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오버 더 레인보우>- 그녀는 너무 예뻤다.

쭈니-1 2009. 12. 8. 14:39

 



감독 : 안진우
주연 : 이정재, 장진영
개봉 : 2002년 5월 17일

제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하루종일 극장에서 영화보는 일입니다. 예전에 친했던 여자애가 남자친구와 한번 시도를 했었는데 하루에 고작 3편밖에 볼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침 일찍 일어나 조조할인으로 영화보고... 점심먹고 시간대가 맞는 영화 3회분 정도보고... 그러고 나면 운좋으면 마지막 영화는 4회... 운나쁘면 5회 시간대의 영화를 볼수있다더군요.
그땐 그 소릴듣고 그녀가 얼마나 부럽던지...
저도 밤새 3편 상영하는 심야 영화를 두번 본 적이 있지만 그건 저와 체질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제 경우 영화를 보기전에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영화를 봐야하는데, 심야 영화의 경우는 거의 비몽사몽으로 영화를 보기때문에 보고나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는 낮시간대에 하루종일 극장을 돌아다니며 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드디어 어제... 비록 3편은 아니지만 난생 처음으로 극장에서 2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이런 나의 소원을 들어준 이는 요즘 남자친구와 사이가 좋지않은 학교 여후배입니다. 그녀는 토요일 오후 갑자기 전화해서 내일 영화나 보러 가자고 그러더군요. 하긴 나와 만나면 할 짓이 영화보는 것밖에 없을테니... ^^;  
그녀는 <취화선>을 보고 싶어했지만 전 야하다는 핑계로 그녀의 마음을 살짝 <오버 더 레인보우>로 돌려놓았죠. 사실 <오버 더 레인보우>같은 멜로 영화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 꼬~옥 잡고 봐야하지만, 지금은 그런 형편이 아니니... 하지만 우중충한 남자 친구와 이런 예쁜 멜로 영화보는 것보다는 낫더군요. ^^


 

 

  
<오버 더 레인보우>는 일단 멜로이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시킨 특이한 영화입니다.
교통사고로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진수... 그는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기억만을 잊어 버립니다. 그와 가까웠던 친구들도 모두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 누구였는지 자세히 모릅니다. 단지 진우가 레인보우라고 불렀던 것과 플레지아 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엔... 그런 그 앞에 대학 동아리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던 연희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진우의 레인보우를 찾아주기위해 진우와 함께 행복했던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이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진수가 잃어버린 기억속의 레인보우가 누구였는지 맞춰보라'며 도전장을 내밉니다.
솔직히 이런 형식의 영화는 몇년전 <라빠르망>이라는 프랑스 영화에서 이미 시도된 적이 있습니다. 몇년전 사랑했으나 소식도 없이 사라졌던 여인의 물건을 우연히 손에 넣은 남자 주인공이 그녀를 만나 왜 그때 자신의 곁을 떠났는지 묻기위해 그녀를 찾아헤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두사람은 자꾸 엇갈리게 되고 관객들은 점차 의문에 빠지게 됩니다. 도대체 왜 그녀는 그를 떠났을까?
<라빠르망>의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이 비밀을 밝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의외의 반전을 준비함으로써 편안하게 멜로를 즐기려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쳤었죠. 그땐 모니카 벨루치가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
<오버 더 레인보우>는 착실하게 <라빠르망>의 뒤를 쫓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는 진우... 그는 점차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랑에 대한 실체에 접근해가지만 번번히 그녀가 진우가 사랑했던 여인이 아니라는 사실만 밝혀냅니다.
이제 진우와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던 관객들은 과연 진우의 레인보우가 누구였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멜로 영화라는 것은 편안하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관객들은 나름대로의 추리를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버 더 레인보우>는 <라빠르망>과 비슷한 길을 걷는 듯 보입니다. 모니카 벨루치만큼 아니 더 예쁜 장진영을 내세워서 말입니다.
하지만 <오버 더 레인보우>가 <라빠르망>이 될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끝이 너무 뻔히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기전에 진우의 사랑이 누구인지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겁니다. 저 역시 예상을 했었고 그 예상은 여지없이 들어 맞았죠.
그렇기에 <라빠르망>과 같은 마지막의 반전은 이 영화에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미스터리 멜로라는 기대를 버린다면 이 영화는 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멜로가 되기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한 영화인 듯 보입니다. 멜로 영화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바로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입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는 바로 이러한 것에서 멜로 영화로써의 장점을 발휘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전엔 장진영이 이렇게 이쁜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정재도 이렇게까지 멋진 줄은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오버 더 레인보우>는 예전엔 미처 몰랐던 두 배우의 예쁘고 멋진 모습을 잘 포착해 낸겁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장진영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또 어떻고요. 사랑에 대한 기억을 잃은 진우의 직업은 기상캐스터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뉴스는 이미 지나간 사건을 알려주는 것이지만, 일기예보는 내일의 사건을 알려주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내일의 날씨를 예고해야하는 진우는 마치 내일만이 중요하다는 듯 과거의 사랑을 지워버립니다. 그는 과거의 사랑을 되찾기위해 노력하지만 그건 사실 과거의 사랑을 되찾기위한 노력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준비과정에 불과합니다. 과거에 소심한 성격탓에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겨야 했던 진우는 기억 상실증을 통해 그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그는 과거를 지움으로써 미래를 얻은 거죠.
진우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연희의 직업은 지하철 분실물 센터 직원입니다. 아무도 찾지않는 분실물을 정성껏 정리하는 그녀는 진우가 기억을 잊었다는 소릴 들었을때 진우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우의 기억을 되찾아주기위해 나섭니다. 이러한 연희의 모습은 어쩌면 연희의 직업이 분실물 센터 직원이 아니었다면 조금 어색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진우의 기억 상실증에 직업 정신을 발휘한 거죠. 물론 그녀가 실연당한지 얼마되지 않은 외로운 상태였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직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영화의 상황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킵니다. 이제 관객들은 영화의 상황속에 빠져 진우, 연희와 함께 추억의 여행을 떠나면 되는 겁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가 멜로 영화임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또하나의 장치는 바로 이 영화속의 비현실적인 설정입니다.
이 영화에서 비는 왜그리 많이 내리는지... 진우는 왜 교통사고를 당해야 했는지... 그리고 왜 하필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리는지...
솔직히 멜로 영화의 경우 영화속의 사랑이 예쁘고 아름답게 그려지면 될뿐... 그 사랑이 현실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과연 우리나라가 일년에 며칠이나 비가 온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장마철이라고 하더라도 이 영화처럼 비가 자주 많이 오는 것은 분명 비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분 기억 상실증에 걸릴까요? 아니 평범한 기억 상실증이라도... 제 주위를 아무리 찾아봐도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 한명 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이~ 저런게 어딨어.'라며 멜로 영화의 비현실성을 비난하는 분이라면 분명 멜로 영화를 감상할 자격이 없는 분일겁니다.
멜로 영화는 분명 관객들의 환상속에 자리잡고 있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비춰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겁니다.
비오는 날의 이별(제가 이별할땐 비 한방울도 오지 않더구만...^^;)... 교통사고... 기억상실증... 과연 이 모든 것이 멜로 영화에선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이런 아픈 사랑을 한번쯤 꿈꿔왔기때문이 아닐까요?
지난 아픈 사랑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진우의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저도 만약 부분 기억 상실증이 가능하다면 떠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멜로적 장점 또 한가지... 바로 음악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멜로 영화들의 경우 올드 팝을 이용한 영화들이 많더군요. 분명 그러한 것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복돋아 줍니다.
제 경우 <오즈의 마법사>라는 영화를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그 영화의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가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에 따라 똑같은 음악이 다르게 느껴질줄이야...
영화가 끝나고 나도 모르게 '오버 더 레인보우'를 흥얼흥얼거리는 제 자신을 바라봤을때 멜로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멜로 영화입니다. 비록 미스터리 멜로라는 한국 멜로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지는 못했지만 보고나면 아련한 옛추억에 잠시 잠길 기회를 마련해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와니와 준하> 이후 정말 오랜만에 멋진 멜로 영화를 만난것 같습니다.


