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해롤드 베커
주연 : 존 트라볼타, 빈스 본, 테리 폴로, 스티브 부세미
개봉 : 2002년 5월 24일
이번에 새로 이사갔습니다. 아니 이사갔다기 보단 방을 옮겼습니다. 2층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옥탑방으로 한층 올라갔습니다. 옥탑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 좋습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않는 나만의 생활 공간이 있기때문에...
방을 옮기고, 침대도 새로 사고 (더블 침대로... 잘때 막 뒹굴며 자도 밑으로 떨어질 염려없습니다. 하하하), 책상도 새로 샀습니다. (옥탑방이라 높이가 맞질 않아 새로 산 책상 다리를 톱으로 잘라야 했습니다. 흑흑흑~)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디어 내 컴퓨터가 새로 생겼습니다. 나의 3번째 컴퓨터입니다. 첫번째 컴퓨터는 386컴퓨터가 한창 나올때 혼자 용산에 갔다가 286컴퓨터를 속아서 비싼 돈주고 사왔었죠. 그리곤 얼마안돼 망가졌습니다. 고치러 갔더니만 버리고 새로 사라고 권유하더군요. ^^;
두번째 컴퓨터는 컴퓨터의 도사라던 매형과 함께 사러 갔었는데 역시 잘 활용도 해보지 못하고 망가져서 버렸습니다. 그래서 전 컴퓨터를 다시는 안사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컴퓨터에 대한 욕심만 많아지고... 결국 이렇게 또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지난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돈 더주고 메이커 샀습니다. 망가져도 A/S 확실히 되는 걸로... ^^
그런데 그 컴퓨터가 고장이 났습니다. 산지 5일만에... OS가 윈도우XP인데 그게 아직 호환성이 부족하다더군요. 한창 컴퓨터에 메달리고 있어야 할 일요일 오후... 컴퓨터가 고장이 나니 정말 할 일이 없더군요. A/S기사는 월요일이 되어서야 온다고 하고... '그냥 내가 한번 고쳐봐!' 이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러다 괜히 컴퓨터만 더 망가뜨릴것 같아서 손도 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잘됩니다. 친구가 '바이로봇'이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았는데 아마 그 프로그램이 윈도우XP와 충돌하여 컴퓨터가 자꾸 다운이 되었나 봅니다. A/S기사말로는 프로그램 새로 다운받을때 조심하라더군요. 윈도우XP는 호환성이 부족해서 조금만 충돌이 생겨도 이렇게 멈춰버린다고...
암튼 이젠 정말 조심해서 컴퓨터를 써야 할것 같습니다. 내 6개월치 용돈이 거의 다 투입된 아주 비싼 장난감인데... ^^
컴퓨터를 고치고 그 기념으로 영화한편 보았습니다. 새 컴퓨터로 보는 첫번째 영화입니다. 제목은 <디스터번스>. 제가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헤드셋 집어 던지고 스피커로 소리 빵빵하게 틀어놓고 더블침대에 누워 17인치 완전 평면 모니터로 영화를 보니 회사에서 한쪽이 나오지도 않는 헤드셋끼고 쪼그리고 앉아 15인치 볼록한 모니터로 영화볼때하곤 그 느낌이 틀리더군요.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없었습니다. -_-;
<디스터번스>는 일단 스릴러 영화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릴러 영화는 감독과 관객간의 두뇌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감독은 영화속의 상황에서 수수께끼를 관객에게 제시하고, 관객은 감독이 제시한 수수께끼를 통해 영화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소극적으로 영화를 감상만하는것이 아닌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영화속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겁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의 경우 '범인 맞추기 게임'을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크림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 영화들의 경우 연쇄 살인마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연쇄 살인마에게 위협받는 연약한 주인공이 되어, 혹은 연쇄 살인마의 뒤를 쫓는 강인한 형사가 되어 범인을 맞춰야 합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믿어선 안됩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혹은 가장 범인이 아닐것 같은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관객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추리를 통해 범인을 색출해 내고, 감독은 관객이 결코 범인을 알아 맞추지 못하게끔 영화속에 수많은 함정들을 파놓습니다. 그리고 승패는 영화가 끝날때쯤 밝혀지게 되는 겁니다. 관객을 훌륭하게 속인 영화일수록 스릴러 영화로써의 재미를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디스터번스>는???
