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알란 J 파큘라
주연 : 브래드 피트, 해리슨 포드
브래드 피트와 해리슨 포드라는 헐리우드의 두 스타의 격돌만큼이나 화제만발했던 영화 [데블스 오운]. 이 영화는 영국과 북아일랜드에 수세기동안 존재해온 해묵은 갈등과 증오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문대로 이 영화는 10년이라는 세월끝에 제작된 영화이며 브래드 피트와 해리슨 포드의 파워 게임덕분에 제작기간내내 소문에 시달려야 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중요한 일화 한가지 소개하겠다. 다섯번째로 투입된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마크 케이먼이 뉴욕의 [데블스 오운] 세트에 합류했을때 이미 제작이 5주이상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미완성인 시나리오를 놓고 포드와 피트의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았다. 더이상 찍을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케이먼은 두 배우중 어느 한쪽이라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부분은 찍을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서 둘을 따로 불러 한페이지, 한페이지 고생스럽게 씨름해야 했다. 영화는 그 이후로도 16주를 더 끌었으며 예정 스케줄에서 30일, 예산은 총 9천만 달러나 투입되어 제작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러한 우여곡절뒤에 탄생한 이 영화를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 영화의 첫시도는 좋았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영국 비밀경찰에게 사살되는 것을 목격해야했던 프랭크(브래드 피트)는 청년이 되어 IRA핵심간부가 되고 미사일 구입 임무를 위해 미국에 잠입한다. 미국에서 그는 톰(해리슨 포드)이라는 아일랜드 태생의 정직한 경찰관 집에서 머물게 된다. 프랭크는 톰의 가족에게서 잃었던 가족애의 따뜻함을 느끼지만 임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여곡절끝에 프랭크의 비밀을 알게된 톰은 FBI와 영국 비밀경찰에게 잡히면 사실되는 프랭크를 보호하기위해 프랭크의 뒤를 쫓는다.
[데블스 오운]은 먼저 프랭크와 톰의 캐릭터를 관객의 호감의 호감을 가지도록 구축하여놓고 두 사람의 관계도 꽤 치밀하게 계산해 놓았다.
관객이 [데블스 오운]에게 기대하는 것은 액션과 스릴일것이다. 관객은 닐 조단 감독의 [마이클 콜린스]식의 문제제기성 영화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알란 J 파큘라에 의해 비롯된 것인데 그는 [펠리칸 브리프],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 [의혹]등 전통 스릴러 영화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모두들 [데블스 오운]이 IRA를 소재로한 액션 스릴러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데블스 오운]은 액션 스릴러 장르와 아일랜드에 대한 문제제기 그 중간에 어정쩡하게 자리잡고 있다.
'해피엔딩을 기대하지 말아요. 이건 미국 이야기가 아니라 아일랜드 이야기니까!'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톰에게 총을 겨누는 프랭크의 모습은 충분히 관객의 동정심을 일으켰다. 브래드 피트는 오랜만에 자신의 야성미를 벗어던지고 가족애를 잃은 아일랜드 청년역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나 이 영화 IRA의 문제제기 영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 이유는 영화의 관점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속의 IRA는 브래드 피트처럼 불쌍한 젊은이들이며 반대편에 서있는 영국 비밀경찰은 무자비한 인간들처럼 그리고 있다. 사실 IRA문제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 IRA와 영국 비밀경찰 모두 책임이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대대로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영화는 파큘라 감독 최악의 액션 스릴러 영화일 것이다. 도대체 9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어디에 썼는지 모를 지경으로 이 영화의 스케일은 초라하고 라스트는 부실하다. 아마도 두 인기 배우의 파워 게임이 [데블스 오운]을 이도저도 아닌 영화로 만들어 버린 듯하다. 하지만 파큘라 감독은 최선을 다했으며 그래서 이 영화는 그렇게 엉망이지는 않다.
1997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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