 

 

 

  


지인 아빠
하루에 3편의 영화를 본다... 저도 두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심야상영, 한 번은 낮에. 심야상영으로 영화 3편 보는 거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 볼 수 있죠. 물론 좀 졸린 게 문제가 되지만.
벌건 대낮에 영화 3편을 본 사연은 이렇습니다. <황비홍3> 개봉할 때였죠. 경원극장이라고 영등포에 있는 좀 허름한 극장이 있었는데, 친구들이랑 이걸 보러 갔었죠. 굳이 이곳을 택한 건 장국영 주연의 <영웅문> 초대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표가 있으면 <황비홍3>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영웅문>이라도 보기로 한 거죠. 그런데 확실히 극장이 후졌던 터라 표는 있었고, 그래서 <황비홍3>을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데, 맞은편에 있는 연흥극장에서 사람들이 막 나옵니다. 그쪽도 영화가 막 끝났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연흥극장에서 하고 있었던 영화는 성룡의 <시티 헌터>. 내친 김에 <시티 헌터>도 보고... 다시 영화를 보고 나오니 <영웅문>이 막 시작할 시각... 또 봤죠. 그러나 결국 <영웅문>은 다 못 보고 나왔습니다. 정말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하루 영화 3편 본 적 있다는 이야기는 하고 다닙니다. 아마 그런 일 다시는 없을 거예요. 최소한 이 서울 땅에서는요.
 2002/05/21   

쭈니
하긴 지인 아빠님도 영화를 무지 좋아하시니...
그런데 하필... 홍콩영화 3편을... ^^
아무리 홍콩영화가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홍콩영화 3편을 연속으로 보면 질릴텐데...
암튼 그런 추억이 있우시다니 부럽습니다.
 2002/05/21    

아랑
이거 남자친구랑 봤었는데요..
너무 좋았어요.
잔잔하고 아름다운.. ^^
 2002/06/04   

쭈니
새로운 남자친구 생겼어요??? 추카추카!!! ^^
얼마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해서 제가 참 마음아팠는데...
암튼 예쁜 사랑만들어 가세요. ^^
 2002/06/04