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광훈
주연 : 장동건, 김희선, 이진우, 김시원
95년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닥터봉]으로 첫연출작부터 흥행의 홈런을 날렸던 이광훈 감독의 두반째 영화. 솔직히 [닥터봉]은 유행처럼 퍼져나갔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편승한 평범한 영화였으나 40만에 이르는 관객을 도원하며 그해 방화 흥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고아훈 감독은 유학파답게 평범한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었으며 주연 배우의 매력을 십분활용할줄도 알았다. 이고아훈 감독 덕분에 김혜수는 건강미를 맘껏 품냈으며 한석규는 TV에서 스크린의 스타로 등극에 성공했다.
이광훈 감독은 [닥터봉]의 성공을 꼼꼼히 분석한듯 하다. 그래서 그의 두번째 연출작 [패자부활전]은 [닥터봉]에서 활용했던 공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우선 이 영화 역시 로맨틱 코미디이다. 실연당한 남녀가 복수를 위해 만나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 더이상 펼칠것도 없을것같은 이 스토리를 이광훈 감독은 이번에도 부담없이 감각적으로 펼쳐나간다.
[닥터봉]에서 김혜수를 잠시 스크린으로 불러냈으며 한석규는 데뷔시키는등 낮이 익은 TV탤런트를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던 이고아훈 감독은 이번엔 톡톡 튀는 이미지로 신세대 스타로 등극중인 장동건과 김희선을 영화계에 데뷔시켰다. 이 영화에서 두사람은 [닥터봉]에서처럼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라스트엔 결국 사랑을 깨닫는다.
[닥터봉]에서 두주인공을 이어준 이가 한석규의 어린 아들이었다면 [패자부활전]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두사람을 연결시켜준다. 그야말로 [패자부활전]은 [닥터봉]의 속편격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주찬옥이 쓴 시나리오는 그녀답게 톡톡 튀는 대사가 돋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스토리 자체가 너무 평범하다. 영화적 소재의 빈곤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한참 유행했던 95년도에는 분명 [닥터봉]은 신선한 재미였고 관객들에게도 어느정도 통했지만 2년동안 관객들은 천편일률적인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경험했고 그만큼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이제 식상해진 장르가 된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별 특징없는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장동건과 김희선은 TV에서 얻은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도 계속 이어나가며 관객을 편하게했고 보고있노라면 뻔한 이야기인데도 빙그레 미소짓게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장점은 어느정도 살려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이광훈 감독도 변해야할때인듯 싶다. 언제까지나 그의 감각적 연출 실력을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로 소비할수는 없지 않은가...
1997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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