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대니 보일
주연 : 이완 맥그리거, 로버트 칼라일, 켈리 맥도날드, 자니 리 밀러, 이완 브렘너
95년 [쉘로우 그레이브]라는 새롭고도 매력적인 영화로 단숨에 영국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된 대니 보일 감독. [쉘로우 그레이브]는 새로운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아내며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조용히 개봉되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나 대니 보일의 두번째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달랐다. 국내 개봉전부터 화제거리가된 이 영화는 유럽을 비롯 미국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으며 '타임', '롤링스톤'선정, 올해의 10대 영화로 선정되는등 비평면에서도 엄청난 호평을 얻어냈다.
국내에선 작년 제 1회 부산 국제 영화제 개막 작품으로 초대되었으나 출품되지않아 문제가 되었으며, 국내 '쿨 사이다'광고에 '새로운 것만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광고 카피와함께 [트레인스포팅]의 오프닝씬이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국내 개봉전부터 이렇게 화제가된 이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하여 비로서 우리 관객에게 '대니 보일'이라는 이름을 새겨주었다.
[트레인스포팅]은 영국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소재는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들이다. 멜 깁슨 감독의 [브레이브 하트]나 최근 닐 조던 감독의 [마이클 콜린스]에서 알 수 있듯이 스코틀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으며 독립을 위해 끊임없는 투쟁을 해왔다.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속에서 방황하는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두 젊은이가 두 형사에게 쫓기며 시작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오프닝씬은 주인공의 독백이 어우러져 영화의 활기찬 시작을 알린다.
'삶을 택해라. 직업을 택해라. 가족을 택해라. 빌어먹을 텔레비젼을 택하고, 세탁기, 자동차, CD플레이어, 전기캔따개를 택해라. 택하고, 택하고, 나중에는 망할놈의 집구석에서 술이나 퍼마시다가 자손 봉사나 받아볼까하고 낳아놓은 못돼먹은 자식새끼들 눈총이나 받으며 죽어라. 장래를 택해라. 그런데 왜 그런 것들을 택해야돼지?'
영화의 주인공 마크 랜튼(이완 맥그리거)은 관객들에게 되묻는다. 그는 마약에 찌들어있으며 그의 친구들 역시 대부분 마약 중독자들이다. 마약을 끊고 새 삶을 선택하려한적도 있지만 그들은 마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숀 코네리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식 보이(자니 리 밀러), 마약을 복용하는 순수한 바보 스퍼드(이완 브렘너), 그리고 애인과의 이별후 마약 복용을 시작하여 결국 젊은 나이에 죽게되는 토미. 랜튼의 친구중 유일하게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으나 폭력에 중독된 진짜 미치광이 벡비(로버트 칼라일). 그리고 랜튼의 14세 여자친구 다이앤(켈리 맥도날드).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과 에피소드로 영화는 힘차고 독특하게 진행된다.
[쉘로우 그레이브]를 감명깊게 본 관객이라면(난 너무나도 감명깊게 보았다) [트레인스포팅]에 매료되지않고는 베기지 못할 것이다.
[쉘로우 그레이브]만큼이나 압권인 오프닝씬을 비롯하여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는 잊혀지지않을 명장면으로 꾸여며있다. 랜튼이 변기속에 버려진 마약을 찾기위해 변기속에 들어가는 장면이라든가(놀랍게도 그 지저분한 변기속은 바다였다!!!) 랜튼이 마약에 중독되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 마약 때문에 방에 갇혀 환상을 보는 장면 등등. 1시간 30분동안 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듯한 착각을 느끼게 되었다.
마약에 중독된 암울한 미래의 젊은이들을 소재로 하였으면서도 영화는 활기참과 유머를 잃지않고 있다. 물론 그것은 [쉘로우 그레이브]에서도 유머를 잏지않았던 대니 보일 감독의 연출실력덕분이기도 하지만 이완 맥그리거의 명연기도 한몫해냈다. [쉘로우 그레이브]에서 코믹하고도 드라마틱한 역을 멋지게 소화해낸 그는 이 영화의 랜튼 역을 위해 체중을 28파운드나 줄였단다.(하마터면 그를 못알아볼뻔 했다) 랜튼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별 매력없는 인물인듯한데 이완 맥그리거는 랜튼이라는 캐릭터를 관객이 진정 좋아하게끔 탈바꿈시켜 놓았고 덕분에 관객들은 마약 중독자들로 가득찬 이 영화에서 사랑해야할 주인공을 발견했으며 그를 이해하며 동정하고 영화와 함께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완 맥그리거 이외의 모든 연기자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특히 유일한 여자 주인공인 다이앤 역의 켈리 맥도날드는 매력 그 자체이다. 그녀의 등장씬이 별로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영화는 후반에 들어 배신의 드라마로 변한다. 마약을 끊고 새 삶을 시작한 랜튼 앞에 옛 친구들이와 큰 건수를 제안하고 이들은 1만6천달러를 벌게된다. 그러나 친구들이 모두 잠든 사이 돈가방을 들고 나온 랜튼은 스퍼드 몫만 남겨놓은채 사라진다. 그리고 오프닝씬에 나왔던 대사로 읊조린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쉘로우 그레이브]에서도 그랬던것처럼 이 영화의 완성은 배신이다. 관객들은 정신없이 영화를 쫓아가며 탄성을 지르고 웃다가 배신으로 끝나는 이 영화에 묘한 쾌감을 느끼게된다. 벌써부터 대니 보일의 세번째 영화 [평균치만도 못한 인생]이 기다려진다.
1997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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