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그레고리 호블릿
주연 : 콜린 파렐, 브루스 윌리스
개봉 : 2002년 5월 17일
몇년전만해도 전 밤새워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친구들과 밤새워 술마시기도 하고 (술은 잘 못먹지만 분위기는 잘 맞추는 편입니다. ^^), 밤새워 당구치기도 하고 (당구는 잘 못치지만 여럿이서 칠땐 꼴등은 하지 않을 정도는 칩니다. ^^), 또 밤새워 화투를 치기도 하고 (놀음은 잘 못하지만 잃지는 않습니다. ^^), 암튼 이런저런 쓸데없는 것들을 하며 밤새워 놀았었죠. 그땐 그러고나서도 그 다음날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한땐 3개월동안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기에 밤새는 것에 대해선 어느정도 이력이 난 상태였었죠. 그런데 이젠... 하룻밤만 지새워도 다음날 죽어납니다.
지난 일요일, 할일도 없고해서 회사에 놀러갔다가 회사동료한테 붙잡혀 밤을 지새웠거든요. 밤새워 사무실에서 영화도 보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새벽 4시쯤되니 서서히 졸립더라고요. 그래서 쇼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전 그래도 근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몇년전만해도 친구들과 자주 밤새워 놀았던 경험이 있기에 하룻밤정도 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꺼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정말 죽겠더군요. 몸이 말을 안듣더라고요. 일은 해야하는데 눈꺼플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졸리운데 잠을 못자니까 괜히 짜증만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날 하필 학교 후배들과 약속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내 몸 상태론 도저히 나갈수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날따라 회사에서 야근이 선포되는 바람에...
'어차피 회사에서 야근해야한다면 약속있다고 먼저 퇴근하고 후배 녀석들에게 잠시 얼굴만 비춰주고 집에 일찍돌아오자.' 이것이 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배녀석들과의 약속시간이 뒤로 미뤄지며 야근은 야근대로하고, 후배 녀석들한테 붙잡혀 늦게까지 술은 술대로 먹고...
그 다음날... 내 몸의 상태는 거의 최악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오늘 내가 술 사겠습니다.'라고 친한 회사 동료가 선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엔 그렇게도 자주 같이 술을 마셨었는데... 요즘은 왠지 뜸한 사이가 된 상태인지라 도저히 거절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간단히 맥주 한잔만 먹자.'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더군요.
1차로 닭한마리에 소주... 2차로 생맥주... 3차로 참치회에 백세주... 4차로 커피숖에서 병맥주... 5차로 노래방까지... 거의 정신을 잃은채로 집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3시... 그 다음날은 거의 죽은 상태로 자리에 멍하니 앉아만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원상복귀되었죠. 그리고 한가지 깨달았습니다. '난 이제 20대가 아니니 내 몸은 내가 챙기자.' (서글픈 30대... ^^;)
암튼 이번주에 나의 몸 상태를 최악으로 몰고간 일요일... 새벽에 본 영화가 바로 <하트의 전쟁>입니다.
영화의 제목이 알려주듯 이 영화는 전쟁 영화입니다. (또!!!) 하지만 요즘 전쟁 영화들이 앞다투어 잔인한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반면 이 영화는 포로 수용소를 배경으로한 법정 스릴러 영화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과연 전쟁 영화와 법정 스릴러가 잘 어울릴지...
일단 이 영화의 감독인 그레고리 호블릿은 법정 스릴러 영화에 재질이 있는 감독입니다. 그의 전작인 <프라이멀 피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몇이나 그 선해보이는 에드워드 노튼의 눈빛에서 악마성을 감지했을까요.
전 그 영화를 보고나서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죠. 그래서 전 <하트의 전쟁>을 전쟁 영화가 아닌 법정 스릴러로 감상하기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엔 기필코 뒤통수를 맞지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쟁 경험이 전무한 햇병아리 장교인 하트 중위입니다. 그는 아주 쉬운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독일군의 공격을 받고 포로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그는 그곳에서 포로들의 실질적인 지휘관인 맥나마라 대령을 만나게 됩니다. 포로이면서도 독일군 장교한테 절대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카리스마... 하지만 흑인 장교의 등장과 함께 이 조용해보이던 포로 수용소에 한차례 폭풍이 몰아닥칩니다.
