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스콧 힉스
주연 : 안소니 홉킨스, 안톤 옐친, 호프 데이비스
개봉 : 2002년 5월 10일
호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원작, <양들의 침묵>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안소니 홉킨스 주연...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일것이라는 오해를 살만한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전에 읽은 시놉시스에선 이 영화가 미스터리 영화가 아닌 어린 추억의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는 휴먼 성장 드라마라고 강조하더군요.
그래도 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포스터엔 이런 선전문구가 박혀져 있었으니까요. '영혼을 뒤흔드는 비밀스런 교감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치 살인마인 하니발박사를 연상시키는 안소니 홉킨스의 그 썸뜩한 모습...
전 아마 <돌로레스 크레이본>이나 <스탠 바이 미>(이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처럼 성장 드라마라는 가면을 쓴 스릴러일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의외로 영화가 잔잔하게 흘렀어도 전 그래도 무언가 스티븐 킹 소설 특유의 스릴과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버렸을때 이러한 나의 기대는 확실하게 무너져갔습니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확실히 미스터리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를 본 다음에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 그리고 성장 드라마 탈을 쓴 스릴러 영화도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스릴러의 탈을 쓴 성장 드라마라고 해야 맞겠군요.
이 영화는 한 사진작가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말그대로 성장 드라마입니다. 솔직히 그것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실망할만 합니다. 썸머시즌 블럭버스터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요즘, 이런 잔잔한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모험과도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트 인 아틀란티스>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명 시기를 잘못택해 국내 개봉된 작품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재미는 존재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며 잠시동안 어린 시절을 회상할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영화는 사진 작가인 바비 가필드가 어린 시절 단짝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그의 장례식에 참가하기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동안 잊고지냈던 바비의 어린 시절의 한때를 보여줍니다.
하긴 성장 드라마는 항상 이렇게 시작합니다. 예전에 꽤 재미있게 보았던 <나우 앤 덴>이라는 영화도 이런 식이었죠. 성년이 된 주인공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어떤 계기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그땐 좋았는데...'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곤 관객들에게 '여러분들도 좋았었던 어린 시절을 우리와 함께 회상해 봅시다.'라고 제안하죠. 그것은 물론 이런 성장 영화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좋았었던 한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이렇게 아주 전형적으로 영화를 진행시켜나갑니다. 어린 소년인 바비의 단짝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추억과 첫사랑이었던 캐롤과의 첫키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까지...
하지만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한가지 색다른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전형적이던 영화의 흐름을 비켜가려 합니다. 그가 바로 사람의 마음을 꿰뚤어 볼 수 있는 심령술사인 테드입니다.
이제 영화는 바비의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을 다룬 성장 드라마와 FBI에게 쫓기는 신비한 능력의 테드를 소재로 한 스릴러를 한편의 영화속에서 함께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편의 전혀 다른 장르의 내용이 서로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먼저 이 영화의 성장 드라마적인 요소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나우 앤 덴>에서도 그랬듯이 이러한 성장 드라마는 어느 정도의 재미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친 표정의 성인이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의 회상을 하며 그 시절의 풋풋함을 이야기하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른이 되었다더라... 뭐 일반적으로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풋풋했던 첫사랑에 대한 회상이 나오는 장면에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어린 시절 의례적으로 겪어봄직한 추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바비의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바비의 가정은 그리 화목한 편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으며, 어머니는 직장다니며 남편이 남겨준 빚을 갚느라 바비를 돌볼 시간조차 없습니다. 그녀는 바비의 11번째 생일날 바비가 가지고 싶어하던 자전거 대신 어른용 도서대출카드를 선물할 만큼 바비에게 소홀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익숙한 바비는 이러한 어머니를 이해합니다.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이러한 바비의 일상을 조용하게 잡아냄으로써 관객에게 바비라는 캐릭터를 이해시킵니다. 이제 바비는 테드라는 신비스러운 능력을 가진 노인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되며, 한편으로는 캐롤과의 첫사랑을 통해 점점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비록 바비의 가정 환경이 어렵지만 그에겐 고민이라고는 멋진 자전거를 사는 것과 그에게 '요정소년'이라고 놀리는 동네 불량 소년 삼인방뿐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지친 일상과 불안한 미래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비의 어머니는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당하고 직장을 잃게 되며, 테드는 자신의 능력탓에 FBI한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들과 어른들을 비교하며 성장 영화의 일반적인 주제인 '그땐 좋았는데...'를 연발합니다. 하긴 정말 그땐 좋았었죠. ^^;
하지만 영화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앞세워 성장 영화와는 어울리지않는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려 합니다. 하긴 스티븐 킹의 이러한 시도는 이미 <돌로레스 크레이본>에서도 있었죠. (<스탠 바이 미>는 보지 못했기에 그랬었는지 안그랬었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
<돌로레스 크레이본>에선 어머니의 살인이 끝까지 영화의 긴장감을 늦추지않았으며 그 속에서 어머니(캐시 베이츠)와 딸(제니퍼 제이슨 리)의 갈등속에서 성장 영화를 완성해 갔었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무지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성장 영화이면서도 풋풋한 어린 시절에대한 회상보다는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통한 스릴러적인 요소가 더욱 강했었죠.
그런데 <하트 인 아틀란티스>는 오히려 이러한 스릴러적인 요소보다는 성장 영화적인 요소가 너무 강합니다. 차라리 전형적인 성장 영화로써 영화를 진행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같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이 영화의 스릴러적인 요소인 테드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심령술사입니다. 그는 그러한 이유로 FBI한테 쫓기죠.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엔 바비 어머니의 신고로 테드가 위기에 빠지지만 긴장감이 넘친다는 생각보다는 느닷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바비의 잔잔했던 성장 드라마에 갑자기 FBI가 등장하니...
물론 마지막 반전따위는 없고 테드로 인한 긴장감도 기이한 사건도 없습니다. 단지 바비가 사람들의 마음을 몇번 읽은 것으로 끝입니다.
차라리 한 평범한 노인이 나타나 바비와의 우정을 쌓고, 그가 늙어 죽음으로써 바비가 성인으로 성장해간다면... 오히려 그런 영화 진행이 <하트 인 아틀란티스>에선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 어울리나요? ^^;)
영화 후반의 이런 갑작스런 FBI의 등장은 바비의 성장 드라마라는 영화 중반부의 흐름까지도 방해합니다.
제게 이 영화에서 테드가 FBI에게 잡혀가는 것은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바비와 캐롤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들은 왜 성인이 되어서도 안 이어졌는지... 바비는 왜 고향을 떠나고 그곳에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러한 것들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바비가 어머니의 직장문제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그래서 캐롤과 주소만 주고 받으며 헤어진 후 '끝'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왜 바비는 캐롤에게 캐롤은 바비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는지... 왜 바비는 성인이 되어서도 고향에 오지 않았는지 영화는 어디에서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단지 캐롤은 죽었다며 아주 간단하게 바비를 어린 시절과 단절시켜 버립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캐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쩌다 죽었는지 였는데...
영화의 중반부까지 영화의 재미를 책임졌던 바비의 성장 드라마가 후반에 가서 이렇게 어영부영 끝나버리고나니 조금 허망하더군요.
정말로 정말로... 그냥 단순하게 바비의 성장 드라마로 영화를 계속 진행시켰더라면 <나우 앤 덴> 이후 오랜만에 재미있는 성장 드라마를 볼수도 있었을뻔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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