 등장하고 맥스는 로다를 되찾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까지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왠만한 영화광들은 뒷내용을 눈치챘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비극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당연히 로다와 맥스는 재결합한다.
[워커홀릭]은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할 모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심각한 사회 문제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잡을 것인가이며 사랑을 위해서는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영화는 적당히 섹슈얼리티와 코믹함을 섞어 놓았으며 라스트의 해피엔딩은 물론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주연 배우들의 매력까지 완벽하다. 특히 로다역의 크리스티안 폴은 [제리 맥과이어]에서 르네 젤위거가 보여주었던 천진함과 멕 라이언의 귀여움, 미셀 파이퍼의 섹시함까지 두루 갖추어 관객을 사로 잡았다. 그녀의 미소는 마치 천사의 미소였으며 와인을 마시고 술취한 연기는 천진함의 극치였다.
무언가 독특한 독일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이겠지만 헐리우드 영화속에서 살아남기위한 독일 영화계의 안타까운 몸부림같은 영화이다.
1997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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