자! 일단 영화의 초반 주인공이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라는 점에서부터 놀랬습니다. 물론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맥나마라 대령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하트 중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가 조연이라는 것은...
게다가 영화는 대담하게도 하트 중위와 맥나마라 대령을 대립관계에 놓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선전포고를 하죠.
'자! 당신은 누구 편을 들겠는가?'
이건 분명 어려운 선택입니다. 분명 영화속의 상황을 본다면 관객들은 하트 중위의 편이 되어야 옳습니다. 하트 중위는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포로 수용소의 분위기에 홀로 맞서며 위기에 빠진 흑인 장교를 살리기위해 노력합니다.
이 영화를 보는 그 누구라도 흑인 장교들이 억울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흑인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는 하트 중위가 분명 영화속에서 선한 편인거죠.
그에 비하면 맥나마라 대령은 은근히 흑인 장교가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임과 동시에 가면을 쓴 악한이었던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쉽게 하트의 편에 서지 못합니다. 그건 그만큼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가 우리에게 심어준 액션 영웅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하트 중위라는 캐릭터가 영화속에서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
이 영화의 최대 실수는 바로 이겁니다. 맥나마라 대령의 카리스마에 눌린 하트 중위라는 초라한 캐릭터가 영화속의 주인공이란 것... 그건 그만큼 관객과 영화속의 주인공이 일치화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건 분명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영화는 중반으로 흐르면서 이러한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이어집니다. 하트 중위는 맥나마라 대령을 이기기위해 적군인 독일군 장교의 도움까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젠 관객들은 누구의 편이 되어야할지 점차 종잡을 수 없게 되는 거죠.
영화가 후반으로 흐르자 감독은 하나의 반전을 준비합니다. (이미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반전까지 전부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그 프로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이 반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
이젠 영화속에서 하트 중위가 그렇듯 관객들도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아무 죄없는 흑인 장교를 구하자니 포로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연합군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고, 그렇다고 모르는척 하자니 지금까지 정의를 위해 맥나마라 대령과 싸움을 벌였다는 자신의 정의감이 용서를 못할것이고...
이러한 딜레마는 이미 영화의 초반, 하트 중위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보여줍니다. 포로 수용소에 오기전에 하트 중위는 독일군에 붙잡혀 연합군이 있는 장소를 말하라고 협박을 당합니다. 자신이 살자니 동료들을 배신해야 하고 동료들을 배신하자니 자기 자신이 죽게 생겼고...
이러한 영화속의 딜레마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의 편이 될수도 없었던 하트 중위처럼 관객들도 그 누구의 편이 되지 못하고 하트 중위의 선택에 귀기울일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젠 영화 초반 부실한 하트 중위라는 캐릭터로 인한 이 영화의 단점은 오히려 중반에 애매한 상황을 제시하며 오히려 장점으로 바뀝니다.
이제 이 영화는 후반을 잘 마무리하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나간 특이한 법정 스릴러가 될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전 이 영화의 마지막 마무리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가선 영화의 초반까지 인종차별주의자로 몰고 갔던 맥나마라 대령을 영웅으로 몰고 갑니다.
어쩌면 주인공인 하트 중위가 카리스마가 약했기에 어쩔수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전쟁 영화에선 분명 관객들은 영웅에 환호성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맥나마라의 영웅화는 영화의 중반까지의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잘 맞지않는 어색한 설정이었으며 마지막의 극적인 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입니다.
반전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그 마지막 장면의 헛점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암튼 그렇게 억지로라도 꼭 영웅을 만들었어야만 했는지...
어쩌면 전쟁 영화라는 장르탓인지도 모르죠. (역시 난 전쟁 영화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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