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취화선>- 임권택 스타일에 기죽지 않은 최민식의 열연.

쭈니-1 2009. 12. 8. 14:40

 



감독 : 임권택
주연 : 최민식, 유호정, 안성기
개봉 : 2002년 5월 10일

<오버 더 레인보우>를 보고 극장을 나온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솔직히 다음엔 할 짓이 없더군요. 저녁식사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그렇다고 영화 한편 달랑 보고 그냥 헤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냥 어색하게 극장문을 나서는데 후배가 제게 묻더군요.
"오빤 이 극장에서 이젠 안 본 영화가 뭐야?"
"글쎄... <40데이즈 40나이트>라는 영화하고... <취화선> 아직 못봤는데..."
그때 절 애절하게 쳐다보는 후배의 눈빛... 아마 그녀는 <취화선>이 그토록 보고 싶었나 봅니다. 하긴 애초에 그녀는 <취화선>이 보고 싶다고 했었으니...
"우리 아직 시간도 이른데 영화 한편 더 볼까?"
전 그냥 관심없는 듯 지나가는 말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정말??? 우리 그럴래??? 뭐 볼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극장의 매표소앞에 서는 그녀...
"내가 보여 줄께."
그녀는 지갑을 꺼냅니다. 거참! 정말로 저와 그렇게도 할 짓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취화선>이 그렇게도 보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재빨리 <취화선> 영화표를 끊더군요.
저야 뭐... <취화선>이 특별히 보기 싫었던 것도 아니었고 공짜로 영화를 볼수있다니 싫을거야 없었죠. 그렇게해서 후배와 저는 하루에 한국 영화 두편을 극장에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볼수있는 로맨틱한 멜로 영화와 한국의 얼을 담은 거장 임권택 감독의 걸작. 분명 <오버 더 레인보우>와 <취화선>은 우리 영화라는 것외엔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영화이지만, 나에게만큼은 오랜만에 나의 휴일을 풍족하게 해주었다는 공통점을 가진 영화가 되었습니다.


 

 

  
제가 <취화선>이라는 영화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임권택 감독이라는 존재에 대한 무거움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분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장중의 한명이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지닌 국내에 몇되지 않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서울 관객 100만이 흔해졌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이 없었던 단일 극장 시대에 이루어낸 <서편제>의 흥행 신화는 아직까지도 감동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니 두렵다기 보다는 편치 못합니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 의식과 무거운 주제 등 그의 영화는 분명 편안하게 앉아서 즐길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요즘처럼 마음 한구석이 무거울때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제게 있어서 모험과도 같은 행위였으니까요.
<서편제>를 볼때도 그랬고, 그의 영화중 가장 흥행성이 뛰어나다는 <장군의 아들>시리즈를 볼때도 그랬었죠. 신은경이 벗었다는 이유만으로 호기심에 봤던 <노는 계집 창> 역시 그리 편했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봤던 <춘향뎐> 역시 제겐 우리의 가락을 영화에 접목시켰다는 의미외엔 제겐 따분한 영화에 불과했었습니다.
<취화선>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조선 말기의 천재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취화선>은 분명 <오버 더 레인보우>처럼 편안하게 즐길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천민으로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은 장승업의 일생은 조선 말기의 상황과 겹쳐지며 서구 열강의 침략과 핍박받는 농민들의 난이었던 동학 혁명 등 파란만장했던 조선 말기의 시대를 그린 한편의 역사 영화로 완성되어 집니다.  
결코 유쾌한 역사였다고 할 수 없는 조선 말기의 역사를 이 더운 초여름에 본 다는 것... 그건 제겐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렇지않아도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제가 제일 싫어했던 부분이 조선 말기부터 일제 시대부분이었는데... 그땐 조선 말기 시대를 배우며 그냥 화가 났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그런 한심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야 했는지... 그땐 화가 나서 모든 것이 듣기 싫었었죠.
물론 그런 우리 조상들의 실수를 배워야 우리도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지만 암튼 전 싫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렇기에 제겐 <취화선>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기보단 장승업의 일대기를 통해 조선 말기의 아픈 역사를 되집는 듣기 싫은 국사 교과서 같은 영화로 보여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화선>이 약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존재입니다.
<쉬리>에선 주인공이던 한석규보다 돋보였으며, <파이란>에선 오랫만에 진실한 눈물을 흘릴수 있게 해주었던 최민식이 <취화선>에서 장승업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은 분명 <취화선>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제겐 최민식의 존재가 <취화선>이 칸느에 진출했다는 반가운 소식보다 더 <취화선>을 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최민식에 대한 제 신뢰는 절대적이었죠. 그리고 결국 <취화선>을 보게 되었을때 제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취화선>은 제가 앞에서 말했듯이 그리 편한 영화는 아닙니다.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고집합니다.
<춘향뎐>이 우리 고유 소리를 영화에 접목시켰듯 <취화선>은 우리 고유 그림을 영화에 접목시켰으며, <개벽>에서 조선 말기 시대의 어수선함속에 희생되는 평민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듯 <취화선>에서도 어김없이 평민들의 희생이 안타깝게 그려집니다. <장군의 아들>이 일제의 핍박속에서 김두환의 시원스런 액션을 보여줬듯 <취화선>에선 꽉 막힌 양반들에 맞서 장승업의 시원스런 반항이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서편제>가 주인공들의 아픔속에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한폭의 그림처럼 보여주었듯 <취화선>에서도 우리의 강산은 시대의 아픔과 상관없이 한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젠 별로 새로울것도 없이 보이는 임권택 감독의 스타일이 2시간동안 스크린속에 투영되는 그 순간에도 감히 임권택 감독의 스타일에 녹아들지 않고 자기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던 것은 바로 최민식이라는 배우 그 한사람 뿐이었습니다. 그만이 감히 거장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장승업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며 이젠 식상해 보이던 <취화선>을 새롭게 이끌어 나갔습니다.


