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조강지처 클럽(The First Wives Club) ★★★1/2

쭈니-1 2009. 12. 9. 12:35

 

 



감독 : 휴 윌슨
주연 : 골디 혼, 베트 미들러, 다이안 키튼

배우들에게 있어서 늙는다는 것은 배우로서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자 배우의 경우 그 정도는 남자에 비해 심하다. 숀 코네리는 여전히 스타이고,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는 나이가 들며 오히려 중후한 멋과 노련한 연기력 덕분에 관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헐리우드의 여배우중 젊었을때의 인기를 뛰어넘는 중견 배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현상은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자신의 외모적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나이가 들면 그러한 매력을 쓸수없는 한계점에 부딪히는 것도 있지만 중견 여배우에게 정말 어울릴만한 캐릭터를 창조해내지 못한 영화 관계자의 탓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강지처 클럽]은 평범한 스토리를 매우 특이한 아이디어로 창조해낸 영화이다. 20여년에 걸친 내조끝에 남편을 사회적으로 성공시켜주었더니 남편은 배은망덕하게 젊고 아리따운 새 여자를 위해 아내를 배신한다. 그리고 이제 배신당한 아내들이 복수에 나섰다.
이 영화는 여성의 컴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이며, 젊은 여배우만 찾는 헐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엔 젊고 아리따운 여인들은 머리가 텅빈 바보이거나 겉멋만 들은 얼간이들이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이제 한물간 중견의 여배우들이다. 그리고 휴 윌슨 감독은 세명의 주인공에 대한 성격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엘리스(골디 혼)는 헐리우드 스타이다. 아니 스타였다. 수많은 히트 영화에 출연했으며 오스카 트로피, 골든글로브 트로피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었던 영화 감독은 이혼하며 이혼 수당을 요구하고 있고, 젊게보이기위해 주름살 제거 수술, 보조개 수술등 얼굴에 칼안댄 곳이 없지만 주인공의 어머니 따위의 배역만 들어온다. 엘리스라는 캐릭터는 휴 윌슨 감독의 자조섞인 헐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반격이다.
브렌다(베트 미들러)는 노랭이같은 남편과 이혼후 그럭저럭 아들과 살아간다. 남편은 브렌다가 생활비를 요구할땐 사업이 잘 안된다는 핑계로 짜게 굴지만 새 여자친구에겐 돈을 물쓰듯 한다. 브렌다의 성격은 약간 히스테리컬하며 자신의 살찐 몸매를 원망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먹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애니(다이안 키튼)는 브렌다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다. 전형적인 현모양처이며 화낼줄 모르는 양순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그가 자신의 정신상담의와 사귄다는 것을 알고 조강지처 클럽에 적극 가담한다.
이러한 세명의 여성 캐릭터들은 충분히 관객의 관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들이 복수를 해내가는 과정은 너무 쉽고 너무 단순하다. 엘리스의 남편은 어처구니없이 미성년자 애인을 사귀고 있었으며, 브렌다 남편의 비밀 장부는 너무 쉽게 발견되고, 애니의 남편은 경영난때문에 주식을 내다판 덕분에 애니에게 경영권을 빼앗기고 만다. 이건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주인공들의 남편들은 모두 얼간이들이고, 바보 멍청이들이다. 그들은 마치 아내들이 복수를 해주길 바랬던것처럼 자신들의 약점을 쉽게 노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휴 윌슨 감독은 주인공들의 복수를 위해 남편들의 캐릭터를 허술하게 그려놓은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영화의 스토리 구조를 밋밋하게 하는 악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제작의도도 좋았고, 주인공의 캐릭터 구축도 흥미로웠고, 몇몇 장면(특히 마지막에 복수를 끝내고 셋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은 코미디 영화답게 매력적이었지만 그 뿐이다. 약간은 아쉬운 감이 있다.

P.S. 폴 베호벤 감독의 최악의 영화 [쇼걸]에서 최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여배우 엘리자베스 버클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한 이가 있다면 이 영화를 보도록. 그녀는 이 영화에서 엘리스 남편을 곤욕에 빠뜨리는 멍청한 미성년자 여배우로 등장한다.

1997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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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점... 조강지처에게 잘하자...
뭐 그런 교훈을 남겨으니 최소한 자신의 할 일은 다한 영화라고 할 수는 있겠네요. ^^;
 2006/02/06   
kim
영화가 그리 재밋진 않았나봐요?
일단 할일 다한 영화라고 하니..ㅋㅋㅋ
영화평을 잘쓰시네요!!
앞으로 자주오겠습니당. ㅋㅋ
 2006/02/07   
쭈니 네 솔직히 남자입장에서 재미있어할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속 남자는 모두 얼간이에 속물들뿐이거든요. ^^
앞으로 자주 뵐수있었으면 좋겠네요. kim님...
 200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