일단 <디스터번스>는 '범인 맞추기 게임'을 관객에게 제시하는 스릴러 영화는 아닙니다.
관객은 이미 영화속 살인 사건의 범인을 이미 알고 있으며 감독이 억지를 부리지 않는 한 이러한 영화속의 진실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릴러 영화가 '범인 맞추기 게임'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식스센스>라던가 <디아더스>처럼 '원초적인 공포'를 제시함으로써 관객이 영화속의 공포에 빠져 있을때쯤 마지막 반전을 통해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영화도 많습니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역시 초자연적인 존재가 영화속에 등장한다는 것과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히다는 거죠.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히면 막힐수록 영화의 재미는 더욱 커지죠.
그렇다면 <디스터번스>는???
일단 <디스터번스>는 '원초적인 공포'을 앞세운 스릴러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초자연적인 존재도 안나올뿐만 아니라 영화속의 유일한 악당인 릭이라는 캐릭터를 우리에게 낯이 익은 배우인 빈스 본이 맡음으로써 무섭기는 커녕 친근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은 더더욱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감독은 릭의 살인 현장을 대니라는 꼬마의 눈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확인시켜 줌으로써 마지막 반전의 씨앗을 애초에 잘라버립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디스터번스>는 무엇으로 관객과 게임을 하자는 걸까요???
이 영화의 수수께끼는 덕망높은 재력가 릭의 과거와 레이 콜만이라는 사나이와 릭의 관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것들을 수수께끼라고 할수 있을까요?
우선 릭의 과거부터 추리를 해보죠. 아니 뭐 추리라고 할것도 없습니다. 릭의 과거에 대한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당연히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건 릭이 과거에 추악한 범죄자였다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릭과 레이 콜만과의 관계 역시 쉽게 풀립니다. 영화의 분위기상 레이 콜만은 릭의 전 동료였으며 릭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위해 레이 콜만을 살해한 것이 되니까요. 하지만 역시 너무 평범하죠?
그렇다면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을 해볼까요?
어쩌면 릭이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마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레이 콜만이라는 캐릭터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연쇄 살인마는 항상 혼자 행동하니 레이 콜만이 전 동료일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릭에게 희생당한 희생자의 가족처럼 보이지도 않고, 릭의 뒤를 쫓았던 형사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결국 릭이 연쇄 살인마라는 설정은 억지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릭이 과거에 여자였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기가 막힌 수수께끼가 되겠군요. 하지만 그렇다면 이건 스릴러 영화가 아니고 코미디 영화가 되어 버리는 것을... ^^;
결국 평범하지만 릭은 범죄자였으며 레이 콜만은 릭의 동료였다는 말인데... 이렇게 쉬운 것도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나요?
결국 <디스터번스>는 감독과 관객간의 두뇌 싸움을 걸어오는 스릴러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아무리 살펴봐도 관객과의 게임거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감독인 해롤드 베커는 관객에게 영화속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감독과 게임을 벌이는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빼앗은채 돈없고 힘없는 아빠 프랭크가 돈많고 덕망높은 새아빠 릭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만 아주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감독과 관객간의 게임이 아닌 영화속의 캐릭터인 릭과 프랭크간의 게임이 되어버렸으며, 관객들은 영화속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차단당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릭과 프랭크의 대결을 지켜볼것을 강요당합니다.
하지만 릭과 프랭크의 대결이 시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누구도 프랭크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국 이건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게임일 뿐인 거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속이기에 급급한 다른 스릴러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는 너무 솔직하고 정직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스릴러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관객 속이기에 있는 것을...
P.S. 요즘 제가 게을러져서 '영화 이야기' 업하는데에 소홀했습니다. 제가 '영화 이야기'업 안해도 아무도 신경 안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너무 기분 좋습니다. ^^
그래서 서둘러 <디스터번스>의 영화 이야기 썼었는데... 그만 컴이 뻑이 나서... 또 고장난것은 아니고... 암튼 열심히 썼던 영화이야기가 다 날라가버려서...
부랴부랴 새로 쓰긴 했지만 아무리봐도 그 전에 썼던 것보단 맘에 들지 않네요. 흑~ 이건 벌받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