 

 

  
솔직히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는 불만이 많습니다. 이 영화에서 과연 임권택 감독은 장승업의 일생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한폭의 그림처럼 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조선 말기 시대의 아픔을 담고 싶었던 것인지 불분명해 보입니다.
<취화선>은 마치 욕심많은 아이처럼 이 모든것을 담겠다며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동분서주합니다. 한사람의 인생을 담아내는데에도 분명 2시간이라는 시간은 짧은 것이었을텐데... 장승업의 인생외에도 다른 것들을 2시간에 전부 담으려 했으니 아무리 임권택 감독이라 할지라도 영화가 산만해지는 것은 어쩔수없는 일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시선이 임권택 감독이 담고 싶었던 그 많은 것들에 분산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묵직하게 장승업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의 시선을 잡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때론 해학적인 모습으로... 때론 광기어린 시선으로... 때론 애로틱한(?) 모습으로... 때론 시대의 아픔을 바라보는 슬픈 눈빛으로... 장승업을 연기하는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은 따분하고, 산만한 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영화의 재미를 살려냅니다.
그가 광기어린 표정으로 붓을 들었을땐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으며 여인들과의 질펀한 사랑놀음을 할땐 그 어떤 야한 영화보다도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최민식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분명 임권택이라는 거장의 그늘에 가려져 자신만의 색을 내지 못했을텐데... 최민식은 분명 자신만의 장승업을 만들어내며 영화의 재미를 살려 내더군요.


 

 

  
<취화선>이 끝난 후 제 기억속에 깊숙히 남아있는 것은 분명 장승업의 그림도, 우리의 금수강산의 믿지못할 아름다움도, 조선 말기의 시대적 아픔도 분명 아니었습니다.
욕지거리를 걸죽하게 내뱉으며 광기에 찬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던... 그러다가 홀연히 우리 앞에서 사라지던 장승업... 아니 최민식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향해 울분을 터뜨리던 그 모습은 아마 오랫동안 제 기억속에 머물러 있을것 같습니다.


 

 

        


인연이
난 이거 개봉하는 날 봤는데....물론 나두 최민식 아저씨 볼라고..연기를 잘 하잖여...근데 난 사실 쫌 실망했는데..최민식 아저씨 연기는 정말 멋있었어...천의얼굴이라고 할만 하든데? 오빠 말처럼 광기어린 표정에서 야사시한 연기까정.....특히 야사시한 연긴...진짜 부끄러울 정도로 야하더만....ㅋㅋ 실망한건 바로 뭘 얘기하는지 모르겠단거야. 장승업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던것 같구 뭘 물 흐르듯이 그냥 쓰윽....흘려버리는 것 같아서 별루드라...그냥 내 생각~  2002/05/23   

쭈니
나도 이 영화한테는 실망했어. 임권택 감독의 스타일이 원래 그러니...
하지만 최민식은 정말 연기 잘하더라.
영화를 보았다기 보단 퇴민식의 연기를 보고 나온 느낌이었어.
최민식 아니었으면 너무 재미없었을것 같아. ^^
 2002/05/23    

쭈니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추카추카~~~
근데 난 왜 세계가 인정해준 임권택 감독의 연출력이 싫은 걸까요?
개인 취향의 차이???
암튼 제 취향과는 별개로 임권택 감독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분명 축하할 일입니다.
이 상을 계기로 우리 영화가 더욱더 세계로 뻗어 나갔으면... ^^
 2002/05/27    

아랑
아아... 충무로에서 임권택감독 옆에 앉아 있던 배우가 바로 최민식의 아내역이였던 여자네요.
이름을 몰르겠어.
 2002/06/05   

쭈니
김여진??? 장승업의 아내로 나온 여배우는 김여진뿐인데...  2002/06/06    

취화선 멋졌지요 ^^;;  2006/05/08   

쭈니
네 무게가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200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