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홍금보
주연 : 성룡, 이정의
성룡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받는 안전한 모험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극장가에서 홍콩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을때에도 성룡의 영화는 매년 한편씩 호가실하게 흥행에 성공을 거둔다.
사실 성룡의 영화에는 신선함이란 별로 없다. 70년대 [취권]에서부터 시작한 코믹 무술이나 80년대 [폴리스 스토리], [용형호제]등의 현대물들은 그 신선한 스토리와 과감한 액션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그러나 90년대들어와서 그의 영화는 헐리우드로 진출하는 등 규모면에선 엄청나게 거대해졌지만 스토리는 항상 엇비슷했다.
[나이스 가이] 역시 그런 성룡의 전형적인 90년대 영화이다. 이번에는 무대를 호주로 옮기고 라스트엔 초대형 트레일러가 마피아단의 호화 저택을 박살내는 등 통쾌한 액션이 역시 펼쳐진다. 그러나 성룡은 여전히 사건에 휘말려 쫓기고 재키걸 이정의는 역시 인질로 붙잡힌다. 예상했던대로 성룡은 죽도록 고생한후 여자친구를 구하고 악당들을 일망타진한다. 스토리를 써놓고보니 좀 너무했다는 야속함이들 정도이다. 똑같은 기본 줄거리를 재탕삼탕하여 계속 사용하는 무양심적 태도가 말이다. 그러나 그런대로 영화는 재미있고 관객들은 성룡을 믿는다. 그렇다면 부실한 스토리를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는 성룡 영화의 비결을 분석해보자.
뭐니뭐니해도 성룡 영화의 비결은 실감나는 액션이다. 스토리는 항상 변하지 않지만 액션은 항상 변한다. 그렇기때문에 관객들은 똑같은 스토리의 영화를 매번 보면서도 전작과 똑같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 영화의 액션은 그야말로 통쾌하고도 유쾌하다. 영화 초반 백인 여기자와 함께 마피아단에게 죽도록 쫓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영화의 액션은 멈추지 않는다. 마차 추격씬이라던가, 공사장 격투씬 등 카메라 트릭을 쓰지않고 성룡이 위험을 무릎쓰며 직접하기에 그 긴장감은 더하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액션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않는 성룡의 매력 역시 관객에겐 큰 즐거움이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가 액션을 이렇게 어렵게 찍었다'고 항변하는 듯한 NG장면은 성룡 영화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재키걸의 활약이다. 최초의 재키걸이었던 장만옥은 이미 홍콩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가 되어 있고, 그 뒤를 이은 재키걸 역시 성룡 영화의 성공에 큰 몫을 해낸다. [나이스 가이]에는 세명의 다국적 재키걸이 등장한다. 청순한 전형적 재키걸 이정의를 비롯하여, 열혈적인 백인 여기자와 성룡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흑인 조수까지. 흑과 백 그리고 황인종까지 그야말로 재키걸에 꽤 신경을 쓴 듯한 홍금보 감독의 열의가 엿보인다.
세번째는 부담감이 없는 영화 스타일이다. 심각한 영화를 원치 않는 관객들에게 안성마춤인 것은 홍콩 영화이다. 그 중 유덕화나 주윤발의 영화가 식상한 관객이라할지라도 성룡 영화엔 쉽게 실증을 낼 수 없다. 유덕화나 주윤발처럼 과장된 총싸움으로 사람들을 대량살상하지도 않고 괜히 분위기 잡는 우수에찬 표정도 없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같은 편안한 인상의 한 아저씨가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악당들과 맞설뿐이다. 관객들은 그저 편히 앉아 통쾌한 액션과 유머만 즐기면 된다. 이 얼마나 편한가.
이렇듯 성룡은 관객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실감나는 액션과 부담없는 영화 스타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아마도 성룡의 영화는 홍콩 반환후에도 이러한 스타일을 지켜나갈 것이며 우리는 아마 계속해서 그의 영화에 환호성을 보낼 것이다.
1997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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