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하이암스
주연 : 페넬로프 앤 밀러, 톰 시즈모어
[타임캅]과 [서든데쓰]를 통해 3류 액션 스타였던 장 끌로드 반담을 1류 스타로 끌어올렸던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새로운 흥행 감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로 결심한듯 하다. 그가 선택한 장르는 공포물이다. 고대 브라질의 전설과 헐리우드의 CGI 신기술을 이용 코도가라는 괴물을 창조한 그는 코도가가 시카고의 한 고대 박물관을 날뛰며 참혹하게 살인을 하는 [레릭]을 완성했다.
[레릭]은 빠른 스토리 전개와 함께 마지막 30분동안의 숨막히는 스릴등 관객에게 숨쉴 여유조차 주지않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라간다.
그러나 [레릭]을 통해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1류 흥행 감독의 지위에 오르려는 야망은 실패로 돌아갔다.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여전히 B급 액션 감독이며, [레릭]은 그저 볼만한 그런 영화에 머물고 말았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레릭]이 왠지모르게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어리언]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될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있지만 미지의 괴물과 미모의 여성과의 사투가 그러하다. 그것은 곧 이 영화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피터 하이암스 감독이 B급 액션 감독에 머물수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 이유는 스토리의 전개이다. 관객은 도대체 괴물이 어떻게 어디서 시카고의 박물관까지 왔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프닝 장면에서 한 고고학자가 브라질 원주민이 주는 액체를 마시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시카고 박물관으로 수송되는 자신의 물건을 찾기위해 배에 몰래 잠입한다. 그리고 화면은 바뀌고 목이 잘린 시체가 가득한 배가 시카고에 도착하고 박물관은 이상한 소포를 받는다. 그리고 괴물이 등장한다. 그걸로 끝이다. 도대체 괴물이 왜 박물관에서 날뛰는지, 고고학자가 어떻게 괴물로 변했고, 배는 어떻게 선원없이 시카고에 도착했는지, 모든 것이 미스터리이다.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복잡한 스토리는 전부 생략해버리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만을 남겨 놓는다. 그러나 그는 스토리가 납득될때 영화는 더 재미있고 더 스릴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듯 하다.
스토리 전개의 모호함은 이것뿐이 아니다. 영화 중반쯤 박물관 지하에 숨어있다 살인자로 오인되어 사살당한 부랑자의 등장도 아리송하다. 그의 죽음으로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박물관측은 행사를 개최한다. 그러나 그는 범인이 아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코도가라는 괴물이 범인이다. 그렇다면 그 부랑자는 무엇인가? 왜 살해당한 경비원의 소지품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브라질 배의 선원 소지품을 가지고 있었을까? 영화 후반쯤 귀빈이 오는 행사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사건의 발단은 행사장 천장에 놓인 시체때문이다. 그 시체는 누구이며 왜 그곳에 있었을까? 게다가 컴퓨터는 왜 고장이 나서 박물관을 폐쇄했을까? 코도가는 어떻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을까? 코도가는 왜 손님들 좇는 것을 관두고 여자 주인공을 추적한 것일까? 이 영화에 남겨진 질문은 끝이 없다. 한마디로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스토리 전개가 전혀 말도 안되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캐릭터의 부실이다. 이 영화엔 그린(페넬로프 앤 밀러)박사와 고스트(톰 시즈모어) 반장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엔 등장 인물의 개성이 생략되어 있다. 단지 그린 박사는 미신을 믿지않는 현실주의자란 것과 고스트 반장은 미신을 믿는 환상주의자란 것뿐.
피터 하이암스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생략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날뛰는 영화를 완성했다. 물론 그래서 이 영화는 재미있다. 복잡한 스토리 따윈 없고 스릴만 끊임없이 이어지니까.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영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1997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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