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박찬욱
주연 : 김민종, 정선경, 이경영
헌법 재판소에서 '검열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진 96년말 신인 박찬욱 감독은 [3인조]의 제작을 발표했다. 당시 이 영화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떠나는 충격적 범죄 여행을 기본 골격으로하여 오우삼이나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조엘 코엔 감독의 영화처럼 폭력과 유머의 결합이 빚어내는 격이 다른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살 충동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심지어 날씨가 좋다며 살인을 저지리는등 세상에대한 테러를 자행하고 오히려 그 테러가 이유있는것처럼 그려져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이 영화의 제작이 발표되자 한쪽에선 과도한 폭력미학으로 청소년 관객들의 정서에 안좋다며 우려했고, 다른 한쪽에선 금기도전 파격적 영화 소재라며 반기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완성되고보니 [3인조]는 과도한 폭력미학영화도, 금기도전 파격적 영화도 아닌 그저 평범한 코미디 영화에 불과했다.
문(김민종)은 아기시절 버려진 고아이다. 보스의 총가방을 들고 자신을 버린 세상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안(이경영)은 악사이다. 딸의 약값을 위해 목숨처럼 아끼던 섹스폰을 전당포에 맡기지만 아내는 아픈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워놓고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홧김에 집에 불을 질러버리고 딸은 장모에게 맡긴 후 자살하려던 안은 문의 호출로 자살에 실패하고 문의 세상에 대한 복수에 동참하게된다. 마리아(정선경)는 미혼모이다. 자신을 딸같이 보살펴주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수녀가 되지만 그 남자의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수녀를 그만둔다. 그러나 아기는 낳자마자 빼앗기고 버려진 그녀는 우연히 안과 문을 알게되고 두 사람을 이용하여 아기를 되찾으려한다. 이러한 세명의 주인공의 좌충우돌 범죄 코미디인 이 영화는 의미있는 웃음을 목표로하고 있으나 그것엔 실패한듯 하다.
나현희, 이승철 주연의 실패작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한 박찬욱 감독은 [3인조]에서는 어느정도 관객과 타협하려했다. 하지만 그러한 타협은 새로운 폭력미학 영화를 내세웠던 박찬욱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단순한 코미디 영화로 재탄생하고 말았다.
우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약하다. 관객에게 동정을 받는 인물은 이경영이 연기한 안뿐. 특히 김민종이 연기한 문이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치명적 약점이다. 영어만 들으면 아무 생각없이 총을 난사하고 정말 똘아이처럼 좌충우돌하는 문은 이 영화의 웃음을 거의 대부분 책임지고있다. 김민종의 신들린듯한 연기는 끊임없이 관객을 웃긴다. 그러나 그러한 과도한 웃음 때문에 이 영화는 메세지 전달보다는 웃음쪽으로 치우쳤고 결국 평범한 코미디 영화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들의 범죄 여행 역시 마찬가지이다. 돈가지고 부패한 자들에 대한 폭력보다는 우발적이고 아무 생각없이 즉흥적인 폭력만 웃기게 진행된다. 차라리 박찬욱 감독이 거창한 제작의도를 밝히지만 않았더라도 관객들은 부담없이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기대했을텐데 아쉽다.
메세지 없이 공허한 웃음만 계속되지만 김민종의 코미디 연기와 CF를 차용한 감독의 유머 감각(시외전화 082, 박카스 D)은 탁월했다. 영화의 결말도 그럴듯한 편이다.
1997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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