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용태
주연 : 조상기, 김현희, 임지선, 정상인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김용태 감독은 전혀 새로운 영화를 선언하며 [미지왕]을 만들었다. [미지왕]이 일반 관객에게 선보였을때 과연 김용태 감독말대로 관객들은 일반적인 한국 영화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영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솔직히 김용태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들이 경험한 새로움이라는 것이 과연 유쾌하고 신선한 새로움이냐하는 문제이다. 안타깝게도 그 물음에 대해선 NO이다. [미지왕]은 분명 새로운 형식의 새로운 영화였으나 그것을 대하는 관객에겐 불쾌함을 남겨준다.
이야기는 왕창한(조상기)과 정주라(임지선)의 아주 야한 정사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의 정사. 정사후 오아창한은 결혼 청첩장하나 남겨놓은후 사라진다.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왕창한과 11살 연상인 엄청난(김현희)의 결혼식 장면이다. 갑자기 신랑 왕창한이 사라지고 실종된 신랑을 찾기위한 수사 본부가 세워진다. 그리고 신랑과 가깝던 사람들의 진술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야한 에로 영화로 시작된다. 그러나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코미디 형식을 띈다. 신랑이 사라지며 미스터리의 형식도 띄지만 코미디와 에로의 형식은 버리지 않는다.
김용태 감독은 욕심을 부렸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에서 모든 것을 표현하길 원했고 관객또한 붙잡고 싶었다. 그 결과 관객에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여배우들은 옷을 벗어야했고, 코미디와 미스터리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게 되었다. 게다가 클라이막스쯤되면 갑자기 70년대 멜로의 형식도 난데없이 불쑥 나타난다.
영화의 주인공인 왕창한은 희대의 바람둥이이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눈요기를 위해 여자의 옷을 벗길려면 남자가 필요하고 등장하는 여배우들을 모두 벗겼다면 바람둥이일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이 바람둥이라는 설정은 관객의 눈요기를 위해선 필수적이었으나 관객에게 주인공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는데엔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그래서 감독은 증인의 증언이 진행될수록 왕창한을 선하게 그릴려고 노력한다. 그 중하나가 왕창한이 지하철 치한을 멋있게 물리쳐 주었다는 진술이다. 그 외에 어머니의 유언을 위해 11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을 결심했다던가, 세간에 떠도는 비밀에 쌓인 부호 왕회장이 왕창한이라던가 하는 식이다.
그러나 여러 에피소드중 스토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많이 삽입되어 관객을 혼돈시킨다. 왕창한과 친구들이 새우잡이 배에 팔려갔다가 탈출한 이야기와 왕창한의 쌍둥이 동생을 찾은 이야기, 게다가 한 친구의 어릴적 야한 경험담까지 불쑥불쑥 튀어나와 관객을 당황하게 만든다.
암튼 터무니없는 코미디와 에로, 미스터리의 범벅속에서도 감독은 영화를 끝맺어야 했다. 그래서 감독이 선택한 라스트는 멜로였다. 왕창한의 첫사랑 견풍미(정상인)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이 대목은 왕창한의 바람끼와 행방불명이 아버지의 반대로 깨진 둘의 사랑때문이라고 증언하며 영화를 더욱 우습게 만든다.
에로에서 시작하여 코미디, 미스터리, 그리고 다시 에로를 골고루 섞다가 멜로로 끝맺음을 하다니... 결국 신랑 왕창한은 번개에 맞아 쓰러져있었고 까맣게탄 그를 안고 결혼식을 올린 신부 엄청난은 신혼 여행을 떠난다.
도대체 영화가 끝나고도 감독이 관객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다. 단지 기억에 남는거라곤 야한 장면과 터무니없이 허무한 코미디 장면뿐.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지는 신인 배우를 대거 기용했지만 그들의 연기력은 도저히 기대이하였고 영화속의 의사는 정신병자였고 경찰들은 도둑들이었다는 설정은 무언가 깊은 의미가 있는것 같은데 알 수 없다. 영화를 접하는 관객의 수준이 낮은건지 아니면 김용태 감독의 연출력이 형편없는건지, 마치 [미지왕]의 내용처럼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김용태 감독이 관객을 영화속에 동화시키는데엔 실패했다는 것이다.
1997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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